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승무원 채용 '공개 오디션' 논란…"연예인 선발도 아닌데"

Shawn Chase 2016. 5. 31. 01:04

이재은 기자  



입력 : 2016.05.30 13:51 | 수정 : 2016.05.30 14:18


에어아시아 인스타그램 캡쳐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항공사가 네티즌 인기투표로 한국인 승무원을 선발하는 채용 방식을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기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을 신인 연예인 발굴하듯이 외모나 끼만 보고 채용해도 괜찮은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LCC(저비용항공사) 에어아시아는 지난 20일 국내 네티즌이 승무원 채용에 참여할 수 있는 ‘오디션(audition)’ 형식의 공개 채용을 시작했다. 앞서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17일 서강대에서 열린 '에어아시아 드림 토크 콘서트'에서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한국인 승무원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자들은 다음 달 7일까지 1분짜리 자기소개와 기내 안내방송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회사 측에 보내면 된다. 에어아시아는 지원자들의 동영상을 네이버 TV 캐스트 채널에 올려 대중에 공개한다. 이후 네티즌 투표를 거쳐 최종 면접에 참가할 승무원 후보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최근 취업시장에서 오디션 채용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학력·어학 점수 등 스펙을 배제하고 오직 직무수행 능력만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스펙타클 오디션’을 선보였고, KT도 지원자가 직무관련 역량을 5분간 표현할 수 있는 ‘스타 오디션’을 진행한다.

그러나 에어아시아의 오디션 채용은 개별 지원자를 대상으로 일반인이 투표를 하는 ‘인기투표’ 방식이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채용 방식을 두고 일부 승무원 지망생과 네티즌은 “업(業)의 본질을 외면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승무원 지망생 신씨(여·24)는 “회사에서는 외모를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중의 투표를 받아야 하는 만큼 외모나 매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반인 투표를 통해 에어아시아 승무원 후보자로 선발되면 최종 면접에 앞서 토익 점수 등을 기록한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승무원 지망생들은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데 동영상이라는 절차가 추가됐다”는 입장이다.

얼굴을 공개하는 것도 부담이다. 오디션 기간에 지원 영상에 대한 저작권과 응모자에 대한 초상권은 에어아시아에 귀속된다.

승무원 양성 전문 학원의 한 관계자는 “승무원에게 중요한 것은 매력이 아닌 위기 대처 능력이나 교양, 체력, 외국어 실력” 이라며 “아이디어는 신선하지만 이런 채용 방식이 단순 인기투표에 그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어아시아 측은 “이번 특별채용의 취지는 색다른 채용을 시도하는 데 있으며, 외모나 끼만 보고 선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승무원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면 표를 많이 받은 지원자라도 추후 서류와 최종 면접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