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취업난 심각한데 1년도 안된 신입사원 '줄사표'에 충격받은 중견 IT업체 왜?

Shawn Chase 2016. 2. 10. 22:28


입력 : 2016.02.09 14:53


지난해 초 신입사원 40명을 선발한 중견 IT업체는 1년 내내 새내기 사원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로 충격에 빠졌다. 최종 합격자 발표 직후 진행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3명이 불참하는가 하면 매달 1~2명씩 사표를 냈다. 전체 사원이 100여명인 회사에서 지난해에만 15명 이상이 퇴사했다. 대부분이 신입사원이거나 1~2년 정도 연차의 사원들이었다.

김모(28·여)씨는 최근 대형 로펌 비서직을 그만두고 통번역대학원 입시 학원에서 진학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백수가 되지 않기 위해 닥치는 대로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입사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며 “주변에도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무작정 박차고 나온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같은 심각한 취업난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지만,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 결과, 취업 문턱을 넘은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직장에 사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무 기간이 3.6개월에 불과했다. 국내 68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9.6%가 “입사 1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들이 2015년 10월 18일 삼성그룹의 인적성검사(GSAT)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이민아 기자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신입사원들은 왜 퇴사를 결심하는 것일까.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를 퇴사 이유로 꼽은 사람이 2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19.2%)가 많았고, ‘낮은 연봉’(15.7%), ‘열악한 근무환경’(15.1%), ‘잦은 야근 등 강도 높은 업무량’(11.8%), ‘비전을 찾지 못해서’(5.8%)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일단 붙고 보자는 ‘징검다리 취업 행태’와 ‘인내심과 책임의식 부족’을 조기 퇴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징검다리 취업이란 적성에 맞지 않거나 근무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은 회사임에도 우선 취업한 뒤 경력을 쌓아 조건이 좋은 회사로 이직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한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신입사원의 퇴사는 막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연봉 액수만 보고 직장을 선택하거나 이직을 반복하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경력이 단절되는 등의 문제점을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향 취업이 일상화되는 상황도 청년 퇴직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향 취업은 ‘자기 교육 수준보다 낮은 수준을 요구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말한다. 김영재 국제대 교수(사회복지과)는 “과잉 교육과 하향취업은 한국 청년실업의 원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졸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 실태와 원인’ 보고서에서 “하향취업을 통해 취업 시기는 앞당길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직무 일치도가 저하돼 결국 조기 퇴사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입사 직후 1~2년간 직무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셀프홀릭 증후군’도 퇴직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있다. 정경호 엔학고레 소통아카데미 대표는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3~5년차는 돼야 기대하는 만큼의 책임이나 직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엄격한 조직문화를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나타나고 있는데 회식 등과 같은 기성세대 문화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면서 “청년 조기 퇴직현상을 해결하려면 기업들이 젊은 직원들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