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4㎞ 패인 땅' 비밀 풀렸다···5만년전 합천 강타한 '200m 운석'

Shawn Chase 2020. 12. 14. 18:18

 

[중앙일보] 입력 2020.12.14 15:13 수정 2020.12.14 15:57

 

 

적중-초계 분지 위치(A, B) 및 시추 지점(C, D)

경남 합천에 직경 4㎞에 달하는 한반도 최초의 운석 충돌구가 발견됐다. 5만년 전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운석은 직경이 최소 200m에 달했으며, 충격 에너지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합천에, 지름 4km 운석 충돌구
5만년전, 폭발 에너지 히로시마 500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연구팀은 경남 합천에 있는 직경 7㎞의 ‘적중-초계분지’를  현장 조사한 결과 5만년 전 발생했던‘한반도 최초의 운석충돌구’였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Gondwana Research)에 발표됐다.
 
적중-초계분지는 한반도 남동 경남 합천에 있는 직경 약 7㎞의 독특한 그릇모양의 지형이다. 그동안 운석충돌의 흔적이 여러 차례 발견됐으나,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국내외 지질학계의 숙원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올 1월부터 분지 내에서 깊이 142m 시추코어 조사와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통해 적중-초계분지가 운석충돌에 의해 약 5만 년 전에 생성된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임을 밝혀냈다.

운석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shatter cone 구조

 
연구결과, 분지 중앙의 142m 퇴적층은 ▶코어 상부(0~6.2m)에 있는 토양 및 하천퇴적층 ▶6.2~72m의 세립질 실트 점토의 엽층리를 포함하고 있는 호수퇴적층  ▶72~142m에서 발견된 충격각력암층(그림3) 등 크게 3개의 퇴적층서 단위로 구분됐다.
 
운석이 충돌할 때는 강한 충격파가 일어나 지하에 거대한 웅덩이를 형성한다. 이 때 발생한 충격파의 영향으로 기존 암석과 광물 속에 충격변성에 의한 흔적이 남는다. 이런 흔적에 대한 암석학ㆍ지구화학적 변형구조 추적으로 과거에 운석충돌이 있었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적중-초계분지의 퇴적층 분석을 통해 운석충돌에 의한 고유한 충격파로 만들어지는 미시적 광물 변형증거와 거시적  암석변형을 확인했다.  
 
임재수 지질연구센터 박사는 “분지의 호수퇴적층 속에서 발견된 숯을 이용한 탄소연대측정  결과는 적충-초계분지의 운석충돌이 약 5만 년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경남합천의 운석 충돌구 지역. [사진 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에 따르면 적중-초계분지의 실제 운석충돌구는 직경이 4㎞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소 직경 약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의 충돌 때 발생된 에너지는 1400 메가톤(MT)으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500배에 달하며,  1908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M=8.4) 때의 발생 에너지와 같다.  
 
현재 전세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개다. 적중-초계분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010년에 발표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 이후로 2번째이다.  
 
임 박사는 “5만년 전 당시 운석 충돌로 합천을 중심으로 서울~부산까지 초토화됐을 것”이라며“당시는 빙하기라 원시인류들이 주로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던 때라 한반도 내에 원시인류가 멸종되는 일은 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4㎞ 패인 땅' 비밀 풀렸다···5만년전 합천 강타한 '200m 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