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2조원 적자 日 ANA-JAL…다시 힘 실리는 항공 통합론

Shawn Chase 2020. 8. 13. 00:02

입력2020.07.31 17:41 수정2020.08.01 01:54 지면A11

 

현장 리포트

ANA·JAL, 2분기 실적 곤두박질
업황 먹구름…통합 첫발 뗄지 주목

정영효 도쿄 특파원

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의 올해 2분기 순손실 합계가 역대 최악인 2300억엔(약 2조6236억원)을 기록하면서 10년째 이어진 ‘ANA-JAL 통합론’에 또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 시장의 크기를 감안할 때 대형 국적 항공사는 하나로 충분하다는 게 통합론의 근거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대형 국적 항공사가 둘 이상인 나라는 일본과 한국, 대만, 필리핀 정도다. 러시아,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등 대부분 나라는 대형 국적 항공사가 한 곳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아예 국적 항공사를 합쳤다.
일본의 항공담당 관료는 최근 요미우리신문에 “(두 회사의 중복 노선이 많아서) 국제선은 당장 통합해도 독점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2년 JAL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국제선 노선을 ANA에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도 있다. 두 항공사 모두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없어 경영권 기반이 탄탄한 편이 아니다. ANA는 나고야철도(2.18%)와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1.15%) 외 금융회사들이, JAL은 교세라(2.26%)와 다이와증권(1.48%) 외 금융회사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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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이 10년간 1만2000명의 인력과 35대의 항공기, 34개 노선을 줄이는 동안 ANA는 급속히 몸집을 불렸다. 2019년 말 기준 매출(ANA 1조9742억엔 vs JAL 1조4112억엔), 종업원 수(4만5849명 vs 3만5653명), 항공기 수(303대 vs 241대), 노선 수(215개 노선 vs 186개 노선) 등 모든 부문에서 ANA가 JAL을 앞선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도 크게 받고 있다.
두 항공사가 당장 경영 파탄 위기에 몰려 정부의 인위적 사업재편 대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ANA와 JAL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41.4%와 58.9%로 미국과 유럽 대형 항공사의 두 배다. 여객 수요 감소가 이어져도 1년 정도는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1~2년 내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가타노자카 신야 ANA 사장도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국내선은 2021년 말, 국제선은 2023년에야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초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시작할 때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대한항공과의 통합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및 국유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항공산업의 지형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일본을 참고로 모든 조합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주목받는 이유다.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