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남녀심리

[일사일언] 프랑스 사위 마크

Shawn Chase 2017. 1. 29. 21:28

배한성 성우·서울예대 초빙교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6/2017012600101.html



입력 : 2017.01.26 03:04


배한성 성우·서울예대 초빙교수
배한성 성우·서울예대 초빙교수


적당한 나이에 가정을 꾸려 커리어우먼으로 사는 첫째에 비해 둘째 딸의 행보는 어릴 때부터 좀 독특했다. 대학교 3학년 때 느닷없이 프랑스로 유학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에 금세 울며 돌아오려니 하고 허락했는데 딸은 20년째 파리에서 살고 있다. 시쳇말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녀석은 제 책도 출간하는 등 파리 생활에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딸자식의 자유로움과 상관없이 나는 천생 한국 아비다.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은커녕 연애도 시큰둥해하는 마흔 넘긴 딸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랬던 아이가 마침내 사윗감을 데려왔다. 프랑스 남자다.

내가 옛날 사람인 탓인지 외국인 사위가 생긴다는 사실에 처음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곱디곱게 키운 외동딸이 흑인 사윗감을 데려오면서 시작되는 오래된 미국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떠오르기도 했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답게 예민한 녀석은 아닐지 걱정도 됐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예상과는 달리 예비 사위 마크(Marc)는 프랑스판 산적(?)처럼 생겼다. 외모는 그렇지만 생각 반듯하고 능력 있는 녀석이었다. 딸이 집에는 알리지도 않고 프랑스에서 큰 병을 앓았을 당시 곁을 지키며 지극정성으로 수발을 들기도 했단다. 내 짧은 영어 탓에 사위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겠고,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리지 못하겠지만 뭐 괜찮다.

미뤄둔 숙제처럼 느껴졌던 둘째의 결혼 소식에 사별한 아이 엄마도 흡족해할 것 같다. 약속했었다. 엄마로서 가장 마음 썼을 두 가지, 잘 가르치는 것과 반듯한 배우자를 만나게 해주는 일만큼은 책임지겠다고 말이다. 짧은 불어 인사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내가 사돈어른 만날 생각을 하면 긴장되지만 그분들도 이 마음을 이해해 주시지 않겠는가. 인종과 국경을 넘어 부모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은 저희의 행복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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