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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넉 달 만에 증가…"中 사드보복 우려한 보따리상 사재기 영향"

Shawn Chase 2017. 3. 31. 11:53

세종=이현승 기자


입력 : 2017.03.31 09:23

2월 소비가 넉 달 만에 증가했지만, 움츠러든 내수가 기지개를 켰다고 보기는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을 우려한 중국 다이궁(보따리상·개인 매매 대리상)들이 면세점에서 화장품 등 사재기를 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썰렁' -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중국인 관광객도, 이들을 맞는 관광 가이드의 피켓도 보이지 않았다. /김지호 기자
인천공항 '썰렁' -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중국인 관광객도, 이들을 맞는 관광 가이드의 피켓도 보이지 않았다. /김지호 기자

31일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는 전월 대비 3.2% 증가했다. 소비는 작년 10월에 4.2% 증가한 뒤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다 넉 달 만에 증가 전환 했다. 소비 지표가 오랜만에 개선됐지만 중국 다이궁의 면세점 사재기 덕분이어서 낙관하기는 이르다.

중국 다이궁들은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국산 화장품이나 잡화 등을 한국의 면세점에서 구매해 중국 현지에서 재판매한다. 이달 초 중국 세관은 다이궁이 선박을 통해 들여오는 한국 제품을 통관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 했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 되자 다이궁들은 지난달 상품 대량 구매에 나섰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1억4025만달러(약 1조2800억원)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내국인 매출은 전월 대비 1% 감소했으나 외국인 매출이 25% 급증했다. 화장품 등 비(非)내구재 소비가 3.1% 늘었다.

승용차와 가전제품도 소비가 늘었지만 1월까지 감소 폭이 워낙 커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승용차는 1월에 13.0%나 줄었다가 2월엔 4.9% 늘었다. 일부 수입차 업체에서 신차를 출시한 것도 소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 가전제품은 미세먼지 관련 제품 소비가 소폭 늘었다.

업태별로 보면 대형마트에서 15.9%나 증가했다. 내수 소비가 많은 대형할인점에선 19.0% 감소했으나 면세점이 포함된 기타대형마트에서 31.9%나 증가했다. 백화점과 승용차·연료소매점에서 각가 3.4%, 3.8%씩 늘었고 무점포 소매에서도 4.4% 증가했다.

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모두 부진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4% 감소했다. 2008년 12월에 10.6% 감소한 이후 8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반도체 생산이 11.5%나 감소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호황 속에서 일시적인 조정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도 6.1% 줄었는데 해외 생산이 줄면서 부품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출하는 전월 대비 2.9% 줄었다. 내수와 수출이 각각 2.4%, 3.6%씩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0.4% 늘었고 재고/출하비율은 3.9%포인트 상승한 117.0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3.3%포인트 하락한 70.9%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은 작년 12월 0.5%, 올해 1월 0.3%에 이어 축소 됐다. 도소매가 1.5% 늘었고 금융·보험 1.3%, 보건·사회복지가 1.9% 증가했다.

투자도 부진했다. 2월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8.5%) 투자 등이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8.9% 줄었다. 다만 앞으로 투자를 가늠할 국내기계수주는 1년 전 보다 12.1%나 증가했다.

건설기성은 7.8% 증가했다. 1년 전 보다는 22.6% 늘었다. 분야별로 보면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각각 5.2%, 15.1% 증가했다. 건설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8로 전월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상승한 100.9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개선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심리도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경제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중국 과의 통상 현안, 미국 금리인상 속도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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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1/2017033100750.html?right_ju#csidx9c919cd8d95e5449ed08ef67141c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