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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Shawn Chase 2021. 7. 4. 11:51

[Mint]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올림픽과 승자의 저주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신영 기자

입력 2021.07.02 03:00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지난달 24일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 등과의 경쟁 끝에 가격이 상당히 올라갔다. 이베이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업 인수는 보통 경매로 이뤄진다. 경매는 흥미로운 거래 방식이다. 통상적인 거래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면 돈을 내고 물건을 산다. 경매는 반대다. 구매자가 가격을 제안한다. 그래서 골치가 아프다. 나는 얼마나 매물을 원하나,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 제시한 가격에 상응하는 값어치가 있는지 스스로 계속 물어야 한다. 경쟁심과 자존심이 때로 정확한 판단을 흐려서 매물의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낙찰받기는 성공했는데 금전적으론 손실을 보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한다.

승자의 저주는 매물에 대한 정보가 적을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정확한 값어치를 알고도 그보다 높은 가격을 써 낼 사람은 없다. 중고 물품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가는 절대로 신상품 가격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상품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 경우 그야말로 ‘써내는 게 값’이 된다.

올림픽 개최지를 둔 경매는 매물의 값어치가 가장 모호한 사례 중 하나다. 올림픽을 열려면 경기장 건설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측면만 놓고 보면 대부분의 올림픽은 적자이지만 국민의 자긍심이나 도시 홍보, 올림픽 유치 성공에 따른 정치적 지지도 상승 등은 금전적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 유치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쓰는 승자의 저주가 종종 발생한다.

 

올림픽 개최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데이터가 쌓여서일까. 올림픽 개최지 경매에 응찰하는 도시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개최 희망 도시는 2000~2016년(올림픽 개최 연도 기준) 평균 9.5개였는데 2020년 6개에 그쳤고 그나마 한 도시(로마)는 중간에 기권해 버렸다. 2024년 올림픽엔 5개 도시가 신청했는데 3개 도시가 국민의 극렬한 반대 등으로 중도에 포기했다. 개최 희망 도시는 마지막엔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둘만 남았다. 이러다 올림픽 개최지 응찰자가 없어질까 우려한 국제올림픽위원회(ICO)는 이 두 도시를 2024년, 2028년 올림픽 개최지로 정해버렸다.

경매 낙찰자가 이득을 보았는지, 승자의 저주에 빠졌는지에 대한 평가엔 긴 시간이 걸린다. 2014년 9월 삼성동 땅을 약 10조원에 샀던 현대차그룹의 결정은 당시엔 과했다는 우려가 컸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단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마트의 이베이 인수에 대해서도 너무 큰돈을 질렀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마트와 함께 경매에 참가했던 네이버가 가격이 올라가자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처럼, 이베이를 제값에 샀는지는 결국 이마트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가 입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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