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글로벌 스타들의 최신 유행 '코끼리 살리기'

Shawn Chase 2016. 6. 22. 22:36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우리가 어렸을 적 즐겨 부르던 이 동요가 미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될 지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코끼리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몇 년 뒤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6.22 08:11 | 수정 : 2016.06.22 08:17


5년 뒤, 아프리카 땅에 코끼리가 사라진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 100만 마리에 달하던 아프리카 코끼리가 2006년에는 55만 마리, 2013년에는 47만 마리까지 줄었다. 2010년, 워싱턴대 생물학과 새뮤얼 와서 교수는 "매년 아프리카 코끼리의 8%가 밀렵으로 죽어간다"며 "2020년에는 코끼리 없는 아프리카에 가슴 아파해야 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 기사 더보기

현존하는 코끼리의 두 종(種)인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는 각각 IUCN이 지정한 취약종(VU·Vulnerable), 멸종위기종(EN·Endangered)에 속해 있다. 포유류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 5천만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과 공존했던 코끼리는 어쩌다 멸종 위기까지 놓이게 된 걸까.


코끼리는 어떤 동물인가?






코끼리와 쥐는 한 핏줄?
2014년, 서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신종 포유류에서 코끼리 DNA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쥐를 닮은 이 포유류는 '코끼리땃쥐'(elephant shrew)과로 '마크로셀리데스 미커스'(Macroscelides micus)라는 학명이 붙어 있다. 몸 길이는 19cm에 불과하지만 코끼리처럼 긴 코를 갖고 있다.
▶ 관련기사: 코끼리가 쥐를 무서워하는 이유… 알고보니 '조상님'



코끼리도 감정을 가진다?
코끼리는 슬픔을 가장 잘 느끼는 동물이다. 짝이나 새끼가 죽으면 며칠 동안 밤샘을 하면서 시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또 자신을 도와줬거나 돌봐준 사람은 반드시 기억한다고 한다. 26년 전 자신에게 우유를 먹여 준 사육사를 기억하고 애정을 표현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 관련기사: [Why] 동물도 느낄 줄 안다


코끼리 똥도 쓸 데가 있다?
코끼리는 하루에 50kg이 넘는 똥을 배설한다. 이 똥 속에는 셀룰로스(섬유소)가 소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는데, 1997년 스리랑카의 사회적 기업 '막시무스(MAXIMUS)가 이 섬유소로 종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코끼리 똥 10kg으로 A4용지 650여 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에서도 사육중인 코끼리 똥을 이용해 종이를 만드는 시도를 한 바 있다.
▶ 관련기사: [혹시 아시나요?] 코끼리 똥으로 종이 만들기… 서울대공원의 녹색 실험


인간과 함께 살아온 코끼리


한국에서의 코끼리

지금으로부터 600여년 전, 일본 국왕이 선물로 코끼리를 보냈다는 기록이 태종실록 11년(1411년)에 남아있다. 그런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하루에 콩 4~5말(1말은 약 18ℓ)을 먹어치우는 코끼리는 금세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도 인도네시아로부터 선물받은 코끼리를 3년간 돌보다 감당하기 힘들어 조선에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던 중 이 골칫덩어리 코끼리가 사고를 친다. 생긴 꼴이 우습다며 침까지 뱉어가면서 놀리던 전직 공조전서 이우를 밟아 죽인 것이다. 결국 '살인죄'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재판을 받고 전라도의 한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되는데, 태종 14년, 날로 수척해가는 코끼리가 불쌍하다 하여 태종이 다시 육지로 불러들였다고 역사는 전한다. ▶ 기사 더보기


세계 속의 코끼리

미국 공화당의 상징 1874년, 미국의 시사 만평가인 토머스 내스트가 한 매체에 게재한 만평에서 유래했다. 내스트는 당시 '멍청함'의 상징이던 코끼리를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유하여 엎어져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후 '공화당=코끼리', '민주당=당나귀'로 굳어졌는데, 현재는 코끼리가 멍청함보다는 머리가 좋고 친근한 동물이라는 점이 더 부각된다. ▶ 기사 더보기

디즈니의 아기코끼리 '덤보' 1941년, 미국의 월트 디즈니 픽쳐스(Walt Disney Pictures)가 제작한 만화영화의 제목이다. 큰 귀로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기 코끼리가 주인공이다. 덤보 캐릭터를 19세기 영국 동물원의 동물 스타였던 코끼리 '점보'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호기심 많고 귀여운 덤보는 영화, 어린이 뮤지컬 등으로 재탄생하며 50년이 넘은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불교의 하얀 코끼리 불교 경전에 따르면, 석가모니의 어머니가 옆구리로 하얀 코끼리가 들어오는 꿈을 태몽으로 꾸었다 한다. 때문에 불교에서 하얀 코끼리는 신성한 존재다. 그러나 가축으로 쓸모가 없고 먹여살리기 힘들다는 특징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비싸기만 하고 실속없는 물건을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라고도 한다.


인간에게 친근한 코끼리, 인간 때문에 사라지다


상아가 뭐길래…
매년 3만 마리씩 밀렵

코끼리의 송곳니인 상아(ivory, 象牙)는 예로부터 고급 공예품이나 장신구 재료로 사용됐다. 플라스틱이 발명되기 전에는 당구공을 만드는 데도 쓰였다. 질이 좋은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를 최고로 치는데, 큰 것은 수m에 달해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으며 무게도 상당하다.

코끼리 상아 거래는 1989년 유엔의 '국제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됐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이 상아 거래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밀매가 성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코끼리 상아는 '부의 상징'이며, 1kg 당 약 1,000달러(한화 약 117만원, 6월 환율 기준)의 거액에 거래된다.


압수된 상아 더미가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코끼리의 불법 밀렵이 끊이지 않자, 아프리카 4개국(케냐·우간다·보츠와나·가봉)은 코끼리 보호를 위한 '자이언트 클럽'을 결성하고 올해 4월, 처음으로 '코끼리 정상회담'을 열었다. 사흘간 열린 정상회담의 마지막 날에는 압수된 상아 1만6000개를 쌓아올린 더미 11개가 불태워졌다. 무려 1억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10억원 어치였다. 이와 같은 퍼포먼스는 코끼리 밀렵을 근절하겠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올해 소각된 상아는 역대 최대치였다. 케냐야생동물보호국(KWS) 키틸리 음바시 국장은 "상아가 오직 코끼리에게만 가치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코끼리 택시·서커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

최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관광객을 태우는 택시 코끼리 '삼보'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40도가 넘는 땡볕에서 매일 12시간씩, 평생 노예같이 일해온 이 코끼리는 갑자기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해 관광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캄보디아 뿐 아니라 태국, 인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한 코끼리가 과로로 죽는 일은 빈번하다.

'일하는 코끼리'의 더 심각한 문제는 코끼리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대다. 동남아 국가에 있는 코끼리 훈련소에서는 먹이에 마약을 섞어 주거나 쇠꼬챙이로 때리며 길들인다. 세계동물보호기구(WAP·World Animal Protection)의 2010년 조사에 의하면 태국에서만 1,700마리에 달하는 일하는 코끼리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일하는 코끼리를 없애 달라는 동물단체들의 청원이 늘자, 지난해 미국에서는 130년 역사의 '코끼리 쇼'를 영원히 중단하기도 했다.

동물 학대 논란, 美 동물쇼 잇따라 폐지…"코끼리·범고래 Good-bye"




무분별한 개발…
코끼리 터전 빼앗아

야생 코끼리가 인가를 습격하는 사건이 태국, 인도 등지에서 부쩍 늘었다. 코끼리는 1년 주기로 생활 터전을 순환하며 살아가는데, 숲이 파괴되자 갈 길을 잃고 농가로 내려오는 것이다. 특히 감자칩, 컵라면,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팜유'를 얻기 위해 인간들이 열대우림의 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 팜나무를 심으면서, 코끼리는 더욱 더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거대한 팜나무 농장이 자리잡은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 섬 또한, 한때는 코끼리와 여러 야생 동물이 살던 숲이었다.





인간이 외면한 코끼리, 인간이 지킨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페이스북·연합뉴스·루피타 뇽 인스타그램


글로벌 스타들의 '코끼리 살리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배우'와 '환경운동가'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코끼리 살리기의 최전방에 서 있는 스타다. 그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만든 환경재단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파운데이션(Leonardo Dicaprio Foundation)'의 중요한 미션을 코끼리 살리기로 정하고, 태국 총리에서 상아 무역 금지를 청원하는 서명을 전달하는 등 전세계를 누비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의 SNS에는 멸종위기종 코끼리들과 찍은 사진이 수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다.

케이트 미들턴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도 남편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인도를 방문해 코끼리 살리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코끼리에게 다정하게 우유를 주는 사진이 공개되자,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케이트 미들턴의 색다른 면모에 많은 이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윌리엄 커플은 2011년 '세기의 결혼식' 당시에도 하객들에게 결혼 선물 대신 야생 코끼리 보존을 위한 기부를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루피타 뇽 영화 '노예12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루피타 뇽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새끼 코끼리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새끼 코끼리는 밀렵꾼의 덫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녀는 "소수의 장신구를 빛내기 위해 매년 3만 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살해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올해 초 야생동물보호협회(WCS)의 홍보 영상에 출연해, "이봐, 오직 이 상아 때문에 코끼리를 하루에 96마리씩 죽이는 일은 그만둬"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많은 아널드의 팬이 그의 메시지에 동의하며 코끼리 밀렵을 멈추라고 요청하고 있다.

'코끼리 살리기 운동'에 할리우드 스타들 나섰다




/로레인 치톡 페이스북

SNS에서 화제가 된 '핑크 상아 캠페인'

미국의 야생동물보호가 로레인 치톡(Lorraine Chittock)은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홍색 상아를 가진 코끼리 사진을 올렸다. 치톡은 "분홍색 상아가 상아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이러한 캠페인이 밀렵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록 치톡이 포토샵으로 만든 사진이기는 했지만 '핑크 상아 캠페인'은 많은 누리꾼의 지지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더 나아가, 또 다른 밀렵의 대상인 코뿔소에게도 이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을 거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준하 페이스북

한국 청년들 관심 끈 아기 코끼리 '도토'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아픈 아기 코끼리 도토를 돌보는 장면이 방영되며 감동을 선사했다. 정준하가 찾은 곳은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으로, 밀렵꾼들에게 부모를 잃거나 구출된 아기 코끼리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방송 이후 아르바이트포털 알바천국이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청춘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은 글로벌 극한 알바'에 43.5%의 청년들이 '케냐 국립공원 코끼리 돌보기'를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야생 코끼리에 관한 이슈가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질 수 있게 되었다.




'코끼리 멸종'은 먼 아프리카 땅에서 벌어지는 남 얘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을 통해 '코끼리 살리기'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접적인 후원이 힘들다면, 유명인들의 코끼리 살리기 활동을 SNS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간접적인 지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타가 주도하는 동물보호 캠페인은 동료들의 기부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사라져 가는 코끼리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