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세계 10위 대형항공 '빛 좋은 개살구'.. 대규모 인력감축 불가피

Shawn Chase 2020. 11. 16. 03:54

성승제 입력 2020.11.15. 19:08 수정 2020.11.16. 03:13

 

합병땐 노선·인력 조정 가능성
내부직원들 벌써부터 반발 조짐
최악땐 글로벌 항공동맹 탈퇴
수익성 제한 등 조건부 승인땐
기업 결합 실익 떨어질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오늘 운명의날

 

 

[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넘기려는 배경은 코로나19사태에 따른 막대한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고 대형항공사(FSC) 한 곳으로 재편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애초에 구조조정을 막아 놓고 이제 와서 동종업계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난센스 아니냐는 지적이다. 합병 이후도 문제다. 내부에선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스타얼라이언스 탈퇴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산업은행의 속셈은=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이날 결정된다는 얘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산업은행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중 고육지책을 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대형 항공사를 두고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소진한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대한항공 역시 올해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예고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은 정부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합병과 관련해 "아주 상식적으로 얘기했을 때 좋은 방안이면 정부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산은에서 자금 투입의 최소화, 경영이 어려운 기업의 정상화 지원을 통해 고용 안정을 꾀한다든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지 등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현실적으로 대한항공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여러 조건이 맞다면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도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구조조정 없는 합병 가능할까= 두 회상의 합병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은 내부 직원들 간의 파열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주체인 대한항공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아시아항공 객실 승무원의 경우 노선 조정에 따른 대규모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악화는 근본적으로 내부 구조조정을 막은 산은의 실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구조조정은 다른 기관이 인수할 때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고 항공기 탑승 서비스 요원도 기존의 두 배가 된다"면서 "결과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임직원들만 내쫓기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측도 사실상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항공업계 여건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대형 항공사(FSC) 한 곳으로 재편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양 항공사의 노동조합들은 대책을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6개 노동조합은 내주 초 서울 시내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노조와 양대 항공사, 산업은행 및 채권단이 참여하는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도 변수다. 한진칼 지분의 45.23%를 보유한 KCGI-조현아 연합 등이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산은의 한진칼 자금 투입 등을 저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득보다 큰 실= 합병을 통해 잃는 것도 적지 않아 보인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스타얼라이언스 네트워크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글로벌 항공 동맹은 각각 스카이팀과 스타얼라이언스로 서로 다르다. 현재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속한 스카이팀보다 되레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 규모가 훨씬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사 간 동맹은 운항편 공유, 마일리지 공유 등의 이유로 탈퇴가 쉽지 않다"면서 "이는 국가간 신뢰로 엮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선 특혜성 논란을 줄이기 위해 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 노선의 운수권 매각 등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조건이 달릴 가능성이 높다. 기업 결합의 실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