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박꾼 아니라 가족 관광객이 마카오를 살렸다

Shawn Chase 2017. 3. 31. 11:52

마카오=진중언 기자



입력 : 2017.03.31 03:01

[카지노 복합리조트의 부활]

쇼핑 시설 늘리고 다양한 볼거리… VIP 대신 일반 고객 매출 급증
韓·日·러시아도 경쟁 본격화

지난 3일 마카오 코타이 지역 1700객실 규모 '윈 팰리스' 카지노 복합리조트 앞. 인공 연못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백 가닥 물줄기가 음악에 맞춰 군무(群舞)를 추는 '분수 쇼'가 시작되자 지나던 관광객 수십명이 탄성을 터트렸다. 대만 가오슝(高雄)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여행 온 웨이수한(魏書涵)씨는 "카지노는 들르지 않고 유명 호텔 시설만 구경하는데도 즐겁다.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며 연방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렀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 '반(反)부패 정책' 후폭풍으로 휘청대던 마카오 카지노 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229억9100만 파타카(약 3조3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8% 증가했다. 작년 8월 전년 대비 월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상승 폭으로 가장 큰 수치다.

마카오에 있는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추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사진 위부터 ①스튜디오시티의 배트맨 4D 극장, ②윈 팰리스의 분수 쇼와 케이블카, ③인공 수로를 따라 조성된 베네시안 쇼핑몰.
마카오에 있는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추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사진 위부터 ①스튜디오시티의 배트맨 4D 극장, ②윈 팰리스의 분수 쇼와 케이블카, ③인공 수로를 따라 조성된 베네시안 쇼핑몰. /진중언 기자, 윈 팰리스

카지노 부활의 중심엔 쇼핑·공연 등 가족 단위 관광지로 눈을 돌린 카지노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일본·러시아까지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카지노 매출 반등

마카오 면적은 서울 송파구보다 조금 작은 30.3㎢. 여기에 38개 카지노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13년 연 매출이 3607억 파타카(약 51조6000억원)에 도달하면서 고점(高點)을 찍은 카지노 매출은 그 뒤 시진핑 정부 반부패 정책으로 감시가 심해지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중국 본토 부유층 손님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5년엔 연 매출이 2308억 파타카(약 33조원)로 34.3%나 줄었다.

급감하던 카지노 수입은 작년 하반기부터 반등했다. 거액을 쓰는 VIP 고객보다 중국 중산층 여행객 또는 아시아 국가 관광객을 유치한 게 부활의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VIP 카지노 고객이 아닌 일반 관광객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라며 "중국 중산층들이 카지노에서 쓰고 가는 돈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카오 전체 카지노 매출에서 일반고객(Mass)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1%에 그쳤지만, 2016년엔 47%까지 올랐다.

가족 단위 관광 명소 복합리조트

최근 1년간 마카오 카지노 월 매출액 그래프

'베네시안' '갤럭시' '시티오브드림스' 같은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일반고객 유치를 위해 쇼핑 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작년 하반기 문을 연 '윈 팰리스'와 '파리지앵' 역시 카지노 외 시설에 대폭 투자했다. 윈팰리스는 분수 쇼가 열리는 인공 연못 주변을 순회하는 소형 케이블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 리조트 안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4분기에만 5억5027만달러 매출을 올렸는데, 객실과 식음료 등 비(非)카지노 매출이 8610만달러(약 960억원)에 달했다. 파리지앵 리조트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절반 축소한 160m 높이 전망대를 만들었고,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市)를 본떠 지은 '스튜디오시티' 리조트에서 배트맨을 주제로 한 4D 극장을 운영한다.

마카오 복합리조트들은 경쟁보다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인근 리조트와 연결 통로를 만들어 쇼핑 시설을 공유할 수 있게 했고, 6개 대형 복합리조트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도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중국 주하이(珠海)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온 장정훙(江政宏)씨는 “공항이나 페리 터미널 등으로까지 리조트 무료 버스를 운행한다”며 “다양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일본·베트남 등 카지노 개발 붐

수년 전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마카오식 카지노 리조트 건설 붐이 불고 있다. 베트남에선 중국 국경 지역과 맞닿은 꽝닌성 등 3곳에서 복합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모방한 ‘엔터테인먼트 시티’ 조성 계획을 추진 중이고, 작년 말 카지노 해금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2014년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경제성장에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제주에 마카오식 대형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 2019년 9월 완공 예정인 ‘제주 드림타워’는 5성급 호텔과 레지던스 객실 1600개와 최고급 쇼핑몰과 부대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갖췄다. 전체 면적이 30만3737㎡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와 비슷한 크기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도 4월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한다.

마카오 복합리조트 고위 임원은 “잘 지은 복합리조트 하나가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이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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