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1]

Shawn Chase 2016. 8. 23. 13:46

"막상 한국 나와보니 신세계 있더라"

"이렇게 스펙이 안 좋은 사람은 처음 보네요." 인천에서 대학을 나온 김준환(29)씨는 2014년 초 취업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낙담했다. 졸업 학점(3.4)과 토익성적(865점)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입력 : 2016.08.23 03:10

['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1]

- 해외취업 청년 급증
지난달에만 516명… 매년 늘어 "스펙·편견의 벽 뚫고 나왔다"

- 마지막 돌파구가 '희망의 길'로
멕시코 車부품사 들어간 20代, 쿠바 뮤직투어 설계한 가이드…
"이렇게 대우받을 줄 몰랐어요"

"이렇게 스펙이 안 좋은 사람은 처음 보네요."

인천에서 대학을 나온 김준환(29)씨는 2014년 초 취업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낙담했다. 졸업 학점(3.4)과 토익성적(865점)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남들 다 있는 자격증과 해외 연수, 인턴 경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자동차 관련 업계에 입사하려고 졸업(2012년) 후 2년간 20개 이상 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간판'과 '스펙'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매번 낙방했다.

김씨에게 해외취업은 마지막 돌파구였다. 멕시코에 공장이 있는 미국계 자동차 부품 회사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이 회사 면접 때였다. 미국인 면접관이 김씨의 영어 실력이 좋다면서 "자동차 관련 구직활동을 2년이나 꾸준히 했다니 열정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줄줄이 탈락한 입사 지원 내력이 한국 취업 시장에선 '낙오자'의 증표였지만, 외국회사에선 열정의 증거로 반전된 것이다. 김씨는 자동차 전기배선 엔지니어로 멕시코 현지에 취업했다. 초봉은 3000만원이 넘었다. 김씨는 "한국을 떠나보니 신세계였다. 떠나지 않았다면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기나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쿠바 음악 전문 여행가'를 꿈꾸며 작년 3월부터 쿠바에서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윤초원(26)씨는 "취업하려고 온갖 기준에 내 삶을 맞춘 한국보다, 남의 눈치 볼 필요 없는 쿠바에서의 삶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내 취업난을 벗어나 일과 기회를 찾아 세계 각지로 진출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서른 살이 넘어 에티하드 항공사 승무원으로 취업한 김은혜(위 사진)씨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공항에서 근무 중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T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남궁고은씨가 회사 옥상에서 동료와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
국내 취업난을 벗어나 일과 기회를 찾아 세계 각지로 진출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서른 살이 넘어 에티하드 항공사 승무원으로 취업한 김은혜(위 사진)씨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공항에서 근무 중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T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남궁고은씨가 회사 옥상에서 동료와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 /김은혜씨(위 사진 왼쪽에서 둘째)·남궁고은씨(아래 사진 왼쪽에서 셋째) 제공

청년 실업률이 10.6%(1~7월 평균)를 기록하며 구직난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이들처럼 해외에서 활로를 뚫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취업 문을 뚫은 청년들은 67개국 2903명으로 전년도(1679명)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벌써 1528명이 공단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7월에만 516명이 떠났다.

일과 기회를 찾아 청년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잡 노마드(Job Nomad)' 현상이 선진국에선 낯설지 않다. 유럽연합은 2011년 통계 조사에서 15~35세 사이 젊은이의 8% 정도가 해외에 취업 중이거나 해외 취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20대 청년의 60%가 "기회만 되면 해외 취업하겠다"고 밝혔다.

☞잡 노마드(Job Nomad)

직업(job)과 유목민(nomad)을 합친 신조어. 독일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는 "미래에는 국적이 아닌 직업을 따라 세계 각지로 진출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잡 노마드' 출현을 예고한 바 있다. 기존 유목민처럼 공간적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꿔 가는 창조적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취업 족쇄' 보란듯이 깼다… '지·여·인'들의 유쾌한 반란… 한국선 20곳 넘게 낙방… 미국계 회사선 "그 열정 대단" 합격

지난해 4월 일본의 글로벌 주류회사 기린(KIRIN)이 뽑은 신입사원 130명 중 유일한 외국인은 한국인 윤혜정(27)씨다. 기린은 아사히와 함께 일본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 주류회사다.


입력 : 2016.08.23 03:10

['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1] 한국 나오니 취업문 열렸다

"학점 3.0 안되고 토익성적도 없고… 국내기업선 서류전형도 통과못해
일본 기업 20여곳에 도전… 스펙으로 줄세우기 보다 모두 간단한 자기소개만 요구
실력만 있다면 거칠 것 없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아도 외국선 "장애물 아닌 경험"… 말레이시아 승무원 취업 성공
"눈치 안보고 원하는 일 하겠다" 쿠바 음악전문가 꿈안고 현지로

지난해 4월 일본의 글로벌 주류회사 기린(KIRIN)이 뽑은 신입사원 130명 중 유일한 외국인은 한국인 윤혜정(27)씨다.

기린은 아사히와 함께 일본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 주류회사다. 모기업 기린홀딩스의 지난해 연매출은 2조 2000억엔(약 2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윤씨는 국내 취업 시장에서는 줄곧 고배를 마셨던 지방대 인문계 출신이다.

일본 주류 회사 기린에서 부주임 직책을 맡고 있는 윤혜정(왼쪽)씨가 맥주 공장에서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본 주류회사에서 - 일본 주류 회사 기린에서 부주임 직책을 맡고 있는 윤혜정(왼쪽)씨가 맥주 공장에서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혜정씨 제공
도쿄 외곽 사이타마(埼玉)지사 영업부 부주임인 윤씨는 수퍼마켓·레스토랑·호텔·골프장 등과 납품 계약을 맺고 업체들을 관리한다. 워낙 사교적인 성격이라 거래처가 아닌 영업점에도 먼저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계약을 성사시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연봉 2600만원을 받고 있다는 윤씨는 "태어나 자란 곳이 한국이라고 해서 일하는 곳까지 꼭 한국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잡 노마드' 중에는 국내 채용 시장에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소위 '스펙'(취업에 필요한 학벌·자격증·공인 외국어시험 등) 벽에 걸려 쓴맛을 본 청년들이 적지 않다. 학점, 자격증, 외국어 성적은 남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데 이른바 '지·여·인'이라는 이유로 취업 벽에 부딪힌 것이다. '지·여·인'이란 지방대·여성·인문계를 합친 신조어로 국내에서 취업하기에 가장 불리한 조건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의 기득권과 편견이 작동하지 않는 해외에서 이 족쇄를 깨부수고 당당히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여·인'들의 통쾌한 반란

해외 취업자 수
일본에서 직장을 구하기 전 윤혜정씨는 대학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었다. 윤씨 학점은 3.0이 안 됐고 토익 성적은 아예 없었는데, 윤씨보다 스펙 좋은 친구들이 취업에 실패한 것이다. 시험 삼아 서너 군데 국내 기업에 지원서를 냈지만,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윤씨는 취미로 배운 일본어를 살려 2014년부터 일본 취업을 준비했다. 윤씨는 "일본 기업 20여곳에 지원서를 썼는데, 한결같이 간단한 자기소개만 요구할 뿐 지원자의 인적 사항을 시시콜콜 묻지 않았다"며 "스펙으로 줄 세우기보다 정말 실력을 꼼꼼히 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두바이지점 여신 담당자 남승희(33)씨. 지방 대학에서 재무학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4년 전 나는 '지·여·인'보다 더 취업에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원 졸업 후 평소 꿈꾸던 은행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지원했지만 지원할 때마다 실패했다. "지원했다가 떨어진 회사가 50곳을 넘은 뒤로는 세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스물아홉 살이 제 인생에서 '최악의 암흑기'였죠…."

해외로 눈을 돌린 남씨는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서른 살 때 아랍에미리트 한 철강회사에 회계 직원으로 취업했다.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빠른 일솜씨로 직장에서 바로 인정받은 남씨는 석 달 만에 다른 회사에 재무 담당 팀장급으로 스카우트됐다. 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작년 초 은행으로 또 한 번 이직했다. 남씨는 "한국을 떠나오니 비로소 기회가 주어졌고, 꿈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미국계 무역 회사 취직에 성공한 박영빈(뒷줄 왼쪽서 세번째)씨가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무역회사에서 - 에티오피아에서 미국계 무역 회사 취직에 성공한 박영빈(뒷줄 왼쪽서 세번째)씨가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박영빈씨 제공
지방대 일문학과를 나온 배지영(31)씨는 일본 돗토리현의 국제교류 담당 공무원이다. 처음부터 바늘구멍 같은 국내 취업 시장에 들어가기보다 일본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지난 2011년 돗토리현청에 취업한 그는 6년째 돗토리현의 한국어 홍보물을 제작하고, 한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배씨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인기 직업"이라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 중 56%가 여성이며, 실제 문의도 대졸 여성 구직자들로부터 많이 들어온다.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은 여전히 여성 직원의 임신·출산에 우호적이지 않고 성차별도 심한 편이라 여성이 해외 취업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며 "해외 취업의 장점이 더 널리 알려지면 차별의 벽에 막힌 남성 구직자들의 해외 취업 도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국가별 취업자 수
국내 취업에서 '장애물'이 해외에선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20대에 결혼해 아들을 둔 김은혜(34)씨가 4년 전 "오랜 꿈이었던 항공사 승무원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친한 친구들부터 그를 말렸다.

국내 항공사가 기혼에 출산까지 한 사람을 승무원으로 채용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김씨는 실제 국내 항공사들에 취업 문의를 했다가 "나이 제한은 없지만 솔직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그는 외국계 항공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다. 열 살 가까이 어린 지원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모유를 받아놓고 집안일을 미리 해치운 뒤 면접 스터디를 준비했다. 노력 끝에 말레이시아 국적 항공사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 "아이가 보고 싶지 않겠느냐"는 면접관 질문에 김씨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더욱 사명감을 갖고 일할 것"이라고 대답하고 최종 합격했다. 이후 김씨는 연봉 3000만원 이상을 받고 아랍에미리트 항공사로 이직해 일했다. 그는 "외국 항공사는 나이와 출산이란 경험을 '장애물' 아닌 '원동력'으로 보고 나를 채용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140개 기업서 낙방하고 해외 취업 성공

전남의 한 국립대 일문과를 졸업한 장형준(29)씨는 지난해 9월 일본 나고야에 있는 3성급 호텔 'J호텔 린쿠'에 견습사원으로 채용됐다. 호텔 바텐더 일을 하면서 받은 월급은 210만원으로 일본 사회 초년생들이 받는 정도지만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장씨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취업 낙방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J호텔 린쿠에 입사하기 전까지 장씨는 1년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140여곳의 기업에 이력서를 냈다가 모두 탈락했다.

일본 호텔에서 - 140여개 기업에 원서를 냈다가 떨어진 후 일본 나고야의 호텔 취업에 성공한 장형준씨가 호텔 바에서 업무를 배우고 있다.
일본 호텔에서 - 140여개 기업에 원서를 냈다가 떨어진 후 일본 나고야의 호텔 취업에 성공한 장형준씨가 호텔 바에서 업무를 배우고 있다. /장형준씨 제공
장씨는 "입사시험에 매번 떨어지니깐 '역시 스펙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취업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면접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천편일률적인 답변만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로 '면접 오답노트'와 '이력서 오답노트'를 만들어 그간 자신이 쓴 이력서와 면접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꼼꼼히 분석했다. 이런 장씨의 노력은 J호텔 린쿠 입사 때 빛을 발했다. 지난 4년간 일본 관광객 숫자부터 J호텔 린쿠의 재무 상태를 꼼꼼히 파악해 면접장에 들어갔고, 면접관들은 장씨의 답변을 듣고 "비전이 뚜렷한 지원자"라며 합격을 통보했다. J호텔 린쿠를 바라보며 노력한 장씨에게 면접관들은 스펙도, 나이도, 학벌도 따지지 않고 기회를 줬다.

장씨는 지난 3월 정규직 사원 합격 통보를 받아 지금은 레스토랑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초일류 호텔에서 일하는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일본 사람보다 2배 더 열심히 한다는 각오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에서 음악 전문 여행 가이드로

"한국에서는 '나이가 몇 살이니 얼마쯤 벌어야 한다, 결혼해야 한다' 소릴 자주 듣죠. 그런 게 전혀 없는 쿠바 사회가 마음에 들어요."

한·쿠바 교류협회 소속 여행 가이드 윤초원(오른쪽)씨가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카페에서 현지인과 살사 춤을 추고 있다.
쿠바 뮤직 투어에서 - 한·쿠바 교류협회 소속 여행 가이드 윤초원(오른쪽)씨가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카페에서 현지인과 살사 춤을 추고 있다. /윤초원씨 제공
윤초원(26)씨는 국내 최초 쿠바 음악 전문가를 꿈꾸는 여행 가이드다. 사단법인 한·쿠바 교류협회 소속으로 작년 3월부터 쿠바에서 살면서 지난해만 30팀을 이끌고 쿠바 전역을 훑었다. 미국과 수교 이후 쿠바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50% 이상 급증해 일도 바빠졌다. 음악 전공인 특장점을 업무에 적용해 올 초에는 단순 관광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쿠바 뮤직 투어'를 직접 설계했다. 낮엔 쿠바 유명 밴드인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멤버들이 사용한 녹음실 등을 방문하고 밤에는 공연을 보는 테마 관광이다. 올해 쿠바 음악 페스티벌을 한국에서 열 계획도 준비 중이다. 연봉은 2000만원이 채 안 되지만 윤씨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쿠바라는 나라도 생소한데 쿠바 음악 전문가는 국내에 없지 않으냐"면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꾸준히 제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非명문대 중퇴 잡스도 한국 대기업 지원했다면 떨어졌을 것"

"글로벌 시장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한국 경제의 현실을 고려하면 '잡 노마드'는 더 늘어나야 합니다." 시몽 뷔로(Bureau·사진) 벡티스컨설팅 대표는 앞으로 청년의 해외 취업이 '선택'이 아닌 …


입력 : 2016.08.23 03:10

['잡 노마드' 시대가 온다] [1]

시몽 뷔로 벡티스컨설팅 대표
"청년 해외 취업, 선택 아닌 필수… 美·유럽서도 새로운 트렌드"

시몽 뷔로 벡티스컨설팅 대표
"글로벌 시장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한국 경제의 현실을 고려하면 '잡 노마드'는 더 늘어나야 합니다."

시몽 뷔로(Bureau·사진) 벡티스컨설팅 대표는 앞으로 청년의 해외 취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장을 지낸 뷔로 대표는 2010년부터 국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취업 강연과 컨설팅을 해온 글로벌 취업 전문가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국내외 기업에서 근무한 뷔로는 산업인력공단 청년 해외 취업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뷔로는 '잡 노마드'들이 여러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지금의 세계경제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더 이상 예전 같은 고도성장을 이루기는 어렵고 일자리 수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해외시장을 알아보는 구직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해외 취업 증가의 주된 요인은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이지만 한편으론 21세기 노동 시장의 트렌드라고 그는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유럽·호주·이스라엘 등지의 해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태어나 자란 나라에만 머무르기보다 해외로 경험을 쌓으러 나가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뷔로는 "단지 경기가 나빠서 요즘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국경이 점점 낮아지는 만큼 개인의 취향, 선호에 따라 고향을 떠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잡 노마드 역시 국내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과거 부모님 세대와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뷔로는 "요즘 잡 노마드는 주로 2000년대 인터넷과 글로벌 문화를 접하고 자란 '밀레니엄' 세대"라며 "이들은 자율을 존중하고 일·생활 균형을 추구하는 해외 직장의 매력에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뷔로는 또 "스펙 위주로 사람을 뽑는 한국 대기업 '공채' 시스템도 유능한 인재들을 해외로 보내는 데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非)명문대 중퇴생인 스티브 잡스가 만약 한국 대기업에 입사 지원했으면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을 것"이라며 "해외 기업의 능력 위주 인재 선발에 매력을 느낀 한국 인재들이 해외 취업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