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01 03:00 | 수정 : 2015.12.01 10:20
[오늘의 세상]
-신도회 퇴거요구에 몸싸움
韓위원장 "5일까지 머물것"
신도 "경찰 요청해서라도 끌어내야겠다" 격앙
양측 한시간 가량 실랑이… 신도 "韓, 사과 한마디 없어"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관음전) 앞으로 성난 조계사 신도회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기념관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15일째 경찰을 피해 은신해 있는 곳이다.
남자 4명, 여자 11명 등 모두 15명인 신도회 회장단은 기념관 주변에 모인 기자들에게 "신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한 위원장을 조계사 밖으로 내보내려고 들어간다"고 한 뒤 한 위원장이 있는 건물 4층으로 올라갔다. 그로부터 30분쯤 뒤 신도회 박준(74) 부회장이 격앙된 모습으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박 부회장은 "도저히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경찰에게 한 위원장을 조계사에서 끌어내라고 해야겠다"고 말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앞서 신도회 회장단은 이날 오후 2시 긴급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한 위원장을 직접 끌어내기로 결정했다.
박 부회장 등에 따르면 신도회 회원들은 이날 오후 2시 50분 한 위원장이 있는 기념관 4층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함께 간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이 '내가 설득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자 한 위원장 방 앞에서 30분 가까이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방에서 나오지 않자, 박 부회장을 포함한 남자 신도 4명이 방안으로 들어가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박 부회장 등은 "그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발버둥을 치면서 한 위원장이 입었던 회색 승복 윗도리 단추가 뜯어져 나갔는데, 한 위원장이 입고 있던 상의는 물론 트레이닝복 바지까지 벗고 팬티 차림으로 버텼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한 신도가 '죄가 있으면 떳떳하게 벌을 받으라'고 하자 한 위원장은 '나는 죄가 없다'고 하더라"며 "신도들에게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않고, '(2차 민중 총궐기 집회를 하는 12월 5일까지) 5일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더라"고 했다. 이 같은 양측의 실랑이는 오후 4시 20분쯤까지 이어졌다. 박 부회장은 "한 위원장을 찾아간 신도회 회원 대부분이 노인이어서 한 위원장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도회 회원들은 조계사 주지(住持)인 지현 스님을 찾아가 "주지 스님이 책임지고 한 위원장을 내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신도들과 지현 스님의 면담장 밖으로 간간이 고성(高聲)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지현 스님은 "신도회 분들이 워낙 격앙돼서 우선 진정시켰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7시쯤엔 조계사 행정국장 등목 스님 등 조계사 관계자 6명이 한 위원장이 있는 기념관 4층으로 올라갔다. 조계사 스님들은 한 위원장의 자진 출두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사 측은 한 위원장 문제와 관련해 1일 오전 내부 회의를 열 예정이다.
시위나 파업을 주도한 세력이 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로 들어간 것은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때,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등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신도회 회원들이 나서서 이들에게 '조계사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다.
조계종단 역시 "조계사와 신도회, 화쟁위원회 등이 국민과 불자(佛子)들의 마음을 헤아려 잘 대처하라"(자승 총무원장)며 종단 차원에선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이에 따라 조계사는 한 위원장 '신변 보호'를, 화쟁위원회는 경찰과의 '중재'를 맡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신도회가 이날 한 위원장에게 퇴거를 요구함에 따라 화쟁위 등이
난처한 입장이 됐다.
한편 민노총 간부 2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을 강제로 들어내려 했다니 당황스럽기 그지없고 서운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가눌 수 없다"고 했다. 민노총은 이날 밤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신도들의 퇴거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경찰은 500여명을 조계사 주변에 배치했다.
[사설] 도심 난동 세력 피신처 되길 거부한 조계사 신도회
입력 : 2015.12.01 03:22
조계종은 그동안 한 위원장 퇴거 문제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신도들이 "더 이상 범법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신도회는 1일 150여 명이 모이는 임원 총회를 열어 한씨 강제 퇴거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며 지난 14일 폭력 시위를 선동해놓고는 "부처님 자비심으로 보듬어달라"며 조계사로 숨어들었다.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도 모두 깔아뭉갠 사람이다. 그는 조계사에서 연일 시위 선동 메시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경찰과 '중재'를 요청했다. 신도회가 자신들의 종교 시설에서 이런 사람을 나가라고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우리 종교 시설은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이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런 어두운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이제 평화적 시위는 법이 보장하고 있다. 민노총은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선망하는 기득권 노조들이 주축이 된 단체다. 이들은 이미 약자(弱者)가 아니다. 법질서를 우습게 보고 나라를 마비시키겠다고 호언하는 세력이다. 조계사 신도들이 이번에 한 위원장을 강제 퇴거시키겠다고 나선 것은 폭력 시위범, 도심 난동범들이 종교 시설로 숨어들어 양심수처럼 행세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불법 시위자들도 알아야 한다.
조계사 신도회 "한상균 위원장에게 6일까지 시간 주겠다"
입력 : 2015.12.01 15:42 | 수정 : 2015.12.01 17:09
조계사 신도회가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은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5일로 예정된 ‘제2차 민중총궐기’ 다음날인 6일까지 머무는 것을 사실상 허용했다.
신도회는 1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임시비상총회를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 신도회는 “한 위원장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조계사는 하루속히 신도들이 누구나 참배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청정도량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도 “(6일까지는) 우리 신도들이 좀더 인내하고 참고 견디자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고 밝혔다.
신도회는 “조계사는 대한민국 불자들이 일상의 번뇌를 쉬며 수행하는 공간이자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이라며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해하지만, 벌써 보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이목은 조계사를 찾는 대다수 신도와 시민들의 걱정을 넘어섰다”고 한 위원장의 은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장이 (제2차 민중총궐기가 진행되는 5일까지) 기다려 달라는 표현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좀 더 믿음으로 신뢰로 조금 더 인내하겠다”고 은거 허용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회의 결과를 전한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지금까지 보름 넘도록 참았는데 6일까지만 더 참자’는 의견과 ‘6일까지는 너무 길다. 그 전에 (한 위원장이) 대승적 결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간에 대립이 있었다”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신도들이) 인내하겠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0일 오후 신도회 일부 회원들은 한 위원장이 은거하고 있는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관음전) 앞으로 몰려가 한 위원장의 퇴거를 시도했으나 한 위원장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신도들에게 “(제2차 민중총궐기가 있는 12월 5일까지) 5일만 기다려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회의 퇴거 요구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신도회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한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밝히겠다”고 했다.
한편 관음전에 은거 중인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기자회견 도중 4층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비쳤다. 한 위원장은 “12월 5일 (제2차 민중총궐기에)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많은 민중들이 올라올 것”이라며 “이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야 한다. 우리가 평화 시위를 약속한 만큼 (정부도) 헌법에 보장된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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