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北 모란봉악단 철수, 시진핑 관람 취소 때문"

Shawn Chase 2015. 12. 18. 08:24

황대진 기자

 

입력 : 2015.12.18 03:00 | 수정 : 2015.12.18 06:21

정부 고위관계자 밝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中이 공연서 빼달라 요구…
北 거부하자 시주석 불참 통보… 악단도 돌아가겠다고 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 모란봉악단이 지난 12일 베이징 공연 당일 돌연 북한으로 철수한 결정적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관람을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모란봉악단 공연에는 애초 중국의 시 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관람이 예정돼 있었다. 중국은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하면서 북한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었다. 모란봉악단의 이번 공연도 중국 공산당 초청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10월 1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당 70돌 기념 행사 때 모란봉악단과 국가공훈합창단의 합동 공연 모습. 무대 뒤에 설치된 배경 화면에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장면(왼쪽 사진)이, 노동당 창당 70돌 열병식에 등장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이동 장면(오른쪽 사진)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당 70돌 기념 행사 때 모란봉악단과 국가공훈합창단의 합동 공연 모습. 무대 뒤에 설치된 배경 화면에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장면(왼쪽 사진)이, 노동당 창당 70돌 열병식에 등장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이동 장면(오른쪽 사진)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TV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관람을 앞두고 지난 11일 국가대극원에서 진행된 모란봉악단의 공연 리허설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공연 말미에 미국 등을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이 대형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삭제해 줄 것을 북측에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는 장면을 시 주석이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북한 측은 "우리가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조·중(북·중) 우호를 위해 왔는데 그렇게는 못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중국 측은 "미사일 장면을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지도자의 공연 참석은 불가하다"며 관람객의 '격(格)'을 낮추겠다고 통보했고, 북측은 "그럼 우리도 공연을 취소하고 돌아가겠다"고 맞섰다고 한다.

모란봉악단은 결국 12일 공연 시각(오후 7시 30분)을 불과 3시간여 앞둔 오후 4시 7분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베이징을 떠났다. 이들은 김정은 제1비서의 '친솔(親率·직접 챙김) 악단'인 만큼 공연 취소도 김정은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애초 북·중 화해를 위해 추진됐던 이번 공연이 다른 것도 아닌 최고 지도자가 연관된 문제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중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5월 북한의 제7차 당(黨)대회를 앞두고 거론되던 김정은의 방중(訪中) 역시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201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당시에도 피바다가극단을 먼저 보내 분위기를 띄운 적이 있었다. 북한은 베이징 공연이 취소된 지 5일이 지난 17일까지도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모란봉악단이 지난 9일 노동당 선전선동비서인 김기남과 북한 주재 중국대 사 리진쥔(李進軍)의 배웅을 받으며 중국으로 떠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이후 공연 취소와 철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중국은 모란봉악단이 평양으로 돌아간 뒤 이들을 이끌고 왔던 최휘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악수하는 사진을 공산당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공연 취소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입력 : 2015.12.18 03:00

러가 체류비·항공료 등 30만弗 요구하자 北발끈… 결국 반반 부담으로 봉합

북한 청봉악단이 지난 9월 1일 모스크바 모스크비치문화센터에서 공연하는 모습.
북한 청봉악단이 지난 9월 1일 모스크바 모스크비치문화센터에서 공연하는 모습. /북한‘내나라’홈페이지 캡처

모란봉악단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총애를 받는 양대(兩大) 악단인 북한 청봉악단이 지난 8~9월 러시아 공연 당시 비용 문제 등으로 북·러 간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가 청봉악단의 왕복 항공료, 공연장 대관료, 숙식비 등 체류비로 30만달러(약 3억5400만원)를 청구하자 북한이 발끈했다"며 "결국에는 반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당시 러시아는 "당신들이 와서 공연하겠다고 했지, 우리가 오라고 했느냐"며 비용 부담을 북한에 요구한 반면, 북한은 "친선 공연인데 왜 우리가 내느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청봉악단이 상업적인 공연을 한 것이 아니라 북·러 친선의 해 기념공연을 한 것이어서 비용 문제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청봉악단은 지난 7월 김정은이 직접 조직한 여성 기악조로 구성된 악단이다. 북한이 "국보급 예술 단체"라고 자랑하는 청봉악단은 북·러 친선의 해를 맞아 창단 직후인 지난 8∼9월 러시아를 방문했다. 모스크바 차이콥스키음악당(8월 31일)과 모스크비치문화센터(9월 1일), 극동 지역인 하바롭스 크뮤지컬극장(9월 3일)에서 공연했다. 차이콥스키음악당 공연 때는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김형준 주러시아 북한 대사 등 양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청봉이란 이름은 북한이 1939년 5월 김일성 빨치산이 야영했다고 주장하는 백두산 지역의 봉우리에서 따왔다. 모란봉악단과 함께 김정은의 '친솔(친히 거느리는) 악단'이며 국보적인 예술 단체로 대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