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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롯데]① 사드 보복에도 中 포기 안한다…"국민·정부 지원 필요"

Shawn Chase 2017. 3. 31. 11:46

안재만 기자

박수현 기자




입력 : 2017.03.31 06:05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검찰 수사 등 악재를 딛고 재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신동빈 호(號)는 지난 2월 말 성주 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한 이후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익 차원의 결정이었지만 롯데가 부담을 지는 형국이 됐다. ‘신동빈의 뉴롯데’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진아씨(36)는 이달 들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반드시 롯데마트에 들러 구입한다. 매장 앞에 경찰차가 줄지어 서 있어 무서울 때도 있지만 롯데를 돕고 싶어 롯데마트를 찾는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박 씨는 “베이징에는 롯데마트가 여러 곳 있는데 다행히 가장 가까운 곳은 아직 영업한다”면서 “가보면 손님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가 자주 찾는 롯데마트 베이징왕징점은 아직 영업하고 있지만 중국 내 롯데마트 대부분의 셔터는 내려져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달 30일 기준 중국 내 99개 롯데마트 중 67개가 영업 정지됐고 20여 개가 극렬한 반한(反韓) 시위대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다. 시위대가 다른 곳으로 떠나면 해당 점포는 다시 문을 여는 식으로 운영한다. ‘007 작전’하듯 힘겹게 영업하는 셈이다.

박진아씨가 지난 15일 촬영한 롯데마트왕징점 안팎 풍경. 박씨는 “베이징 답지 않게 무척 맑은 날이었는데 마트 내는 쥐죽은 듯 적막했다”고 말했다.
박진아씨가 지난 15일 촬영한 롯데마트왕징점 안팎 풍경. 박씨는 “베이징 답지 않게 무척 맑은 날이었는데 마트 내는 쥐죽은 듯 적막했다”고 말했다.

28~30일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몰, 소공동 롯데백화점 등을 둘러본 결과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장 관계자들은 “손님이 50%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호텔롯데 월드사업부문 남기훈 매니저는 “인산인해였던 롯데월드 또한 현재는 텅텅 비었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그룹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그룹이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면서 중국 정부 보복의 타깃이 된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롯데그룹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익 차원의 결정으로 롯데가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나몰라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일단 (도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신동빈 회장의 출국 금지를 풀어줘야 한다”면서 “신 회장이 중국을 방문해 설득한다면 중국도 어느 정도는 마음이 풀어질 텐데,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롯데 손실…중국도 내상 입어

중국 정부의 보복 행위로 롯데 측이 입은 손실은 3월 한 달에만 최대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정지에 따른 매출 감소분이 한 달간 약 900억~1000억원 정도이고, 그 외 인건비, 납품비 등은 그대로 지급돼 피해액이 1000억원을 웃돈다. 또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 금지령을 내린 이달 15일 이후 롯데면세점 매출이 전년대비 30% 넘게 줄었다. 3월 전체 매출이 1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백화점이나 마트, 호텔 매출도 10~20%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최대 대목인 5월초 노동절까지 한국여행 금지령이 내려질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 롯데마트 내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다음 달 초 영업정지를 풀어줬다가 다시 제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초 롯데마트 점포를 줄줄이 영업정지할 때 한 달 제재 조치를 내렸다. 중국 법에 따르면 사업자 잘못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경우 사업자는 전 직원에게 임금 100%를 지불해야 한다. 영업정지 기간이 한 달을 넘어갈 경우 직원 월급을 일부 삭감할 수 있고, 폐점 조치도 할 수 있다. 롯데마트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뒤 하루 이틀 영업을 재개했다가 다시 한 달 제재 조치가 내려지는 상황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유진우 기자
지난해 10월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유진우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자국민(중국인) 피해로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도와 삼청동, 연남동 일대 숙소나 식당 중 적지 않은 주인이 이미 중국인이고 중국어 관광 가이드(관광 통역 안내사) 8000명 중 상당수가 조선족이다. 조선족 커뮤니티에는 “일자리를 잃었다"는 하소연이 자주 올라온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장자제(張家界), 구이린(桂林), 톈진(天津) 등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즐겨 찾는 중국 내 관광지 상권도 얼어붙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여행지 분위기는 중국인이 빠진 한국 명동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이미 글로벌 경제는 실핏줄로 연결된 것처럼 함께 움직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결정으로 중국 또한 상처를 입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 중국에 구애(求愛) 나선 롯데…정부, 너무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롯데그룹은 사드 보복에도 중국 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없어 일단은 호소 전략으로 나서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은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세븐일레븐,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등에 “이해합니다, 기다립니다(因爲理解 所以等待)”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 나라(중국)를 사랑한다(I love that country)”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는 지금까지 중국에 50억 달러(약 6조원)를 투자하고 2만5000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했다”며 롯데가 중국 경제에 일조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때리면 맞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언젠가는 중국 소비자들이 롯데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내용의 중국어 안내판이 붙어 있다. 중국인들이 사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 방문하길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내용의 중국어 안내판이 붙어 있다. 중국인들이 사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 방문하길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국익 차원에서 정부의 지시를 받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미안하다’는 표현 또한 쓸 수 없다”면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소극적인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 고위 공무원은 “정부가 제 기능을 하는 상황이었으면 (설령 큰 효과가 없을지라도)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이 주축이 돼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국 배재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끌려가는 건 미세먼지 등 모든 부문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며 “계속 저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지금처럼 사태가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한시적으로 내국인 면세 한도 제한을 풀어주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은 “내년 인상 예정인 특허수수료 조정을 유보하고 한시적으로라도 내국인 면세 한도를 늘려주는 등 면세점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했다. 면세점협회는 30일 인천공항공사에 면세점사업자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병희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상무는 “롯데는 국내 유통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기업”이라며 “롯데마저 무너지면 중국 내수시장의 유통망을 모두 잃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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