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조국의 시간'은 '법원의 시간'과 이렇게 달랐다 [팩트체크]

Shawn Chase 2021. 6. 1. 23:24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05:00 수정 2021.06.01 13:50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일 출간한 저서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은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언론‧야당의 주장만이 압도적으로 전파됐다”는 주장에서다. 그러면서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졌다”고도 했다. 무간지옥은 불교에서 말하는 여러 지옥 중 고통이 간극없이 계속되며 가장 심한 지옥이다. 

책에서 해명한 의혹과 판결문 비교
‘7대 허위 스펙’ 상세 언급 안 해
웅동학원 관련 “동생 혹독한 고초”
유죄판결 부분에 대해선 안 밝혀

 
조 전 장관은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라며 376쪽 분량 책에서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조국 사태'를 나름대로 정리했다. 총 8장인 책에서 조국 수사와 재판에 대한 해명은 제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에 다뤘다. “수사의 출발점이자 ‘조국 불가론’의 핵심 사유"라고 표현한 사모펀드 의혹부터 자녀 입시 비리, 웅동학원 등 3대 의혹에 대한 조국 자신의 정리된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이를 정 교수 등의 판결문과 공판 증언 등과 비교해 팩트체크했다.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① 사모펀드 : “가족펀드를 통한 권력형 비리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책에서 “권력형 비리도 아니고 정경심 교수의 공모도 없음이 재판에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중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라는 부분은 적어도 현재까지 '사실'이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코링크PE 대표)씨 재판부는 ‘권력형 비리’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씨 1심 재판부는 판결 양형 이유에서 “조씨나 권력자 가족이 권력을 이용해 불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등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한 권력형 범행이라는 것은 확인이 안 된다”고 썼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정 교수와 조범동 대표의 공모관계를 유죄로 본 대목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친동생이 투자한 사실이 기록된 자료는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2차 전지업체 WFM관련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아 주식투자를 한 데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 전 장관은 이에 “가정 경제는 정 교수가 거의 다 결정하고 운영하던 터라 나는 상세한 내용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공개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전혀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 교수는 앞서 2015년과 2017년 코링크PE에 2차례에 걸쳐 5억원씩 모두 10억원을 투자하고, 그 수익금 1억 5000여만원을 코링크PE와 동생 명의로 허위컨설팅계약을 맺어 돌려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이 이와 관련 법정에서 공개한 2018년 5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정 교수가 “종합소득세가 2200만원대가 나와 세무사가 다시 확인 중”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조 전 장관이 “엄청 거액이네”이라며 “인컴(incomeㆍ소득)이 엄청났구먼”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이에 “약 6천~7천정도 불로수입, 할말없음”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 무슨 소득이 크게 증가해 세금이 많이 나왔는지를 왜 다시 묻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1억5000여 만원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컨설팅 계약서’가 허위임은 분명히 했다. 이 부분은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재산 신고때 사모펀드 투자금을 누락했다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재판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② 입시비리 : “체험학습, 인턴십 엄격한 관리없이 운용”

조 전 장관은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며 정 교수가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은 자녀 입시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받고 있어 상세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며 1심이 허위로 인정한 7대 스펙에 대해선 큰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가장 논란이 되었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 전 장관은 대신 “고교생 인턴·체험활동 확인서의 허위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엔 고교생 인턴과 체험활동은 엄격한 관리 없이 운영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 교수가 지난달 10일 자신의 재판에서 ‘체험학습’과 ‘인턴십’의 차이를 설명한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당시 재판장은 정 교수에게 “‘체험활동 확인서’라는 제목을 왜 ‘인턴십 확인서’로 바꿨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는 “체험활동은 고등학생 때 형식이었고, 확인서를 재발급받을 때는 딸이 대학생이어서 체험학습보다 인턴십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인턴 확인서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1심 재판부는 ‘체험학습’을 ‘인턴십’으로 굳이 바꾼 점에 대해 “체험활동 확인서와 달리 조씨가 전문적인 인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하고, 인턴 시간을 기록해 정량적인 활동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판결에 썼다.

조 전 장관은 공주대 인턴활동 및 딸이 저자로 등재된 연구물에 대해 공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점도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하지만 재판부가 “대한병리학회가 부당한 저자 표시 등 연구 부정행위를 이유로 논문을 취소했다”고 명시한 단국대 제1저자 논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자녀 입시비리ㆍ감찰무마 의혹을 받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③ 웅동학원 : “동생이 형때문에 과도하게 고초”

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와 위장소송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 씨는 지난해 9월 1심에선 6가지 죄명 중 업무방해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15페이지에 걸쳐 해명했다. 유죄를 받은 채용비리와 관련해선 “(동생이)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채용 브로커의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생이 형 때문에 과도하게 혹독한 고초를 겪는다는 생각은 떨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탓에 동생이 더 큰 죄값을 받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지난해 9월 조권씨 1심 재판부는 “웅동학원 사무국장 지위를 기화로 웅동학원과 교원인사 등 교원 채용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고, 채용을 희망하는 측으로부터 다액의 금품을 수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밖에 2019년 1월 강남 유명 나이트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마약‧경찰 유착 사건 관련 의혹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재차 해명했다. 이 사건으로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윤규근 총경과 조 전 장관이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탓에 논란이 불거졌다. 조 전 장관은 “이 사진은 민정수석실 직원들과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저녁 회식 중 찍은 여러 사진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사건이 본인과 연루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상상인저축은행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고, 관계자 어느 누구와도 알지 못하며, 그 회사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썼다.

야당 등이 제기한 자신의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선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판정을 소개하며 “경미한 위반이 있을 뿐 표절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남현·이수정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조국의 시간'은 '법원의 시간'과 이렇게 달랐다 [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