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이재명 51 vs 윤석열 21 출판가 대선 승자는?

Shawn Chase 2022. 2. 13. 13:38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2-02-12 오후 2:50:55

 

 
▲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3·9 대선 관련 서적 판매대.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오는 3월 9일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서점가에 각 후보의 이름과 얼굴을 내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를 비롯해 각당 대선후보의 이름이나 얼굴을 내건 책들은 줄잡아 130여종. 교보문고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형서점들도 대선 관련 책들을 위한 별도 매대를 설치하고 판매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출판시장 불황이 고착화된 요즘 가뭄에 단비 같은 대선 특수(特需)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지지율 양강(兩强)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중 서점가에서는 누가 우세할까. 일단 출간된 책의 숫자만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의 이름이나 얼굴이 책 표지에 들어갔거나, ‘기본소득’ 등 대표 공약 등을 앞세운 책은 줄잡아 51종에 이른다. 반면 윤석열 후보를 다룬 책은 21종에 그친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 앞서는 셈이다.
   
   이재명 후보의 책이 윤석열 후보를 수적으로 압도하는 것은 정치 경력이 앞선 때문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과 겨루면서부터다. 반면 2019년 8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정치권 입성이 거론된 윤석열 후보는 정치입문 기간이 이 후보에 비해 일천하다 보니 관련 책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마저 그중 3종은 ‘이재명 vs 윤석열’(청어)같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이름을 동시에 내건 소위 ‘양다리’를 걸친 책들이다.
   
   이재명 후보 관련 책의 특징은 후보 본인이 집필에 관여한 책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은 ‘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팬덤북스), ‘이재명은 합니다’(위즈덤하우스), ‘이재명의 굽은 팔’(김영사),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메디치미디어), ‘오직 민주주의,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다’(리북), ‘고난을 통해 희망을 만들다’(청동거울) 등 모두 6종에 달한다. 이 중 ‘고난을 통해 희망을 만들다’ 등 2종은 2010년과 2014년 성남시장 선거, ‘이재명의 굽은 팔’ 등 3종은 2017년 대선, ‘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쓴 책이다.
   
   ‘기본소득’같이 이재명 후보의 대표 공약을 제목으로 내건 책도 제법 눈에 띈다. ‘기본소득’을 앞세운 책은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을 비롯해 ‘기본소득’(거꾸로미디어),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책담) 등 3종에 달한다. 특히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경제학과 교수로 기본소득 스페인네트워크 대표인 다니엘 라벤토스가 쓴 책인데, 이재명 후보와 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공동번역자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 성남의 가천대 명예교수로 있는 이한주 전 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브레인으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유통되는 책 중에는 이재명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쓴 ‘밥을 지어요’(김영사)란 책도 있다.
   
   하지만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굿바이, 이재명’(지우출판)과 같은 이재명 후보를 저격하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민주당의 최대 고민이다. 경기도 성남지원 판사를 지낸 장영하 변호사가 쓴 ‘굿바이, 이재명’은 지난 1월 민주당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하는 바람에 오히려 유명세를 탔다. ‘굿바이, 이재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모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로세로연구소)와 함께 현재 교보문고 정치사회서적 판매 수위를 다투고 있다.
   
   
   윤석열, 본인 집필 서적 없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정치입문 기간이 짧다 보니 윤석열 이름 석자를 제목이나 부제에 넣거나 커버에 얼굴을 올린 책이 총 21종에 불과하다. 이재명 후보와 달리 자신이 직접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도 아직 없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와 단국대 서민 교수의 대담집을 준비했었다”며 “서민 교수가 호남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계획을 접었다”고 아쉬워했다.
   
   ‘나꼼수’(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용민 PD 등 소위 인플루언서들이 이재명 후보 관련 책을 내는 것과 달리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책을 쓴 필진 가운데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도 부족하다. 그나마 시사평론가 이봉규씨가 쓴 ‘다시 한번 독하게 왜 윤석열인가’(도서출판 DK)와, 윤 후보와 40년 지기로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가 최근 펴낸 ‘그래도, 윤석열’(글마당)이란 책이 판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저격한 ‘굿바이, 이재명’과 같이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 등의 각종 비리 의혹을 담은 ‘윤석열 X파일’이란 책이 서점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윤석열 캠프로서도 고민거리다. ‘윤석열 X파일’은 친여(親與) 유튜브 방송인 ‘열린공감TV’가 윤석열 일가에 대한 취재 후기를 모아서 지난 2월 4일 자로 펴낸 책이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굿바이, 이재명’과 함께 교보문고 판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를 출판가에서 압도하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스타 CEO 출신인 안철수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정치권을 맴돈 관계로 관련 책만 줄잡아 59종에 달한다. 지지율은 3위에 불과하지만, 책의 종류와 숫자만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51종)와 윤석열 후보(21종)를 능가하는 셈. 대개 소형 출판사가 ‘떴다방’ 식으로 펴내는 다른 후보와 달리 김영사, 21세기북스와 같은 대형 출판사에서 낸 책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안철수 후보는 본인이 직접 집필에 관여한 책도 이재명 후보(6종)를 능가한다. 안철수 후보가 직접 저자 또는 공저자로 참여한 책은 2001년 출간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김영사)를 비롯해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김영사),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21세기북스),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21세기북스) 등 무려 14종에 달한다. 안철수 후보는 3·9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에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함께 ‘선을 넘다’(시원북스)란 대담집을 펴내기도 했다.
   
   
   안철수, 아동·청소년책 압도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아동·청소년용 책이 유독 많다는 점은 안철수 후보의 돋보이는 점이다. 아동·청소년층을 겨냥해 큰 글씨와 그림 등을 삽입해 출간된 안철수 후보 관련 책은 ‘who? special 안철수’(다산어린이)를 비롯해 ‘행복바이러스 안철수’(리젬), ‘안철수 아저씨는 초등학교 때 어떻게 공부했나요’(스코프), ‘호기심 대장 안철수’(문이당 어린이), ‘호기심 소년 안철수 창의적 리더가 되다’(청어람미디어), ‘책벌레 소년 안철수 세상의 리더가 되다’(스코프) 등 무려 11종에 달한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출판시장 역시 진보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보니 이재명 후보의 이름을 내건 책이 윤석열 후보의 책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의 책도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 등과 단일화하면서 진보진영 쪽에 있을 때 출간된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