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구출연대’ 등 정체불명 단체 명의로
백승구 기자
11월 16일 오전, 취재원이 보내온 전단지다. 그가 거주하는 서울 구의동 어린이대공원 인근 주택가 건물(4층) 옥상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수거한 전단지는 세 종류였고 A4용지 절반 크기였다. 인쇄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문제는 전단지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현 시국 상황을 만화로 묘사했는데 내용과 문구(文句)가 상식적인 선(線)을 넘고 있다. 심지어 ‘처형’ ‘마녀’ ‘단두대 참형’ 등 극한 표현을 사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교수형에 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박근혜 퇴진’은 오히려 얌전한 표현에 속한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첫 번째 전단지(위 사진)는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최순실 수족 박근혜 단호히 징벌하자!”면서 온통 얽은 얼굴을 한 박근혜 대통령을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죄목으로 ‘국정농단죄’ ‘민생파탄죄’ ‘반통일죄’ ‘민주말살죄’ ‘민권파괴죄’를 달았다. 이 전단지에는 ‘민생구출연대’라는 조직명이 적혀 있다. 정체불명의 단체이다. 실체가 있는 조직인지 인터넷에 찾아봤지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뒷면에는 ‘촛불아 모여라 청와대로 가자, 박근혜 OUT’을 써놨다.
위 사진은 “정체 드러난 ‘근혜순실’ 정부”라는 제목의 두 번째 전단지다. 박근혜 대통령을 묘사한듯한 파란색 정장 차림의 여성이 방 한 가운데 서서 노트북을 쳐다보며 당황해 하고 있고, 그 뒤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처럼 보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자료 누설로 인한 최악의 사태가...”라고 보고한다. 그랬더니 여성은 “순실이년 때문에 쫄딱 망했구나”라며 화를 못 참는듯한 모습이다. 전단지 속 노트북 화면에는 ‘최순실 게이트, 드레스덴 선언연설문, 개성공단 폐쇄 계획, 한일위안부합의안’ 등이 적혀있다. 그러면서 문제를 일으킨 최순실이 독일로 도망가는 것처럼 그려놨다.
전단지 뒷쪽 그림(위 사진)엔 꼭두각시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라는 제목을 달았다. “종신 대통령 하려 했는데, 최순실로 인해 민중총궐기가 일어나 무너졌다”고 묘사하고 있다. 전단지는 민중총궐기를 이끈 주체로 ‘민중총궐기운동본부’를 적시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집회를 이끈 조직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이다. 전단지를 제작한 측이 ‘투쟁본부’ 측 이름을 도용했을 수 있다. 참고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른바 좌파세력이 핵심 추동세력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지난 9월 20일 발표한 발족 선언문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거부한 채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기 위한 2016년 민중총궐기 투쟁을 선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민의는 검증되었으며 박근혜 정권은 심판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 전단지(아래 사진)는 ‘국민의 최종판결’이라는 제목 하에 “동족대결과 악정, 위선과 기만으로 국민을 우롱한 추악한 마녀 박근혜를 단두대에 끌어 내여 참형에 처한다!”라고 격하게 쓰고 있다. 이번에는 단체 이름을 ‘민주주의국민행동본부’로 했다. 뒷장에는 국내 집회 사진을 사용해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들 전단지는 문장 표현방식이나 과거 불법 전단지 사례 등을 볼 때 '북한 삐라(전단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장의 전단지 중 하나는 지난 11월 12일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가 있기 이틀 전 인터넷에 게재된 적이 있다. 집회 전후로 서울 시내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전단지를 만들어 뿌린 것일까?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흔들릴까?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국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체제 전복을 꾀하는 좌익세력과 김정은 추종세력만 빼고!
[글=백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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