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한동훈 "권력 총동원해 비리 옹호, 이게 조국 사태의 핵심"

Shawn Chase 2021. 6. 1. 23:23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14:57 수정 2021.06.01 22:55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중앙포토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1일 “조국 사태의 핵심은 비리 그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에 맞춰 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다. 한동훈 검사장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 수사를 총지휘했다.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조국 수사' 지휘
『조국의 시간』출간 맞춰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검사장은 “조국 사태의 핵심은 비리 그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역시 “권력을 겨눈 검찰 수사를 막고 보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조국식(式) 검찰개혁’”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조국이 한 거짓말, 조국 책엔 없다”

그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본인의 회고록에서 본인이 한 거짓말은 쏙 빼놓고, 심지어 권력이 총동원돼서 조 전 장관 비리를 옹호했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국 전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책에서 ‘정경심 교수의 공모도 없음이 재판에서 밝혀졌다”고 적었다. 어떻게 보나

 

사모펀드 관련 범죄의 핵심은 미공개정보이용 차명주식취득 혐의, 실명제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혐의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됐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엄격한 증거를 토대로 보수적으로 인정한 최소한의 팩트가 판결문에 나와 있으니 보시라. 조국은 조카(조범동 사모펀드 '코링크PE'의 경영자)와 정경심 교수의 펀드 관여도 공개적으로 부인했었는데도, 조국이 직접 송금해준 돈이 코링크PE로 갔다. 조국이 한 숱한 거짓말들은 조국의 책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정경심 1심 사모펀드 코링크PE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국 전 장관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권력 비리가 아니라고 강변하는데 권력이 총동원돼 권력자 조국에 대한 수사를 막고 검찰에 보복한 것이 권력 비리가 아니면 뭔가. 조국 사태에서 ‘비리를 저지른 것’ 보다 나쁜 것은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리를 저지르는 건 룰(rule)을 어기는 것일 뿐이지만,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하는 것은 룰을 파괴하는 것이다. 규칙이 무너지고 파괴된 그 피해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 본다.

5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조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 탓에 동생이 더 큰 죗값을 받았다고 했다. 표적 수사 주장을 어떻게 보시나. 실제 더 큰 죗값을 받기는 했나.

 

채용비리 사건은 검찰이 제기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먼저 보도했다. 교원을 채용하면서 거액의 뒷돈을 받았고, 그게 한번이 아닌 게 드러났는데 조국 동생이라고 그걸 그냥 넘어가 줘야 하나. 그리고 조국 모친인 웅동학원 이사장에 대해서는 고령인 점을 감안해 조사도 하지 않았다. 더 큰 죗값을 받았는지 다른 채용비리의 경우와 비교해보라.

 
(※ 채용 대가로 뒷돈을 받은 조 전 장관 동생 조모(54)씨의 1심 형량(징역 1년)은, 조씨의 지시를 받고 뒷돈을 받아 조씨에게 전달한 브로커 2명의 형량인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보다 작거나 같았다.)

 

“권력 편들 검사 아니면 나가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밑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 수사’를 총괄했던 한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특수통’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9년 8월 시작한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한 뒤 지난해에만 3번 좌천 인사의 대상이 됐고 심지어 ‘채널A 사건’으로 1년 내내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그는 이를 "조국 수사에 대한 권력의 보복"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지난해 추미애 장관 인사에서 한 검사장 3번 좌천당했다. 보복으로 보나

 

조국 수사가 없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거다. 권력의 보복이라고 생각한다. 공정하게 공무를 수행한 공직자가 권력의 탄압을 받아 무너진 나쁜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다.  

 

조 전 장관이 책에서 "윤 전 총장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추천이 어이없었다"고 썼다. 

 

내가 어디 보내달라거나 승진시켜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조국 말은, 승진한 은혜를 갚기 위해 자기 범죄를 눈감아줬어야 한다는 논리인가. 조국은 윤 총장이나 내가 그쪽을 배신했다고 착각하는 거 같다. 그러나 검사가 권력자 입맛에 맞춰 권력의 반대쪽을 공격하고 권력자는 봐주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기만 아닌가 묻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쪽 정치인들이나 조국 측이 적폐 수사나 대기업 수사 때 내게 보낸 환호와 찬사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 기류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사적체’ 발언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평가하시나.  

 

검사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 ‘검사장 용퇴문화’가 잘못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검사장 인사적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확실하게 권력을 편들어줄 검사가 아니면 나가라는 얘기다.  

 
(※ 박 장관이 ‘인사적체’를 들어 강등 인사를 예고한 뒤 검찰 내 최고 기수인 사법연수원 23~24기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고흥 인천지검장 등이 줄사표를 내면서 검찰 고위직 빈자리는 12석으로 크게 늘었다.)
 

“조국式 검찰개혁, 그게 왜 검찰개혁이냐”

한 검사장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비리를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이라고 일침을 놨다.  

 

검찰개혁의 시발점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였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소회가 어떤가.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검찰개혁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권력) 눈치를 보면서 덮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지,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비리 수사를 못 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조국 수사를 막고 보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조국식(式) 검찰개혁은 정확히 후자였다. 국민들이 그걸 왜 검찰개혁이라 불러야 하나.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한동훈 "권력 총동원해 비리 옹호, 이게 조국 사태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