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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드레스 뒤… 숨겨왔던 30가지 약물

Shawn Chase 2016. 6. 10. 13:29

석남준 기자  

입력 : 2016.06.10 03:00

[샤라포바 2년 자격정지, 올림픽 무산]

- 국제테니스연맹, 보고서 공개
평소 감기·편도염 시달리자 윔블던 우승한 뒤 18세부터
'문제의 멜도늄' 등 18가지 복용… 2010년 급기야 서른개로 늘어
샤라포바 "CAS에 제소할 것"

화려한 것처럼만 보였던 테니스 수퍼스타 마리야 샤라포바(29·러시아)가 10대 때부터 수십 가지 약물을 달고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9일 호주 오픈(1월)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멜도늄이 검출된 샤라포바에게 2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리며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샤라포바 사건'을 조사한 ITF 독립조사위원회가 작성한 33쪽짜리 보고서에는 약과 뗄 수 없었던 샤라포바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샤라포바의 약물 복용은 18세였던 2005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샤라포바가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을 제패한 바로 다음 해다. 잦은 감기와 편도염, 윗배 통증 등을 호소했던 샤라포바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병원을 찾았다. '체계적인 진단으로 신체의 불균형을 치료한다'고 광고했던 병원으로, 책임자는 아나톨리 스칼니 박사였다. 스칼니 박사는 "샤라포바의 면역 체계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18가지 약을 한꺼번에 처방했다. 이 중엔 일반적인 건강보조제도 있었지만 나중에 샤라포바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멜도늄도 포함돼 있었다. 멜도늄은 동유럽에서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제로 쓰였지만,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회복을 빠르게 하거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악용되면서 올해 초부터 금지약물이 됐다.

한때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지배했던 수퍼스타 마리야 샤라포바가 금지 약물 복용으로 2018년 1월까지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샤라포바가 지난 5월 붉은 드레스를 입고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행사에 참석한 모습.
한때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지배했던 수퍼스타 마리야 샤라포바가 금지 약물 복용으로 2018년 1월까지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샤라포바가 지난 5월 붉은 드레스를 입고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처음엔 스칼니 박사와 샤라포바 모두 만족했다. 고질적으로 괴롭혔던 감기 관련 증상이 나아졌을 뿐 아니라 성적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약을 복용하면서 샤라포바의 랭킹은 한때 세계 1위까지 올랐다. 2006년 스칼니 박사는 샤라포바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멜도늄 처방을 내렸다. 그는 "경기 1시간 전에 멜도늄 2알을 복용할 것" "주요 대회 중에는 경기 한 시간 전에 멜도늄 복용량을 3~4알로 늘려도 좋다" 등이 포함된 메시지를 보냈다.

18가지였던 샤라포바의 약물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0년 3월엔 처방받은 약의 수가 30개에 달했다고 조사위원회는 밝혔다. 견디다 못한 샤라포바는 스칼니 박사와 만난 지 6년 만인 2012년 결별했다. "더 이상 그 많은 약을 복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샤라포바 약물복용 일지표

그렇다고 샤라포바가 약물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니었다. 샤라포바는 결별 이후에도 멜도늄을 포함한 3개의 약물은 계속 복용했다. ITF 독립조사위원회는 "샤라포바는 의료진이나 자기를 관리해주는 팀원들과 상의 없이 멜도늄을 계속 복용했다"며 "최근까지 그의 아버지와 매니저, 그리고 러시아올림픽팀의 박사만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샤라포바는 여자테니스연맹(WTA)의 의료진에게도 멜도늄 복용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멜도늄은 올해 1월 1일부터 금지 약물로 지정됐지만, 샤라포바는 최근까지 경기가 있는 날 아침에 멜도늄을 두 알씩 복용했다. 멜도늄은 미국에서 유통이 금지돼 있지만, 샤라포바는 "아버지가 러시아의 알 수 없는 곳에서 멜도늄을 갖고 왔다"고 했다. 조사위원회는 "멜도늄이 금지 약물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샤라포바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 기간을 ITF가 요청한 4년이 아닌 2년으로 결정했다. ITF의 징계로 샤라포바의 리우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샤라포바 징계는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멜도늄 양성반응을 보인 140여명의 선수를 징계하는 데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샤라포바는 조사위원회의 결정이 나오자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샤라포바는 자기의 페이스북에 "조사위원회의 잔인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코트에 돌아갈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했다. BBC는 "CAS가 샤라포바에게 관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만약 샤라포바가 CAS의 구제를 받지 못할 경우, 31세가 될 때까지 어떤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최고 클래스 선수로서의 샤라포바의 경력은 마감될 전망이다.


'도핑 논란' 샤라포바, 네티즌 반응은?…"뭐가 억울해?" vs "일단 지켜보자"

디지털이슈팀 기자  



입력 : 2016.06.09 13:40

도핑 의혹으로 인해 2년간의 선수 자격이 정지된 마리아 샤라포바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MBN 뉴스화면 캡처



도핑 파문에 휩싸인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가 2년 간의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으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네티즌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국제테니스협회(ITF)는 9일(한국시각) 샤라포바에게 2년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린다고 밝혔고, 샤라포바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샤라포바는 "ITF가 내린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의도적으로 약물을 복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가능한한 코트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많은 네티즌들은 샤라포바의 발언에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아이디 'b1****'는 "모르는 것도 죄라면 죄다. 프로이기 때문에 테니스협회의 징계를 겸허히 받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아이디 'pe****'는 "실수했다고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는 댓글을 달았다.

반면 일부 네 티즌들은 샤라포바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을 보였다.

아이디 'ki****'는 "일단은 비난하기보다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라는 의견을 전했고, 아이디 'se****'는 "운동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샤라포바는 약물 반응을 보인 것에 당뇨를 치료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금지 약물인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