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사설] 도요타 획기적 在宅근무, 우리 기업은 왜 못 하나

Shawn Chase 2016. 6. 12. 01:49


입력 : 2016.06.11 03:22

일본 도요타가 본사 직원의 35%에 해당하는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와 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하는 파격적인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의 국가적 과제가 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업 차원에서 협조하고 인재 이탈을 막으려는 조치다. 도요타는 아이를 키우느라 사표를 쓰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와 노부모를 위해 그만두는 중견 사원을 줄이는 게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기업 처지에서 재택근무는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조직 내 소통이 지장받을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다. 그런데도 도요타가 전면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영에도 도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저출산 해결은 국가적 문제지만 기업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 처지에서 저출산은 미래의 생산 주체이자 소비 주체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일본(출산율 1.4명)보다 우리(1.2명)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여주기식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 기업만 있을 뿐 도요타처럼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는 곳이 없다.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한 사업장은 53%에 불과한 것이 우리 기업의 저출산 대응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직원에게 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기업 문화가 필수적이다. 또 필요에 따라 풀타임과 시간제 근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이것이 승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문화도 필요하다. 우리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정부 기관과 상당수 기업이 이 제도를 시도하고 있지만 잘 정착되지 않는 것은 이런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한두 가지 정책으로 성과를 볼 수 없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의지를 갖고 꾸준히 추진하지 않으면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도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감안하면서 도요타의 혁신적 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