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양·윤승민·심진용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입력 : 2021.04.11 20:49 수정 : 2021.04.11 21:08
“여권 위선 꼴보기 싫어…‘박원순’ 2차 가해 실망”
“일해서 ‘내 집 마련’ 꿈 사라져 좌절감만 남았다”
박영선 전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은 뒤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완패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25개 구에서 승리했던 것과 정반대다. 강남 등 8곳을 제외한 41개 선거구에서 승리했던 1년 전 21대 총선과 비교해도 상상하기 힘든 결과다. 민주당에 참패를 안겨준 민심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11일 전화인터뷰로 2017년 이후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번 선거에서 등을 돌린 서울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20·30대 “배신당한 느낌”
2030세대에선 정부·여당의 ‘위선을 심판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때 자신이 ‘대깨문’(강성 문 대통령 지지자)이었다는 대학원생 이모씨(29)는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 깨끗한 척’하는 게 꼴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27)도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우리 편이니까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인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마저 ‘적폐’라고 몰아세웠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민주당이 비난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젠더 감수성의 부재’도 2030세대에게 주요 비판 지점이었다.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씨(33)는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거나 피해자를 방치해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6)도 “박영선 후보가 여성이라고 해서 더 나은 여성 정책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여성 후보라는 점을 선거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 무주택자 “내 집 마련의 좌절감”, 유주택자 “재건축 희망”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문제는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무주택자인 공무원 박모씨(31)는 “아파트값이 6억~7억원이던 몇년 전만 해도 맞벌이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남은 건 좌절감뿐”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차모씨(41)도 “과거 보수당이 집권했을 땐 투기지역에서만 집값이 올랐는데, 지금 정부에선 나라 전체가 투기판이 됐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세훈 좋아서 찍은 게 아냐”
“지금 상태면 대선서도 민주당 안 뽑아”
반면 주택 소유자에겐 재건축·재개발의 영향력이 컸다. 일원동에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최모씨(41)는 “1주택자에게 집값 상승은 의미가 없다”며 “기대할 수 있는 건 재건축인데, 재건축을 내내 막아온 민주당에 표를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에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보유한 한모씨(37)도 “구청에서 서울시에 재개발을 신청할 때마다 ‘공공주택을 일부 확보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놨다”며 “녹물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인데 무조건 재개발을 막는 게 답답했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경제활성화가 우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정부·여당이 코로나19 방역에 몰두한 채 경제활성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6)는 “4차 재난지원금을 받고도 민주당에 표를 안 줬다”며 “일시적인 재난지원금보다는 경제활성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받아 좋은 건 맞지만, 그게 세금이라는 부메랑으로 다가올 것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명모씨(51)도 “오후 10시로 막아놓은 영업제한 조치는 판매·서비스·음식 등 자영업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은 “오 후보가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57)는 “민주당이 싫어서 오 후보를 찍은 것”이라고 말했고, 직장인 이모씨(33)도 “여당의 교만과 독주가 싫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모습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김모씨(57)는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절대 안 뽑는다”고 했고, 대학생 김모씨(27)도 “지금 상태면 내년 대선에서 기권을 하더라도 민주당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112049015&code=910100#csidx3bb64f73df44bc4b6efe9808bd22e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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