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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수퍼컴 中 '선웨이' 정체...독자 칩 개발 13년 투자 성과물

Shawn Chase 2016. 6. 22. 01:16

류현정 기자   

  • 추다솜 인턴 기자


  • 입력 : 2016.06.21 13:42 | 수정 : 2016.06.21 18:25 2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6 수퍼컴퓨터 학술대회(ISC 2016)' 현장. 중국의 수퍼컴퓨터(이하 수퍼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연산 능력을 지닌 수퍼컴에 올랐다는 소식에 학술대회가 술렁거렸다. 중국이 100페타플롭스 성능의 수퍼컴을 준비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성능은 93페타플롭스(petaflop/s)로 3위인 미국 수퍼컴 ‘타이탄’ 성능의 3배를 웃도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이론 성능은 무려 125페타플롭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1페타플롭스는 초당 1000조번 연산 능력을 말한다. 100페타롭스는 10만조(10경)번 연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수퍼컴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칩 ‘선웨이26010(SW26010)’을 사용, 수퍼컴 학계와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ISC 2016의 순위 발표 이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라는 새 단어가 추가됐다.

    신화통신/차이나데일리
    신화통신/차이나데일리

    ◆ 속속 드러나는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정체

    ISC 2016의 순위 발표 이후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정체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선웨이’라는 수퍼컴의 중국어 이름은 ‘神威(신위)’다. 중국 신화통신 등이 공개한 선웨이 시스템 사진을 보면 ‘神威’라고 적혀 있다. 신의 위엄이라는 뜻이다.

    잭 돈가라 테네시(Tennessee) 대학 교수가 작성한 '선웨이 타이후 시스템 보고서'에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CPU 선웨이 26010(SW 26010)의 중국어 이름이 ‘申威(신위)’로 나온다. 둘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shenwei(선웨이)’다. 중국 내에서는 영어로 Shenwei라고 표기하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Sunway’를 쓴다.

    SW 26010/잭 돈가라 테네시대 교수 '선웨이 타이후 시스템 보고서'
    SW 26010/잭 돈가라 테네시대 교수 '선웨이 타이후 시스템 보고서'

    선웨이 타이후의 CPU ‘SW 26010’는 1.45기가헤르츠(GHz)의 64비트 리스크(RISC) 프로세서이다. 프로세서의 종류는 크게 RISC와 CISC로 나뉜다. ARM의 밉스, 선마이크로소시스템즈의 스파크, IBM의 파워, DEC의 알파 등이 RISC 칩이며 인텔과 AMD의 x86이 CISC 칩에 속한다.

    SW 26010 칩 하나에는 두뇌 역할을 하는 코어가 260개 들어있다. 계산을 담당하는 64개 코어와 이들을 관리 만하는 코어 1개가 짝으로 묶여있다. 칩 하나에 이런 묶음이 4개 있다는 얘기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4만960대의 중대형 컴퓨터(서버·노드)를 연결한 거대한 병렬 컴퓨터다. 총 코어수는 1064만9600개에 이른다. 운영체제(OS)는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이름은 ‘레이즈 OS(Raise OS) 2.0.5’이다.

    돈가리 교수의 보고서를 보면 2003년 설립된 ‘상하이 고성능 IC 디자인센터’가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와 CPU SW26010을 개발했다. 독자 칩 개발 13년만에 빛을 본 것이다. 이 센터는 ‘핵심 전자기기 및 고성능 일반 칩, 기본 소프트웨어’라는 국가과학기술주요프로젝트(NMP) 지원금으로 이 개발을 완료했다.

    상하이 고성능IC 디자인센터의 옛 이름은 지앙난컴퓨터연구소로 추정된다. 지앙난컴퓨터연구소가 중국 토종 칩인 선웨이 칩과 아키텍처를 계속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중국 장쑤성 남부 도시로, 상하이와 가까운 우시(Wuxi)의 국가슈퍼컴퓨터센터에 설치됐다.

    이번 성과를 중국 863계획의 30년 산물로 보는 사람도 있다. 1986년은 중국 과학기술 성장의 원년에 해당한다. 중국은 1986년 7차 5개년 경제계획을 시작하면서 그 해 3월 기초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골자로 한 ‘863계획’을 발표했다.


    수퍼컴 타이후라이트 실제 모습/EPA연합(위),  타이후라이트 시스템 구성도 / 잭 돈가라 테네시대 교수 '선웨이 타이후 시스템 보고서(아래)
    수퍼컴 타이후라이트 실제 모습/EPA연합(위), 타이후라이트 시스템 구성도 / 잭 돈가라 테네시대 교수 '선웨이 타이후 시스템 보고서(아래)


    ◆ 최악의 성적표 받아든 미국, 중국 견제 강화할 듯

    2016년 세계 500대 수퍼컴 순위 '톱500(www.top.org)' 에서 미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우선 중국 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 1, 2위를 차지했다. 2013년 6월부터 6차례 연속 1위에 올랐던 중국 텐허(天河)2는 선웨이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미국 슈퍼컴에 앞서며 자존심을 지켰다.

    톱500에 든 수퍼컴 대수도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수퍼컴 보유대수는 199대였으나 6월 현재 165대로 줄었다. 반면 중국의 수퍼컴 보유대수는 지난해 11월 109대에서 현재 167대로 50% 가량 늘었다. 학술대회가 23년간 톱 500 순위를 집계한 이래 미국의 수퍼컴 보유 대수가 가장 적었다.

    돈가라 교수는 "미국 각 연구소의 로드맵을 보면, 2018년이 돼도 선웨이 타이후와 같은 성능의 수퍼컴을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네시 대학은 수퍼컴 성능 측정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 호스트 사이먼 부총괄은 "중국이 경쟁에서 앞서갔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김다희
    그래픽= 김다희

    이번 결과를 두고 충격에 빠진 미국 내부에선 중국 위협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퍼컴은 기상 예측, 석유탐사 분야 뿐 아니라 암호 해독과 핵무기 개발 등 국방 분야에서도 두루 쓰인다.

    중국의 수퍼컴 텐허2가 연속 1위를 차지하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텐허2의 주요 부품인 인텔 고성능칩 ‘제온(Xeon)’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당시 수퍼컴이 추가 핵개발 등 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품 수출을 중단했다.

    수퍼컴 학술대회 현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제한 조치가 없었다면, 중국이 100페타플롭스 수퍼컴을 2대를 보유하게 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국방과학기술대(NUDT)가 텐허2의 칩 개수를 늘려 100페타플롭스급 수퍼컴으로 성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NUDT가 개발한 텐허2는 현재 4만8000개의 인텔 제온 파이(Phi) 프로세서를 쓰고 있다.

    미국은 수퍼컴 이외의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중국의 화웨이 미국 지사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등 제재 대상국가에 최근 5년간 기술 제품을 수출하거나 재수출한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초에는 중국의 ZTE가 이란 지역의 금수 조치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제한규정(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에서는 미국 제재 대상 국가나 적성국가에 미국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의 수출을 금지한다. 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기업은 미국과의 거래가 전면 중단된다.


    그래픽= 김다희
    그래픽= 김다희

    뉴욕타임스는 반도체 전문가를 인용, “중국 정부가 1500억 달러를 들여 다양한 종류의 칩과 관련된 새 기술들을 개발하고 기업을 사들이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면서 “미국이 수천 개의 칩을 연결하는 수퍼컴 소프트웨어와 통신 기술이 앞섰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은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 존 노이퍼 회장은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무시한다면 수년 내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미국이 수퍼컴 부문의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낙후된 연구개발 환경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CPU 부문에서 큰 발전을 이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수입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의 피에르 페라구 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역량을 모아 잘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도 “중국 IT기업들이 인텔이나 ARM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상업용 칩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