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가지 이유가 말해준다… 北 광명성호는 미사일

Shawn Chase 2016. 2. 15. 10:46


입력 : 2016.02.15 02:21

[北 핵·미사일 파장]

전문가들이 분석해보니…

- 위성에 맞지 않는 발사 시각
한반도 관측 위성이라면 오전 10시30분~11시가 좋지만 9시30분에 발사한 건 부적합
- 페어링에 묻은 화약 검댕
전지판·카메라도 오염돼 지구 관측용으로는 쓸수 없어
- 고체 연료같은 액체 연료
로켓에 쓰는 액체 연료지만 6개월동안 장기 대기 가능해 미사일처럼 언제든 쏠 수 있어

          ◇위성에 맞지 않는 발사 시각

광명성 4호 위성은 우주 궤도에 안착해 지구 상공 472.5~508.2㎞ 지점을 돌고 있다. 북한은 광명성 4호를 지구 관측 위성이라고 주장한다. 위성에 달린 카메라로 지상을 촬영해 농업 등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성 전문가들은 "지구 관측 위성이라면 발사 시각부터 달랐어야 했다"고 말한다.



인공위성 발사체로 보기 힘든 북한 광명성호

/그래픽=양인성 기자




지구는 남극과 북극을 잇는 가상의 선을 축으로 서에서 동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자전(自轉)한다. 위성은 지구 중심을 지나는 축 방향으로 돌아야 중력에 끌려가지 않는다. 지구가 수평으로 자전하므로 위성이 북한을 자주 관측하려면 남극과 북극 상공을 지나는 수직 방향으로 도는 게 낫다. 위성이 수직으로 도는 사이 지구가 수평으로 돌면서 위성 쪽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광명성 4호처럼 저궤도를 도는 위성은 하루에 14~15바퀴 정도 지구를 돈다. 이 중 3~4번 한반도를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언제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느냐이다. 지구 관측 위성은 관측할 곳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지나가도록 맞춘다. 그래야 매일 위성 영상을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강경인 박사는 "한반도를 관측하는 위성이라면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 지나가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는 이때가 햇빛에 생긴 그림자로 지상의 물체를 알아내기 쉬운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오후 1시 30분쯤에도 비슷한 그림자가 생기지만 지표가 데워진 상태라 대기에 아지랑이가 생겨 위성 영상이 흐릿해진다. 로켓 발사 후 위성의 궤도 진입까지 10분 안에 끝나므로, 광명성호도 오전 10시 30분 전후 발사해야 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보다 1시간이나 빠른 오전 9시 30분에 발사했다. 북한이 지상 관측보다 일단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북한이 2012년 '은하 3호'를 발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패로 끝난 4월 13일의 발사는 오전 7시 39분에 이뤄졌고, 12월 12일 광명성 3호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던 발사 시각은 9시 49분이었다. 북한은 모두 지구 관측 위성이라고 했지만 발사 시각이 제각각이어서 진짜 목적이 '지구 관측'으로는 보기 힘든 것이다.

페어링에 묻은 화약 검댕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해군이 수거한 광명성호의 페어링(위성덮개)도 인공위성 발사체에는 걸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어링은 발사체 맨 꼭대기에 실은 인공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이다. 조 원장은 "페어링 사진을 보면 안쪽이 검댕으로 덮여 있는데 2단 로켓과 분리시 화약이 폭발한 흔적"이라며 "이 정도면 페어링 안쪽에 있는 인공위성의 전지판이나 카메라에도 검댕이 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링에 있어야 할 진동 흡수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화염을 뿜는 로켓에는 엄청난 진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진동으로 생긴 음파는 인공위성의 각종 부품에 손상을 입힌다. 이를 막는 장치가 바로 '음향 블랭킷(acoustic blanket)', 즉 '소리를 막는 담요'다. 하지만 수거된 페어링에는 음향 블랭킷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조 원장은 밝혔다.

내부에 검댕이 묻어 있고 음향 블랭킷이 없다는 점은 북한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에만 신경을 썼지 위성의 성능은 안중에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즉, 장거리 미사일용 로켓 실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액체 연료 재질과 공급 방식도 의혹

광명성호의 연료도 의혹의 대상이다. 보통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쓰고 우주 로켓은 액체 연료를 쓴다. 미사일은 원할 때 바로 발사할 수 있어야 하므로 미리 고체 연료를 장착해둔다. 액체 연료는 미리 주입해두기 어렵다. 극저온, 초고압 상태에서만 액체 상태를 유지하므로 발사 직전에 주입한다.

광명성호는 액체 연료를 사용했다. 하지만 액체 연료 중에서도 상온에서 보관하기 용이한 하이드라진(연료)과 질산(산화제)을 썼다. 최소 반년 동안 주입한 채 대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의 고체 연료와 차이가 없다. 두 물질은 맹독성이라 우주 로켓에 거의 쓰지 않는다. 미사일을 우주 로켓으로 발전시킨 중국만 같은 연료를 쓴다.

미국의 저명한 우주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오버그는 지난 5일 국제전기전자협회(IEEE)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2012년 4월 은하 3호 발사 참관에서 연료를 옮기는데 우주 로켓에서처럼 기차나 파이프가 아니라 차량을 쓰는 것을 봤다"며 "감시를 피해야 하는 미사일 시험에 쓰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미사일에 필요한 기술을 시험하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호'를 놓고 우주 로켓 발사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확보를 위한 미사일 발사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주 로켓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평화적인 목적의 우주 발사체이고, 미사일은 핵탄두 등의 폭탄을 싣고 적진으로 날아가는 무기이다. 우주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광명성호가 인공위성을 지구 상공 궤도에 진입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발사 과정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위성 발사를 빙자한 미사일 시험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