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09.16 05:00
스나이퍼(Sniper)」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저격수(狙擊手)다. 한 명의 저격수는 전쟁 중 소대나 중대급 적군의 발을 묶을 수 있다. 먼 거리 사격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어디서 총탄이 날아드는지 몰라, 적에게 공포심까지 줄 수 있다. 대테러 작전 등 특수 임무에도 저격수는 필수다. 하지만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엄청난 사격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흔하지 않은 저격수. 그것도 여성 저격수는 더 드물다. 그런데 중국에선 남성들을 제치고 ‘저격수 왕’에 등극한 여군이 있다. 열아홉 살에 말이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주인공은 중국 육군 제71집단군 모 합성여단 소속의 선멍커(瀋夢可)다. 인민일보와 신경보, 저장일보 등에 따르면 2000년생인 선멍커는 지난해 11월 여단에서 진행한 저격수 선발 과정에서 1위에 올랐다.
경쟁은 치열했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여단 전체에서 지원자를 받았고, 여기서 80명이 엄선됐다. 이들 중엔 또다시 경쟁을 통해 30명만 살아남았다. 30명의 선발된 요원들은 한 달간의 합숙 훈련 및 평가로 경쟁해야 했다. 이를 모두 뚫고 1위로 등극한 게 선멍커였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선멍커는 저장성 리수이(麗水)시진윈(縉雲)현 출신이다. 그가 군인이 된 건 2년 전이다. 평범하게 살기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열여덟 살 되던 해 선택한 것이 군대였다. 인민일보는 “선멍커는 ‘화목란(花木蘭, 뮬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입대했다”며 “가족은 그의 결정으로 힘들어했지만 이내 지지를 보내줬다”고 전했다.
전투 부서에서 남자들과 경쟁하고 싶었던 선멍커였다. 하지만 처음 받은 보직은 통신병이었다. 부대 내 전화 연결을 해주는 교환원 교육을 받았다. 실망스러웠지만 일단 최고가 되자는 생각을 했다. 번호 입력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고, 이를 통해 그는 20일 만에 1500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연결하며 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다. 교육생 중 가장 먼저 부대에 배치됐다.
그러던 선멍커의 가슴에 불이 붙었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지난해 11월 초였다. 71군 합성여단 전체에서 저격병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서다. 보직과 기수 등에 상관없이 실력만 본다는 말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주위 동료들이 “남자가 지원하는 거다”라며 말리자, 오기가 더 생겼다고 한다. 화장을 즐겨 하던 그가 훈련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위장 크림을 바른 이유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선발 과정 중에서 선멍커는 160㎝인 자신의 키보다 큰 저격 소총을 들고 뛰어다녀야 했다. 몸에는 20㎏의 벽돌과 모래주머니를 짊어졌다. 그럼에도 뒤처지지 않았고 뛰어난 사격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바람과 거리를 모두 계산해 표적에 정확히 명중시키는 실력으로 여단 내 모든 남자 병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24일이었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이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온라인상에는 선멍커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로 선멍커가 올라왔고, 도우인(틱톡의 중국명)에서선멍커와 관련한 영상이 4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링링허우(00後·2000년 이후 출생자) 여성 사격왕’ ‘명사수(神槍手)’ 란 칭호도 붙었다. 당연히 중국군 역시 선멍커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선멍커는 최근 중국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앙광군사(央廣軍事) 캡처]
9월 초 전역을 했기 때문이다. 저격수로 성공한 삶을 살던 그가 군을 그만둔 건 왜일까. 대학을 가기 위해서다. 그는 고향인 저장성 자싱(嘉興)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선멍커는 “대학 입학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격왕, 명사수의 영광은 지나갔다”고도 말했다.
지난 9월 2일 군 전역절차를 밟고 있는 선멍커. [저장일보 캡처]
그렇다고 지난 2년간의 군대 생활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는 “군대 경험이 나를 단련시켰고, 미래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지도 남겼다.
[저장일보 캡처]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고 나면, 다시 입대해 군인의 삶을 살 수도 있을 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각해볼게요.”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남자 다 제쳤다...中스나이퍼 1위는 뮬란이 꿈인 19살 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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