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및 연예
울며 ‘짬밥’ 먹던 혜리, 광고 100억 잭팟 터졌다
‘응답하라 1988’ 덕선 역 혜리 인터뷰
“광고계 블루칩?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
“아이고~ 성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
올 겨울 가장 반가운 스타는 바로 혜리다. 적의라고는 하나 없는 맑은 눈망울과 ‘헤에’하고 벌린 바보같을 정도로 순수한 그 표정으로 그는 tvN ‘응답하라 1988’의 트레이드마크 덕선이 됐다.
종영 후에도 혜리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성장가능성을 확인하고 섭외를 한다는 광고계에서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혜리가 올릴 매출 규모만 100억 원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했다. 단, 사생활 관리와 차기작 선정만 고심해서 한다면 말이다.
2014년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통해 한 차례 몸값을 높인 혜리는 ‘응팔’ 이후 6개월 단발에 4억원, 1년에 5억원의 모델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그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광고가 15편, 촬영해야 할 광고는 10편 이상. 한 연예계 관계자는 혜리는 약 13개의 광고를 촬영해 약 60억 원의 수입을 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호텔에서 혜리를 만나 광고 수익에 대한 진위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이날 혜리는 “사실 구정때까지 촬영 일정이 쭉 잡혀있긴 하다. 어느 날, 어떤 일을 할 지는 잘 모른다. 그냥 그날 그날 닥치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혜리는 60억원의 수입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았다. “자세한 숫자, 그러니까 액수 같은 것은 잘 모르겠다. 만약 60억을 벌었다고 가정하면 이건 ‘이만큼 사랑 받고 있다’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또 대중들이 나에게 거는 바람이지 않을까. 어찌됐든 많이 찾아주고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혜리 소속사 관계자는 “사실 시간이 없어서 찍지 못하는 광고들이 더 많다”라고 조심스럽게 사정을 밝혔다.
광고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장 핫한 스타지만 추후 활동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모델 파워가 지속될지 반짝하고 사라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0년 걸스데이로 데뷔한 혜리는 ‘반짝반짝’ ‘기대해’ ‘링마벨’ 등의 곡을 발표, 히트시켰다. 이후 연기자로 겸업을 선언했다. SBS 드라마 ‘맛있는 인생’(2012)으로 시작해 JTBC ‘선암여고 탐정단’(2014), SBS ‘하이드 지킬, 나‘(2015)까지 주조연급으로 출연했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다소 미흡한 연기력으로 논란을 사기만 할 뿐이었다. ‘진짜 사나이’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으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15년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 눈에 든 혜리는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 덕선 역으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제 가장 이제 혜리의 대표작에는 ‘진짜 사나이’가 아닌 ‘응답하라 1988’이 쓰이게 됐다.
[인터뷰①]혜리의 선택! 지구상에 '쌍문동 4인방'뿐이라면
'응답하라 1988' 덕선역 혜리
"정환에 대한 마음, 사랑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죠"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었다.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되는 날은 산해진미가 그득한 잔치날이었다. 쌍문동 4인방.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은 '짠 내' 물씬 나는 방송 지분으로도 안방극장 여성 시청자들의 응답을 받고야 말았다. 네 가지 유형의 '판타지'는 거부할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이므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근무 환경. 2015년 11월 첫 방송부터 3개월여 동안 그들의 사각지대를 면밀히 훑어 온 덕선에게 물었다. 지구상에 남자라곤 그 '쌍문동 4인방'만이 남아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이냐고. 아, 물론 작품에서의 남편은 ‘택’이지만 말이다. <편집자주>
'응팔' 종영 후 출연진, 제작진은 모두 포상 휴가 차 태국 푸켓을 다녀왔다. 입국하자마자 혜리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혜리'라는 연예인이라기보다 '덕선'이라는 사랑받아 마땅한 캐릭터로 인지되는 지금.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은 '끝사랑은 가족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쌍문동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나 여주인공 덕선의 '남편 찾기'는 기록적인 시청률의 일등 공신이다.
극 초반 선우부터 중후반 정환, 후반 택이에 이르기까지. 덕선은 '응답'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남자에게 설레었다. 한 때는 '지조도 없는 아이'라고 질타를 받기는 했지만 택과의 끈기 있고 아련한 사랑의 결실로 절반의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반면 설득당하지 못한 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예를 들자면 '어남류'를 꾸준히 밀어왔던 시청자들이다.
혜리는 "'사실은 어남류예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부문"이라면서도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반박할 수 없다"라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그의 '애매모호'한 대답을 이해해야만 했다. '덕선'과 '혜리'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리는 명석하게도, 제작진이 작품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전했다는 단서는 달았다.
"모두를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택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됐더라도 누군가는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되든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을까."
혜리는 덕선의 ‘순수함’을 강조했다. 그는 "덕선이 선우와 정환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은 주변에서 '널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듣고부터다. 어리고 순수했던 친구가 혼란스러운 마음에 ‘아, 그래? 그럼 나도 쟤가 좋아’ 하면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혜리는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랬다. 정환이는 아직 덜 여문 사과 같은 덕선의 풋사랑이다.
“동룡에게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덕선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덕선은 초반부터 택을 의식하고 있었다. ‘왜 그 아이는 저렇게 춥게 입을까, 밥은 먹었을까, 또 약을 먹고 잤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택에 대한 마음을 덕선은 의식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덕선의 감정의 흐름으로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설득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응답하라 1988'의 결말 논란에 대해 혜리는 애매하지만 어쩌면 가장 현명한 대답을 내놨다./사진=변성현 기자
덕선이 아닌 실제 혜리였더라도 택이를 선택했을까. 지구상에 남자라고는 정환, 택, 선우, 동룡뿐이라면 누구와 사랑에 빠졌을까.
혜리는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쌍문동 4인방’은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에 '보기 좋은 떡'이지 덕선에 입장에서 결핍투성이인 아이들이다.
“한 친구는 아무것도 못하고, 한 친구는 바둑밖에 모르고, 얘는 웃기기만 한다. 한술 더 떠 얘는 ‘성보라’(류혜영)을 좋아한다.(하하) 덕선의 입장에서 보면 극적이고 까칠한, 그리고 어딘가 결핍이많은 아이들이다. 혜리의 입장에서 보면, 글쎄... 좋은 부분만 섞을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결혼이라도 하겠다.(하하)”
‘응팔’은 공감 가는 스토리와 함께 매력있는 신진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그들을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항상 류준열, 이동휘, 고경표, 박보검에 둘러싸인 혜리의 모습을 보고 ‘부러운 근무환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혜리는 “박보검 빼고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막내처럼 귀여워해줬다”라면서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에 대해 회상에 잠겼다.
그는 “다른 분들은 예전부터 관계가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혹시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촬영 전부터 대본 리딩도 하면서 자주 만났다. 본격적인 촬영 때에는 이미 친해진 상태라 즐거웠다. 스텝들이 ‘얘들아~ 그만 놀고 촬영 좀 하자’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첫 주연작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촬영 하면서 ‘잘 나올까요?’ 하며 묻곤 했는데 오빠들은 ‘야~ 우리 덕선이 잘한다, 최고야’ 하며 격려를 해줬다. 많이 배웠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혜리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혜리는 '응팔'의 '덕선'이라는 값진 커리어와 함께 녹록지 않은 연기 인생을 응원해줄 든든한 지원군들을 얻은 모양이다.
[인터뷰②]혜리를 키운 건, 팔 할이 '시청자'였네
[김예랑 기자]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올해 스물 셋,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를 배우로 성장시킨 것은 아마도 팔 할이 ‘시청자’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평균 19.6%, 최고 21.6%라는 케이블 역사상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응팔’의 이같은 성과는 전작들과 연장선상에서 이어지는 ‘남편찾기’라는 세계관과 평범한 누군가의 추억들이 재미있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버무려져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클리셰들과 다소 미흡한 후반 전개는 질타를 피할 수 없었지만, 대중은 새로운 얼굴을 얻었다. 정환이 그랬고, 택이 그랬다. 동룡, 선우, 보라, 미옥, 정봉이 그랬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좋아했던 그 소녀, 덕선이 그 중심에 있었다.
덕선 역의 혜리는 대중들의 큰 우려와 함께 캐스팅이 됐다. ‘응답’ 전작들의 화려한 성적과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팔’ 1회가 방영되자 ‘혜리가 적임자’라는 신 PD의 말을 방증하듯 ‘연기력’에 대한 불신은 잦아들었다.
혜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쌍문동 여고생 덕선과 혼연일체의 모습으로 한 번쯤 그리워했던 1988년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혜리는 알고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혜리는 “모두의 걱정 어린 시선들이 나 조차도 이해가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한 번 보자’고 하시기에 ‘되겠어?’ 하는 심정으로 미팅을 갔다. 이렇게 대단한 사랑과 관심을 받은 드라마에 캐스팅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 기대 없이, 걱정 없이 오디션을 봤다”라고 발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혜리는 첫 눈에 신원호 PD의 눈에 들었다. “솔직하게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더니 되려 그런 부분들을 좋아해 주셨다. 보시고는 ‘덕선’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해서 캐스팅 됐다. 사실 잘 모른다. 왜 됐는지.(하하)”
혜리 스스로는 덕선 역 발탁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응팔’을 애청한 시청자들이라면 고개를 절로 끄덕일 대목이다.
“시나리오 상 덕선은 울고, 웃고, 감정 표현이 많은 천방지축에 활발한 소녀다. 대책 없이 밝은 부분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덤벙거리고 바보 같은 부분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되게 똑똑한데’ 하고.(웃음) 알고보니 제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했을 때 그런 부분이 있다더라. 그때 감독님의 조언으로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들을 봤다. 다시 날 돌아보는데 방송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보이는 거다. 무의식중의 행동들이 덕선과 비슷하다고 느끼셨구나 했다.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그런 작은 모습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걸스데이 혜리가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배우로 발돋움 했다. /사진=변성현 기자
2010년 열일곱의 나이에 4인조 아이돌 걸스데이로 데뷔한 혜리는 막연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사실 3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보냈다. 부족한 모습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것을 해도 되는 사람인지 말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혜리는 연기에 발을 디뎠다. SBS 드라마 ‘맛있는 인생’(2012)으로 시작해 JTBC ‘선암여고 탐정단’(2014), SBS '하이드 지킬, 나‘(2015)로 한 계단씩 밟아 나갔다. 사실 연기에 대한 애정은 보답받지 못했다. 혜리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게 된 것은 MBC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이다.
이제 혜리의 대표작에는 ‘진짜 사나이’가 아닌 ‘응답하라 1988’이 쓰이게 됐다. 인기와 연기력까지 동시에 인정받게 된 것. ‘아이돌 출신 연기자’, ‘발연기’라는 꼬리표를 스스로의 힘으로 털어버리게 됐다.
혜리는 “스스로에 대해 믿음이 크지는 않았다”라고 겸손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단지 이번 작품에서 ‘아, 이렇게 표현하면 이렇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구나’ 하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시청자의 반응에서 믿음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아마 연기를 계속 했을 거다(웃음)”라면서도 “시청자들의 반응에서 많이 배웠다. 공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자신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혜리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연기는 지금 100점 중에 5점이다. 그는 “예전에는 ‘100을 어떻게 채우지? 망했다‘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점 채웠어, 이제 95점 남았구나. 얼마 안남았어‘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이 있고 시선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응팔‘을 통해 조금 순화시켰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인터뷰①] 혜리의 선택! 지구상에 '쌍문동 4인방'뿐이라면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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