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행

'혼행족' 5년새 5배… 여행 산업이 바뀐다

Shawn Chase 2016. 10. 16. 14:27


  • 김충령 기자
    • 입력 : 2016.10.13 03:05

      - 3박4일 해외 여행경비 30만원線
      왕복 20만원대 저가 항공 타고 1박 3만원대 '캡슐호텔'서 숙박

      - 저비용 항공사 "혼행족 잡아라"
      홍콩 등 8개 여행지 예약하면 항공 요금 추가할인 해주기도
      국내 여행·캠핑도 '혼행' 늘어

      혼행족 증가세 그래프

      정형봉(33)씨는 지난달 초 태국 방콕·파타야로 혼자 3박 4일 여행을 떠났다. 미혼인 정씨는 당초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회사 사정으로 일정을 취소하자 '혼행(혼자 여행)'을 경험해보기로 하고 태국행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 처음엔 다소 불안했지만 현지에 도착하고 짐을 풀자 이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동행이 있으면 으레 방문해야 하는 각종 문화 유적과 명승지는 대부분 건너뛰었다. 파타야 해변에 누워 오수(午睡)를 즐기고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씨는 "약간 적적하긴 했지만 옆 사람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즐기는 것도 새로운 재미였다"고 말했다.

      나홀로 여행… 5년 사이 5배로 증가

      정씨처럼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이 매년 늘고 있다. 하나투어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권이나 여행 상품을 1인용으로 구매한 '혼행족'은 20만6000명으로 2011년 4만6000명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행·숙박 예약 사이트 인터파크투어에서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혼자 항공권이나 여행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연평균 54%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전국 1인 가구 수는 520만에 달하며 전체 가구 중 27%를 차지한다. 이런 1인 가구 증가세와 맞물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 '혼술족(혼자 술 먹는 사람)', '혼영족(혼자 영화 보는 사람)' 등에 이어 최근에는 혼행족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몰 지구(G9)가 지난 7월 이용자 9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혼자 해외여행을 가본 적 있다'고 답했다. 왜 '혼행'을 다니는지 물었더니, 20~30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응답자의 47%)가 많았고, 40대 이상은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42%)라고 이유를 댔다.

      혼행족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단연 일본이 많았다. 하나투어가 혼행족 행선지를 분석해봤더니 일본(29.5%), 태국(8.8%), 홍콩(8.4%), 서유럽(6.9%), 필리핀(6.5%) 순으로 조사됐다. 하나투어 담당자는 "도쿄·오사카 등 일본 도시들은 항공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쇼핑과 음식이 발달한 곳이라 '혼행'에 편하다"고 했다.

      '캡슐호텔'서 자고 항공기 1인 좌석은 추가 할인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는 올해 처음으로 홍콩, 오사카, 대만, 세부 등 혼행족이 선호하는 8개 외국 도시에 대해 1인 예약을 하면 추가 할인을 해주는 행사를 열었다. 남는 좌석도 팔고 "혼행족을 우대한다"는 입소문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 오사카 도심 한 캡슐호텔. 1박에 3만~4만원대인 이 호텔에는 공용 사우나와 실내 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일본 오사카 도심 한 캡슐호텔. 1박에 3만~4만원대인 이 호텔에는 공용 사우나와 실내 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일본을 찾는 혼행족에게 1인 숙박시설 '캡슐호텔'이 인기다. 숙박료가 비교적 비싼 도쿄 등에서 몸만 들어가 잘 수 있도록 만든 초소형 저가 숙박시설인데 혼행족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지난 8월 3박 4일간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이영민(36)씨는 여행비로 30만원 정도만 들었다. 항공은 왕복 20만원대 저가 항공, 숙박은 1박에 3만~4만원인 '캡슐호텔'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는 올해 처음으로 오사카 등 혼행족이 즐겨 찾는 여행지에 저가 호텔을 추천해주고 나홀로 여행객이 즐겨 찾는 맛집을 추천하는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 여행이나 캠핑을 떠날 때도 혼행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단체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자유여행에서도 다시 나홀로 여행이 느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주변의 불편한 시선' 등을 이유로 혼행을 포기하던 이들까지 여행에 나서며 전체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