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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아베 진주만 방문, 사죄 위한 것 아니다"

Shawn Chase 2016. 12. 6. 18:2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출처: 중앙일보] 일본 정부 "아베 진주만 방문, 사죄 위한 것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달 26~27일 미국 진주만 방문에 대해 “(아시아ㆍ태평양 전쟁을 일으킨데 대한) 사죄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은 전쟁 희생자의 위령(慰靈)을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군은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의 길로 치닫았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아베의 진주만 방문이 태평양 전쟁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국내 극우 세력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계기로 미일 동맹이 ‘희망의 동맹’으로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한다는 것을 세계에 강력하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문은 위령을 위한 것으로, 미래에 두번 다시 전화(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와 미일간 화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진주만 방문 기간 일본 해군의 함재기 공격으로 침몰했던 애리조나 전함 위에 세워진 추도시설 애리조나 기념관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다. 이어 기념관에 헌화하고 소감을 밝힐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 마지막으로 아베와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에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정을 사전에 파악해 진주만 동행을 물밑에서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두 지도자의 하와이 방문은 과거의 적국이 공통의 이익과 가치 공유에 의해 가장 친밀한 동맹관계로 전환한 화해의 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아사히 신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따라 진정한 미일 화해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억류됐던 일본계 미국인 노먼 미네타 전 운수장관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응어리가 계속된 역사를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애리조나 전함 승조원이었던 도널드 스트랫턴(94)씨의 아들 랜디 스트랫턴(62)씨는 지지통신에 “일본의 총리가 희생자를 조문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늦었다”며 “아버지는 진주만 피습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꺼리고 일본인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아베 총리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