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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한국 승부수는?

Shawn Chase 2020. 11. 6. 07:18

팽동현 기자 입력 2020.11.06. 05:50

 

[머니S리포트-진격의 한국 반도체③] 시스템 반도체에서 '제2의 D램' 찾는다

 

[편집자주]흔히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 부른다. 현대 산업에서 핵심 부품으로 첫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ICT)이 전 산업 분야의 기반에 스며들어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반도체는 이제 그 엔진으로 자리잡아 나날이 중요성을 더해간다. 우리 반도체 업계도 미래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선두를 굳히고,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넘어 21세기 글로벌시장 패권을 향해 진격한다.

‘산업의 쌀’을 둘러싼 글로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당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반도체 시장 또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재택근무와 원격 솔루션이 활성화되면서 PC와 게임콘솔 및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급증했다. 모바일 분야에서 줄어든 수요가 상쇄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웨이에서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급히 반도체 사전 확보에 나서면서 일시적인 호황을 맞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업체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삼은 중국 반도체 굴기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곳이다. 이번 제재 또한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경쟁사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부지리 얻을까? 새우등 터질까?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반도체 업계에도 반사이익이 생겼다. 주력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던 상황이었기에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이유는 비단 안보뿐이 아니다. 그 속내에는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육성 의도가 깔려 있는 만큼 잠시 어부지리를 얻는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중국 쪽에서 괜한 몽니를 부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당장 중국이 받는 영향에 대한 반사이익이 있을 뿐 향후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추격을 뿌리칠 수 있게끔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핵심 기술과 인력의 유출을 막고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대전(SEDEX) 2020’에서 자사 첫 ToF 이미지센서를 공개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신시장 개척 나선 반도체 업계

 

나날이 격변하는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다. 옴디아(옛 IHS마킷)는 올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1258억 달러,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를 2445억 달러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의 2배에 달한다. 더욱이 5G 통신,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때로는 메모리 가격에 따라 국가 경제까지 휘청이게 하는 산업 체질도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통해 개선을 꾀할 수 있다.

앞장선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추격자 입장이므로 선두기업과 간격을 줄여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선도기업으로서 ‘초격차’를 지켜나가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지난해 제시한 청사진을 기반으로 예정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7나노 EUV 시스템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한 테스트칩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정부, 새로운 D램 ‘AI 반도체’ 키운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장려해온 정부에서도 최근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명 양성을 목표로 하는 ‘AI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이다. 대형 R&D(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프로젝트를 비롯해 디지털 뉴딜과 연계한 초기 수요창출 등을 통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반도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반도체 시장의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업체를 쫓아가야 하는 기존 시스템 반도체 분야와 달리, AI반도체는 현재 어느 곳이든 출발선상에 같이 있다”며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성공하려면 협력이 중요하다. 제조와 설계, 반도체기업과 전자제품기업, 기업과 정부·학교 간에 더욱 원활하고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격변하는 지형 속에도 진격은 계속된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형 M&A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아나로그 디바이스(ADI)가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00억 달러에 사들였고 9월에는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달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AMD에서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AI와 클라우드 등 새로운 IT트렌드와 함께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 새로이 패권을 잡기 위한 전폭적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우리 반도체 업계도 이제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팽동현 기자 dh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