국방

[허문명의 프리킥]한반도 미래전쟁

Shawn Chase 2017. 3. 31. 21:38

허문명논설위원 입력 2017-03-31 03:00수정 2017-03-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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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발표된 미국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남북한 국내총생산(GDP)은 48배 차이가 난다. 인구도 남한이 2배 많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 국방예산은 338억 달러로 북한(75억 달러)보다 4.5배 많다. 전·현직 국방장관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 싸우면 반드시 이기지만 북한과 1대1로 붙으면 불리하다”는 얘길 숱하게 들었다. 국회에서 이런 말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지휘관들도 있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훨씬 앞선 우리가 북에 휘둘리는 이유는 뭘까.

의지와 전략이 문제다 

우선은 의지 문제다. 한국군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말이다. “우린 4성 장군이 많지만 이스라엘은 중장 1명이 전군을 지휘한다. 우리는 60만 군대지만 이스라엘은 20만으로 석유부국 이슬람 세계와 당당히 맞서 왔다. 우리 군은 너무 오랜 기간 미국에 대한 의존심리가 깊어졌다. 오죽하면 전시작전권 전환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략 문제도 있다. 군 지휘관들은 북한이 가진 핵을 포함해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나 기습공격이 가능한 특수부대,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 때문에 불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이버전쟁 능력 강화와 남남분열을 획책하는 심리전도 중요한 비대칭 전술로 위협적이다. 1970년대 이후 남한 경제력이 북을 능가하기 시작하고 90년대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북한은 목숨을 걸고 비대칭 전력을 키워 왔다.

압도적 경제·군사력을 갖고도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으로 ‘핵에는 핵으로’ 맞불전략과 ‘역(逆)비대칭 전략’이 논의되는 건,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북한 로켓 발사 뉴스를 함께 지켜보다가 한 대기업 회장에게 “언제까지 북의 도발을 걱정만 하고 있어야 하느냐”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정보통신 강국이다. 4대 기업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기업들이 협력하면 로켓, 인공위성 등 기술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핵무장이나 원자력협정 개정 등은 미국 동의 없이 불가능하지만 역비대칭 전략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바로 한국의 과학기술을 군사력에 적용하는 사물인터넷과 첨단 정보기술(IT) 등으로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텔스 기능이 있는 드론으로 공중에서 장사정포를 제압하고 레이저빔이나 북의 전자통제를 무력화하는 고출력 폭탄으로 미사일 통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무인(無人)스텔스 함정, 로봇군인과 같은 무인 전력, 장기적으론 인공지능(AI)이 지휘하는 ‘스마트 전쟁 사령부’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국방, 국책사업으로 


국방부는 2015년부터 스마트 국방 연구 전담조직을 설치했지만 로드맵만 있을뿐 성과는 없다. 한국 정보기술을 군사력에 적용해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과학기술력을 스마트전력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국책사업화해야 한다. 부서 차원이 아닌 장관 직속 또는 대통령 직속으로 충분한 예산과 최고 수준의 학계 기업 군 국가정보원 인력을 집결시켜 장기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반도 미래전쟁의 승패는 여기에 달렸다. 압도적 안보 우위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전쟁은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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