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과학TALK]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여객기’ 4년 뒤 부활하나

Shawn Chase 2016. 5. 8. 23:52

김만수 기자


입력 : 2016.05.08 15:00 약 70년 전인 1947년 대기 중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음속)보다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비행기 ‘X-1’이 등장했다. 벨 항공사가 만든 X-1은 로켓 엔진을 달고 음속(시속 약 1224km)을 돌파한 세계 첫 비행기였다. 10여 년 뒤 1960년대 영국과 프랑스는 공동으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개발하고 운항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벨 항공사의 ‘X-1’/NASA 제공

세계 최초로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벨 항공사의 ‘X-1’/NASA 제공

콩코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공기 중에서 비행하는 물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엄청난 소음 문제가 지속됐고 2000년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2003년 운항이 중단됐다. 콩코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 핵심 원인인 소음은 ‘소닉 붐(Sonic Boom)’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NASA가 개발중인 ‘초음속 여객기’ 컨셉 디자인./NASA 제공
NASA가 개발중인 ‘초음속 여객기’ 컨셉 디자인./NASA 제공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소닉 붐 문제를 해결한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미 항공사 록히드마틴과 함께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는 ‘X-플레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2020년 시험 비행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NASA의 연구는 소닉 붐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행체를 디자인하는 게 핵심이다. 첫번째, 컨셉 디자인의 비행체를 작은 크기의 모형으로 제작한다. 두번째, 지상에 만든 ‘공기터널’ 내부에서 이 모형기의 초음속 비행 실험을 통해 공기의 변화를 관찰한 데이터를 얻는다. 세번째, 이 데이터를 이용해 소닉 붐 현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탐색하고 비행체 디자인을 수정한다. 이런 방식을 여러차례 진행하면 소닉 붐을 해결한 초음속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5년 뒤에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3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가 현실화한다.

◆ 마치 ‘천둥’ 같은 소닉 붐...초음속 ‘여객기’의 걸림돌

과학기술이 최첨단으로 발전해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소닉 붐 현상이 대표적이다. 비행기에 로켓 엔진을 달아 속도를 높여도 자연의 법칙을 이겨낼 순 없다.

소닉 붐은 비행기가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공기라는 유체를 지나갈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인한 굉음이다.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공기는 비행기 앞쪽에 모인다. 비행기 앞쪽에 모인 공기의 밀도와 압력은 매우 높아진다. 비행기 속도가 점점 빨라져 음속을 돌파하면 비행기를 가로막는 공기와 앞쪽에 모인 고압력 공기가 부딪치면서 충격파를 만들어낸다. 이 때 천둥 소리처럼 발생하는 굉음이 바로 소닉 붐의 정체다. 세력이 큰 공기 덩어리가 공중에서 부딪칠 때 에너지가 발산하며 번개가 치고 천둥이 뒤따라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소닉 붐에 의한 충격파는 매우 위력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가까운 장소에서 소닉 붐이 발생하면 건물의 유리창도 깨질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대전에서는 굉음과 함께 건물 유리창이 깨진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훈련 중이던 미국 전투기가 일으킨 소닉 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도 대도시 인근 공항에 자주 이착륙해야 하고 저고도 비행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소닉 붐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업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NASA, 소닉 붐 해결·연비 50% 향상 두 토끼 잡는 X-플레인 연구 착수

NASA의 초음속 여객기 ‘X-플레인’ 개발 프로젝트는 기존 여객기가 사용하는 연료를 절반으로 줄이고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도 소닉 붐에 따른 소음을 해결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000만 달러(약 23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NASA는 최근 초음속 비행시 발생하는 충격파를 특수 방법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 사진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곳의 공기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굴절을 촬영한 것으로 소닉 붐 현상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NASA는 최근 초음속 비행시 발생하는 충격파를 특수 방법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 사진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곳의 공기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굴절을 촬영한 것으로 소닉 붐 현상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소닉 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공기 터널’ 실험 장치./NASA 제공
소닉 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공기 터널’ 실험 장치./NASA 제공


에드 와고너 NASA 통합항공시스템프로그램 책임자는 “초음속 여객기를 상업화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행기 동체와 날개 크기, 날개의 모양, 방향키 제어 등 다양한 컨셉 디자인을 내놓는 게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NASA는 또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제트 엔진과 전기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해 초음속 여객기의 연비를 2배 가량 끌어올리는 연구도 하고 있다. 와고너 책임자는 “기존의 비행기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컨셉의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 것”이라며 “초음속 여객기가 가진 리스크를 해결해 항공 제조사들과 항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