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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바꿨더니, 헐크가 된 강정호

Shawn Chase 2016. 6. 26. 23:39

최종석 기자


입력 : 2016.06.24 03:00

[무게는 10g·길이는 1.3㎝ 늘려… 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 MLB 홈런왕 안부럽다
올시즌 안타 절반이 장타… 지난해 홈런왕 데이비스級
- 작년엔 100경기만에 10호 홈런
올해는 불과 39경기만에 달성… 재활하면서 체중도 4㎏ 불려


미 프로야구(MLB)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홈경기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지난해 15개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홈런 페이스는 작년보다 훨씬 빠르다. 작년엔 100경기 만에 10호를 쳤는데, 올해는 39경기 만에 나왔다. 8.4경기마다 나오던 홈런이 평균 3.9경기마다 터지고 있는 것이다. 부상으로 팀 동료들의 절반밖에 뛰지 못했지만 홈런 수는 팀 내 공동 1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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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기자


홈런뿐 아니라 장타도 많다. 올 시즌 안타 35개 중 18개(51.4%)가 장타였다. 쳤다 하면 절반 이상은 2루타·3루타·홈런이란 얘기다. 이 비율은 지난해 MLB 홈런왕 크리스 데이비스(52.0%)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강정호의 타구는 평균 70.2m를 날았는데 이는 작년(61.6m)보다 10m나 길다. 야구 전문가들은 "같은 사람이 세운 기록이 맞는지 놀라울 정도"라며 "강정호가 1년 새 헐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강정호가 1년 만에 변신한 비결은 뭘까.

10g의 비밀

현지에서 강정호를 만난 김용달 KBO 육성위원(전 타격 코치)은 "강정호가 올해는 장타를 노리고 방망이 무게를 880g에서 890g으로 늘렸다"고 했다. 길이도 85.1㎝에서 86.4㎝로 1.3㎝ 늘렸다고 한다. 방망이 무게와 길이가 늘면 더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다. 방망이 무게를 20g 늘리면 비거리가 2m가량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방망이 제조업체 관계자는 "2~3g도 구별해내는 타자들 입장에서 10g은 큰 변화"라며 "강정호가 MLB 투수들의 빠른 공에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망이 무게와 길이가 늘면 스윙 스피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활 기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지난해 96㎏이던 몸무게가 100㎏으로 늘었다.

빠른 공에 풀스윙

올해부터 빠른 직구를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타구에 힘이 실린 측면도 있다. 노려치다 보니 풀스윙을 할 수 있고, 직구인 만큼 반발력도 더 크다. 강정호의 직구 안타 비율은 68.6%(35개 안타 중 24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안타 17개 중 15개(88.2%)가 직구 계열 공을 공략해 나왔다. MLB 투수들이 이를 의식해 6월 들어서는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던지고 있다.

강정호(피츠버그)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뜨겁게 환영하는 프란시스코 서벨리가 이번엔 그의 머리채를 부여잡았다.
격한 격려 - 강정호(피츠버그)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뜨겁게 환영하는 프란시스코 서벨리가 이번엔 그의 머리채를 부여잡았다. 23일 강정호가 시즌 10호 홈런을 친 직후의 모습이다. /AP 연합뉴스


자신이 치기로 마음먹은 구종을 적극 공략하면서 '타격 존(zone)'도 더 넓어졌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작년엔 가운데 높은 공을 당겨 홈런을 쳤는데 올해는 바깥쪽 낮은 공도 마음먹은 공은 밀어서 홈런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강정호가 빠른 공을 강하게 때릴 수 있는 타격 메커 니즘을 갖고 있다고 본다. 김용달 위원은 "강정호는 움직이는 물체를 구별하는 '동체시력(動體視力)'도 뛰어난 선수"라며 "빠른 공과 변화구를 정확하게 구별해낸다"고 했다.

한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이날 신시내티를 상대로 2호 홈런(1점)을 쳤다. 8회 5―4 상황에서 나온 쐐기포였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샌디에이고전에서 안타 2개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