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檢, '롯데 비자금' 압수물 분석·관계자 줄소환…초반부터 '속도전'

Shawn Chase 2016. 6. 12. 01:47

조성준 기자  



입력 : 2016.06.11 22:03


10일 밤 검찰관계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롯데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이 11일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롯데그룹 관계자 소환조사를 병행하는 등 초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이날 오후부터 롯데그룹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 관계자와 계열사 재무담당 실무자 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말 내내 롯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 라인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어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드러나거나 뭉칫돈이 들어오고 나간 흔적이 포착된 일부 계열사 및 본부의 임원급을 포함한 책임자들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전날 롯데그룹 본사와 신동빈 회장 자택 등 17곳에서 압수수색한 압수물 분량이 1t 트럭 7~8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용 파란 상자가 부족해 택배 상자와 일반물품 보관용 상자까지 동원됐다. 많은 양의 압수물을 정리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려 11일 오전에야 마무리됐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본점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방대한 양의 롯데그룹 비자금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압수품의 양이 워낙 방대해 압수품 보관 박스가 부족하자 일반 박스로 포장한 채 트럭에 쌓아올리고 있다./뉴시스 제공


검찰은 롯데 계열사 간 부당한 자금거래 규모를 최소 수백억원대로 추산하고 있으며, 그룹 전체 횡령·배임 규모는 3000억원대 안팎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막 수사를 시작한 상태여서 비자금 조성 규모 등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현재로서는 배임·횡령 규모는 유동적인 상황이며,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점차 확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설] 검찰의 롯데 오너 수사, 논란 피하려면 신속히 마무리해야

입력 : 2016.06.11 03:23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10일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사무실 등 17곳을 압수 수색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아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도 압수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직접 겨냥한 수사라는 뜻이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 등 2개 부서를 동시에 투입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 간 자산 거래를 통한 배임 혐의와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혐의를 수사한다고 밝혔다.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가 포함된 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수사 규모와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배임·횡령 수사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에서 숙원 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군이 안전상 이유를 들어 10여년 넘게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근 성남비행장의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롯데 손을 들어줬다. 맥주 사업 진출과 면세점 확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찰 수사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힌 뒤 로비 의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도 "단서가 나오면 수사한다"고 했다. 건전한 시장 경제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재벌의 불법 행위는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마땅하다.

사실 이번 수사는 롯데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결정적이었다. 형제간 싸움은 소송과 공개적 상호 비방에 그치지 않고 아버지이자 창업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할 정도로 과열됐다. 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와 함께 정체불명의 일본 기업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국내법을 우습게 보고 정부에 도발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롯데 총수 일가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인륜(人倫)을 도외시한 데다 한국의 법질서를 우롱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검찰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을 샅샅이 밝히되 수사는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시기다. 수사가 장기화되면 기업 활동에 미치는 부작용이 점점 커질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포스코 수사를 8개월 끌었고 2013년엔 KT 수사를 6개월 동안이나 했다. 최고경영진의 비리를 깔끔하게 밝혀내지도 못하면서 전(前)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하명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수사를 두고도 벌써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라거나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들의 추문을 덮기 위한 수사'라는 뒷말이 나온다. 검찰이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최단기간 내에 핵심 비리를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