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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만리장성… 트럼프 "멕시코 국경 3144㎞에 장벽 세워라"

Shawn Chase 2017. 1. 29. 21:18
  •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 성유진 기자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6/2017012600252.html



    입력 : 2017.01.26 03:04

    국경안보 강화 행정명령 서명… 막무가내로 대선 공약 실행나서
    1049㎞ 구간엔 이미 장벽 있지만 건설비 최소 11조6400억원 들 듯
    테러 잦은 시리아·이란 등 국민은 미국 입국 최소 30일 제한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미국·멕시코 국경에 이른바 '트럼프 장성'을 쌓기로 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길이가 3144㎞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판 만리장성'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날(Big day)이 될 것"이라며 "많은 것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썼다. CNN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멕시코 접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경 안보 강화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단속 등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4월쯤 관련 예산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소노라주(州)의 국경도시 사사베에서 바라본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 양국 사이를 장벽이 가르고 있다. 뒤쪽으로는 아직 장벽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도 보인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멕시코인이 미국에 들어가기 위해 국경을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멕시코 접경 지역 장벽 건설을 포함한 국경 안보 강화와 이민 단속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멕시코 소노라주(州)의 국경도시 사사베에서 바라본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 양국 사이를 장벽이 가르고 있다. 뒤쪽으로는 아직 장벽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도 보인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멕시코인이 미국에 들어가기 위해 국경을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멕시코 접경 지역 장벽 건설을 포함한 국경 안보 강화와 이민 단속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고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책정된 예산을 끌어다 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선 "멕시코가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당선 후에는 "먼저 (미국) 예산으로 건설하고 나중에 멕시코에 비용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맞게 장벽을 세운다면 그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80억달러(9조3000억원)가 들 것"이라고 했지만, CNN 등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최소한 100억달러(11조64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불법 월경을 막으려면 장벽 높이가 6m는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높이가 10~12m 되고 관광하기에도 좋은 진짜 장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전 세워진 만리장성의 높이는 6~9m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들 장벽 이름을 만리장성의 영어식 표현인 '그레이트 월(Great Wall)'로 부르기도 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트럼프 장성 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 전용까지 검토하면서 장벽 착공을 서두르는 이유는 공사 기간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완공에 최소 4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임기 안에 완공하기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멕시코 국경 3144㎞ 중 1049㎞ 구간에 이미 나무 울타리와 철조망, 감시 카메라 등으로 장벽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기간에 "(산과 사막 등) 자연적 장벽을 제외하면 실제로 2000마일(3200㎞)의 국경 중 1000마일(1600㎞)만 장벽을 (새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리 장벽 건설 '노하우'가 있는 이스라엘 업체들이 이미 '트럼프 장성' 건설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경을 담당했던 길 컬리카우스키 관세국경보호청장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은) 돈과 시간 낭비"라며 "그쪽 지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장벽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했다. 실제 만리장성도 허점이 많아 이민족 침입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통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이란·이라크·리비아 등 테러가 잦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 이슬람교 국가 출신자들의 미국 입국을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때까지 최소 30일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종교 박해를 받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난민의 입국 절차를 최소 4개월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이슬람교도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비난이 일자 "테러 위험 국가 출신자의 입국을 막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6/20170126002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