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DJ는 개성공단 폐쇄를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Shawn Chase 2016. 3. 4. 09:04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입력 : 2016.03.04 03:20

야권 개성공단 폐쇄 반대… 평화공존 원한 DJ 잘못 이해
김정은 자금조달처 된 공단, DJ도 과감하게 버렸을 것
호남이 공단폐쇄 찬성하면 DJ는 하늘에서 노래하며 춤출 것


새해 들어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와 여타 조치로 대응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야권은 이에 전면적으로 반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승리해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묻고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피해 대책 등을 마련하고 개성공단 부흥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개성공단 재개가 20대 총선 쟁점이 될 것 같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개성공단 중단에 반대한다. 전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주목받는 박지원 의원도 개성공단 폐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며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비판한다.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야권이 개성공단 중단에 반발하는 것은 호남 민심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4.8%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지지하고 42.1%가 반대한다. 반면 호남 인구가 많은 서울에서는 중단 반대(50.3%)가 찬성(48.3%)보다 높고 특히 호남에서 반대(61.4%)가 찬성(33.7%)보다 현저히 높다. 호남 민심과 호남 출신 수도권 민심을 놓고 경쟁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결정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여야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남남이 갈등하며 국론이 분열된다. 호남 민심이 박 대통령의 중단 조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개성공단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햇볕정책의 마지막 남은 상징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TV조선에 출연해 "개성공단 폐쇄를 DJ는 반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DJ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스스로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자칭하지만 박 의원이 DJ의 철학과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DJ가 박근혜 대통령의 조치에 찬성했을 것으로 본다.

DJ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정치인이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협정을 당시 윤보선 등 야당 강경파로부터 '앞잡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지지했다. DJ는 평등과 상호이익이라는 원칙에 따른 국교 정상화를 찬성하면서, "야당이 반대보다는 불합리한 협상 내용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더 훌륭한 조건으로 정상화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야권의 필리버스터 타깃이 된 테러방지법안도 김대중 정권에서 유래한다. DJ는 평화론자도 통일지상주의자도 아니다. DJ는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남북한 독재정권은 남북대결과 통일을 정권 연장에 이용한다고 믿었고 남북 간의 평화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성취될 수 없다고 믿었던 DJ는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 3단계 통일론을 완성해 1971년 10월 제창했고, 이는 박정희 대통령의 19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7·4 공동성명이 평화공존에 실질적 기여는 못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역대 대통령 아래서 이산가족 상봉, 남북 스포츠 단일팀 구성 등 단발 이벤트성 평화교류는 이뤄졌다. 본격적인 평화 교류는 DJ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그 상징물이다.

평화교류는 평화공존의 산물이다. 평화교류가 계속되면 신뢰가 구축되고 그때 가서 국민이 원하면 평화통일을 할 수 있다고 DJ는 믿었다. 그러나 평화공존이 무너지면 평화교류의 바탕이 꺼지고 평화통일은 요원해진다.

1972년 이래 남북한은 평화공존을 말해왔지만 북한은 지속적으로 도발했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는 무력통일의 꿈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다. 남북 평화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순간에도 북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하는가 하면 무력도발을 계속했다. 연평해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2013년 선전포고, 개성공단 잠정 폐쇄, 목함지뢰사건,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은 평화공존과 평화교류의 근간을 파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내심에 끝까지 도전했다.


사상누각이 된 개성공단은 김정은의 전쟁준비자금 조달처로 전락했고 남북관계는 준전시상태다. DJ라도 과감하게 개성공단을 버렸을 것이다. 실용적인 DJ는 붕괴된 평화공존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지 않을지 고민했을 것이고 개성공단보다 평화공존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을 것이다. 호남이 개성공단 폐쇄를 반대하는 이유가 DJ의 정치적 업적이자 공헌이기 때문이라면 이는 DJ를 잘못 이해한 소치다. DJ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를 지지했듯 DJ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을 지지할 것이다. 호남이 DJ를 바로 알고 개성공단 중단 찬성으로 돌아선다면 DJ는 하늘에서 무호남무국가(無湖南無國家)를 노래하며 춤을 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