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07.07 00:12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시했다. 이 회의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도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말했다. 대선을 불과 8개월 남겨둔 데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점이니 발언 자체는 적절하다.
청와대에 이진석·이광철, 내각엔 박범계
진심으로 중립 원하면 논란 인사들 빼야
그런데 허언(虛言)이 안 되려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대로면 말만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문 대통령이 중립을 말하던 바로 그 순간, 과히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따져보자. 이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난 4월 기소됐다. 문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는 게 핵심 혐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선거를 앞두고 중립을 요구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중립은 당연하다”고 했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데도 이 실장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만든 혁신안에 “부정부패로 검찰에 기소되기만 해도 당직을 박탈하겠다”고 했었다. 선거법 위반 기소자를 청와대 핵심으로 두고 정치 중립을 말할 수 있겠나.
이광철 민정비서관 사의 처리 건도 석연치 않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 비서관은 지난 1일 “직무 공정성에 대한 우려 및 국정 운영 부담”을 이유로 물러나겠다고 했고, 다음 날 사의가 수용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비서관은 여태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가 “워낙 그 자리가 중요한 자리니까 공석으로 두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이철희 정무수석)라고 해명했는데, 그렇다면 반부패비서관 자리는 중요하지 않아서 김기표 전 비서관을 전광석화처럼 내보냈나. 이 비서관은 또 울산시장 사건에 불기소됐지만 검찰이 공소장에서 “범죄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든다”고 쓴 인물이기도 하다. 정치적 처신에 문제 있다는 사람을 계속 청와대에 두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각도 논란이다. 과거엔 중립내각 시늉이라도 했었다. 이번엔 총리가 여당 중진이고, 선거와 관련한 행정안전부(전해철)·법무부(박범계) 장관직을 친문 핵심 의원들이 차지한 이례적인 포석이다. 이미 검찰 인사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박 장관은 야권 유력 주자와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맡기는 기조하에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로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꼽힌다. 박 장관이 선거 사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적임자인가.
“판결은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브렌다 헤일 영국 대법관)고 한다. 정치적 중립도 실제 중립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중립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 기소 참모들 그대로 두고 정치 중립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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