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각연구소]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이 빨리 흐를까?

Shawn Chase 2020. 10. 14. 23:08

 

 

김철중의 생로병사

빨리 걸으면 세월은 천천히 간다

입력 : 2012.11.19 23:30

 

보폭·입김·균형감 등 老化 지표가 모두 괜찮은 102세 히노하라 박사
수첩엔 각종 스케줄이 3년 뒤까지 '생명은 몸 아닌 주어진 시간에 있다'
나이 들어 시간 느리게 가게 하려면 기다림을 만들고 생활 속도 올려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올해 일본에서 100세를 넘긴 이는 5만1000여명이다. 그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람은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일 것이다. 그는 1911년 태어났다. 우리 나이로 치면 102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현역 의사다. 일본 전역을 돌며 1년에 130여 차례 강연도 다닌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그의 나이 98세 때였다. 당시 그는 발음이 또렷했고 걸음도 꽤 빨랐다. 막연히 나약할 것으로 여겼던 '100세인'에 대한 선입견을 그는 확 바꿔놨다.

겉으로 보이는 몸의 노화 지표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가 보폭이다. 나이가 들수록 짧아진다. 다음은 입김이다. 최대한 깊게 들이마신 숨을 한꺼번에 얼마나 빠르게 내쉴 수 있느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김의 속도와 강도는 낮아진다. 균형감도 노화 정도를 보여준다. 세월이 흐르면 한쪽 다리를 들고 균형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히노하라 박사는 이 모두가 괜찮았다. 신체 상태가 60대 후반 정도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한 세대를 젊게 세월을 천천히 살아가고 있었다.

히노하라 박사의 건강법은 독특하면서도 과학적이다. 식사 때마다 올리브 오일을 주스에 넣어 마신다. 대두(大豆) 가루도 숟가락으로 떠서 커피에 타 먹는다. 올리브 오일은 동맥경화를 예방하여 혈관에 좋고, 대두 가루의 레시틴 성분은 기억력을 증진하고 치매 예방에 좋단다. 강연을 하러 지방 어디를 가든 그의 여행 가방 속에는 이 둘이 꼭 들어 있다.

짐꾸러미에는 특이하게 베개도 있다. 히노하라 박사는 항상 엎드려 잔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복식 호흡이 되면서 폐 기능이 좋아진다는 원리다. 장수 동물인 거북이도 엎드려 자지 않느냐고 눙친다(그 말을 듣고 보니, 인간은 뒤집어 자고 있었다). 그는 엎드려 자기 편하게 자신만의 널찍한 베개를 만들어 갖고 다닌다. 그 덕일까? 그는 100세 생일날, 축하 케이크 위에 꽂은 10년짜리 촛불 열 개를 입김 한 번으로 훅~ 껐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그는 수시로 넘어지는 연습을 한다. 노년기 낙상은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척추와 넓적다리뼈 골절이 오고, 손을 쭉 뻗은 채 바닥을 짚으면 손목 골절이 잘 생긴다. 그래서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몸에서 가장 두툼한 엉덩이 근육을 이용해 비스듬히 넘어지는 훈련을 한다. 유도 낙법 하듯 말이다. 팔꿈치를 90도로 꺾어 팔 아래 전체로 바닥을 짚는 연습도 한다.

그는 요즘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매일 일기를 쓰고, 하루 3시간씩 독서를 한다. 지금까지 쓴 책은 250여권이나 된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도쿄의 세인트 루크(Luke) 병원 선물 코너에 가면 온통 그의 저서이다. 병원 홍보에 그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고 말한다. 요즘 벌써 연말이 다가왔느냐고 한탄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런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우선은 새로운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의 어색함, 첫사랑을 할 때의 설렘, 입사(入社) 첫날의 긴장감 등의 다양한 첫 경험은 너무나 강렬하여 기억과 저장 과정이 길다. 그때는 사소한 변화도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첫 체험보다 익숙함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추억의 이벤트가 줄면서 세월이 금세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낯선 곳에 여행 갔을 때 처음에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다가 후반은 빨리 지나가는 것과 같다. 나이에 따라 시간의 볼륨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20세의 1년은 지나온 삶의 5%이지만, 50세의 1년은 2%가 된다는 얘기다.

삶을 좀 알 만한 나이가 되면 세월을 다소 천천히 가게 할 수는 없을까. 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다림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어린 시절 소풍 날은 "몇 밤 남았느냐?"고 셀 정도로 천천히 온다. 제대 말년 병장의 한 달은 1년처럼 길다. 기다림이 있으면 세월은 더디기 마련이다. 생활의 속도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천천히 흐르는 강물 옆에서 걸을 때, 유속(流速)보다 천천히 걸으면 강물은 빠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걸으면 강물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다.

히노하라 박사의 수첩에는 각종 스케줄이 3년 후까지 잡혀 있다. 지금도 음악과 문학 등 새로운 배움에 몰두한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는 3만6000개인데 죽을 때까지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하는 게 있으면 아깝지 않으냐고 말한다. 인생의 후반으로 갈수록 생활의 보폭은 준다. 하지만 잰걸음으로 살면, 세월이 천천히 따라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생명은 우리 몸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있다는 것이 102세 의사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2019-04-17 16:08:38

 

[앵커]
2019년을 시작하며 희망찬 한해를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완연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까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 걸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앵커]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해서 흐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요즘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일단 열심히 사시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닌가 싶고요. 아마도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노래도 나왔더라고요. 한 소절 듣고 가겠습니다.

□ 장범준 – 당신과는 천천히

♬평일 일과 중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주말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자고♪

[앵커]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노래인 것 같아요. 주중 일과는 참 천천히 흐르는데 주말에 쉬려고 하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가고, 직장인은 다 공감할 수 있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
이 노래는 평일보다 주말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낀다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훨씬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어떤 분은 농담 삼아서 50세가 되면 50마일로 달리고 100세가 되면 100마일로 달린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프랑스의 소르본대 철학 교수를 역임했던 폴 자네라는 분이 있는데요. 이분 이야기는 10살은 1년을 인생의 10분의 1로 생각한 데요. 그런데 50살은 50분의 1, 70살은 70분의 1로 느껴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잖아요,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자각하는 것이 대해서 '시간 수축 효과'라고 합니다. 시간이 수축 되는 것처럼 느끼는 거죠.

[앵커]
사실 저만 해도 벌써 4월도 중반이 지난 게 믿기지 않거든요. 그런데 '시간 수축 효과'는 무엇이고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건가요?

[인터뷰]
지금처럼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요, 나이가 들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지?' 이렇게 느끼는 것 자체가 시간이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시간 수축 현상이 생기는 건데요.

올해 3월 최신 연구 결과가 미국 듀크대학교 기계공학 교수인 애드리안 베얀(Adrian Bejan)이 말하는 게 뭐냐면, 우리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있다, 하나는 '물리적 시간'이고 하나는 '마음의 시간'이다.

물리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시간일 거고요, 마음의 시간은 나이가 어린 사람과 나이 든 노인이 다르게 흘러간다, 그 이유가 뭐냐면 마음의 시간은 일련의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미지를 처리해야 하는데, 어릴 때는 그걸 빨리빨리 처리하는 거죠. 단시간 내에 많은 이미지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 몇 개 처리하지 못해요, 게다가 한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바뀌려고 하면 연결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러니까 하루를 열심히 일했는데 별로 한 일이 없다, 그동안 처리했던 이미지 숫자가 훨씬 줄어든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신상을 습득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어릴 때는 그걸 생생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데에 반해서 나이가 들면 한 게 없는데, 금방 보니까 몇 개 못하고 이미지도 몇 개 처리하지 못한 거죠. 아이들 눈동자를 보면 눈동자가 빨리빨리 움직이잖아요. 그때 이미지가 빨리 처리되는 거죠. 나이 들면 별로 새로운 게 없으니까 아이들의 경우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데, 점점 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끼고 즐길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한다는 거죠.

[앵커]
들어보면,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이미지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느려진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오히려 일상이 지루하고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껴지지 않을까요?

[인터뷰]
새로운 것이 반복되면 지루해지고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가 긴 것 같은데, 돌아보면 한 주, 한 달은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새롭게 저장되는 정보가 없으니까 시간이, 하루는 지루하지만 지나 보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이렇게 느껴지는 거죠.

[앵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이런 '시간 수축'이 나타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인터뷰]
일종의 생체시계와 관련한 건데요. 사실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도파민이잖아요. 그런데 이 도파민 자체가 20세에 최고치로 많이 분비되고 그다음에 10년 주기로 5~10%씩 줄어들게 된대요. 나이가 많이 들면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겠죠, 그렇게 되면 젊을 때는 행복하고 그런 것이 금방 느껴지는데 나이가 들면 별 게 있겠어?, 이러면서 심드렁해지잖아요. 일종의 도파민이 줄어드는 것, 이걸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다우베 드라이스마라는 교수가 이야기했는데, 생체시계가 점점 느려지기 때문이다,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미국에 있는 신경학자인 피터 맹건이라는 분이 재밌는 실험을 했어요, 젊은 사람 25명을 데려다 놓고 나이 든 분 15명을 모시고 나서 양쪽에 3분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서 버튼을 누르게 했어요. 젊은이들은 3분을 딱 쟀을 때 3초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대요. 거의 정확한 시간을 아는 거죠.

그런데 나이 든 분들은 3분 40초 정도가 되니까 인제야 버튼을 누른 거죠. 그리고 만약에 노인분들에게 다른 과제를 준 다음에 버튼 누르기를 시켰어요. 그랬더니 5분이 지나서야 3분 지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앵커]
저도 부모님이랑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살면서 후회 없는 일을 하고,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인터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기억할 게 없잖아요. 새로운 자극이 될 만한 걸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과 기억할 일을 하는 겁니다.

낯선 곳에서 신나게 여행을 하거나, 외국어를 새롭게 공부하는 것 등 도전적인 과제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그것을 조금 더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서 기존의 익숙한 일들도 새롭게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눈이 온다고 하면 '눈이 오네.'라며 심드렁하게 바라보지 마시고, 눈이 오는 상황 자체를 보고 즐길 수 있고, 그 순간을 충분히 깃들어서 새롭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아마 한 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다르게 느끼거나 나이가 들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꾸준히 하려면 우리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필요할까요?

[인터뷰]
우리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마 아시겠지만, 영화 '버킷리스트'가 있었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부제가 붙었어요.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두 사람의 노인이 시한부거든요, 병실에서 만나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요, 그리고 하나씩 해보거든요.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든지 배낭 메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주는 메시지가 뭐냐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해보지 않은 일들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데 두 사람이 적은 버킷리스트를 보면 황당한 것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잠깐만 시간을 내면 할 수 있는 것들도 충분히 많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하면서 살면 우리 삶 자체가 좀 더 풍부해지겠죠. 그런데 이걸 해낼 수 있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해요. 일상적인 것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사실 알프레드 에들러가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가지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이럴 때 어떤 용기가 필요하냐면 단순히 자기 자신을 안에만 갇히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고 커뮤니티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것, 그런 새로운 용기를 가져보면 훨씬 더 풍부하게 살 수 있다, 시간은 비록 빨리 흘러가지만요.

[앵커]
문득 궁금한데, 교수님의 버킷리스트가 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생각을 저도 해봤어요, 그런데 저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책을 쓰고 싶어요.

[앵커]
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이루실 것 같은데요?

[인터뷰]
두 분은 어떠신가요?

[앵커]
저는 지구를 한눈에 담는 우주여행을 해보는 게 꿈입니다.

[앵커]
저는 버킷리스트를 정하지는 않았는데, 한 번 생각해봐야겠어요.

 

 

[ 전문가 칼럼 ] 나이 들수록 세월을 천천히 가게 하는 방법

2015.08.04 15:37 입력

 

[시사타임즈 =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前 인재개발원 책임교수]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고 한다. 20대는 20km… 50대는 50km로 속도로 달린다. 20대 대학생 때 첫 미팅과 첫 키스의 설렘, 30대 입사 첫날 긴장감 등 다양한 첫 경험은 너무나 강렬하여 기억과 저장과정이 길다. 반면 50대 이후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서 추억꺼리가 줄면서 세월이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이 들수록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첫째, 정보량을 늘리는 것이다. 사람은 뇌가 처리하는 정보량에 따라 시간감각이 달라진다. 즉 기억 속에서 시간의 길이는 정보의 양에 비례한다. 예를 들면 어릴 때는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여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느껴지고 나이가 들수록 일상이 반복되고 기억할 정보가 없어지면서 시간이 빨리 간다고 착각한다. 따라서 정보량을 늘리면 심리적 시간이 늦춰진다. 정보량을 늘리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공부다. 필자 아내가 다시 방통대를 다니며 재미있어 하는 이유다.

 

둘째는 ‘기다림과 설레임’의 이벤트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하여 봄소풍을 기다리며 엄마에게 “몇 밤 남았느냐”셀 정도로 천천히 온다. 반면에 정년퇴직 전 남은 1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따라서 나이 들수록 재미있는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에 집중하면 지루할 틈도 없이 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연간, 월간, 주간, 일일 단위로 세분화하여 관심과 재미가 수반되는 목표체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는 생활의 속도와 지적 호기심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강물의 유속보다 천천히 걸으면 강물은 빠르게 느껴지고, 그보다 빨리 걸으면 강물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치다. 하루 24시간을 아주 잘게 쪼개어 다양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면 생활의 속도는 그만큼 빨라지게 되어 시간은 느리게 간다. 동시에 주변 세상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독력과 몰입력을 기르는 것이다. 고독력은 외로움이나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다. 혼자서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할 일이 많고 재미를 느끼는 몰입대상이 있어야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탑골공원에 한번 가서 노인들이 소일하는 모습을 보라. 거의 대부분이 아무 생각 없이 벤치에 앉아서 졸고 있다. 하루가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반면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실버택배회사를 가보라. 70대 실버들이 당일 배송물품을 확인하고 점검하느라 열정과 몰입력이 넘쳐난다.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만 저녁에 하루에 많은 일을 처리한 후 시간을 쪼개어 늘려서 사용한 후 보람과 자부심은 천양지차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듯이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면 세월은 천천히 가고 인생의 깊이와 재미(Serendipity)는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이를 실천하는 일본인 현역의사 히노하라 박사는 103세로 얼마 전 우리나라도 방문하였는데 매년 130여회 강연을 한다. 그의 수첩에는 3년 후까지 각종 스케줄이 잡혀 있다. 지금도 음악과 문학 등 새로운 배움에 몰두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前 인재개발원 책임교수 프로필

 

現 한국전력 강남지사 요금관리부장 겸 부지사장(15-현재)

現 ㈜JSAMI 경영자문위원

現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부 정기 출강(매학기 6시간)

現 대구시공무원 교육원 정기 출강(분기 3시간)

現 글로벌이코노믹/전기신문/전자신문 고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