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2014년 12월 풍랑경보를 피해 울릉도에 긴급 피난한 중국 어선들. photo 연합
오징어가 동해에서 급격히 사라지는 원인이 인공위성을 이용한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주범은 1600여척에 이르는 중국 ‘검은 선단’의 불법 어획이다. 북한 수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 때문에 남하하는 오징어가 동해바다로 미처 내려오지도 못한 채 싹쓸이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오징어 싹쓸이 조업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 숫자 1600척 밝혀내
지난 7월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2017~2018년 북한 동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불법 조업을 벌였다는 인공위성 정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국제 비영리민간단체 ‘글로벌어업감시(GFW)’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일본수산연구교육기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 및 여러 인공위성의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내용이다. ‘북한 수역의 검은 선단을 밝혀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논문은 한국의 박재윤 수석데이터과학자가 공동저자로 되어 있다.
2015년에 설립된 ‘글로벌어업감시’는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어선의 위치를 추적하고 불법 조업 행위를 감시하는 일을 한다. 해양보호단체인 오셔나(OCEANA), 환경 관련 위성사진 분석 단체인 스카이트루스, 구글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인공위성을 동원해 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어선 3만5000척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인공위성과 선박 정보를 이용해 남획을 일삼는 대형 어선을 추적하는 게 목표다.
현재 북한 수역은 유엔(UN) 제재(2017)로 다른 나라 선박의 조업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들은 남획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오징어 황금어장인 한반도 동해 북측 수역에서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은 오랜 골칫거리지만 그동안 인접 국가와 국제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 어선 활동이 제대로 감시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국제 공동연구팀은 검은 선단의 조업을 종합적으로 밝혀낼 곳으로 동해를 선택했고, 첨단 과학을 통해 중국의 검은 선단 활동을 선명하게 밝혀 꼼짝 못 할 증거를 찾아냈다.
공동연구팀은 어떤 환경에서도 불법 어선을 감시하여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선박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했다. 4가지 인공위성 관측 기술을 조합한 게 그것. 그중 하나가 선박 간 충돌방지를 위해 위치를 항상 송신할 수 있게 한 ‘자동식별시스템(AIS)’이다. 이 시스템은 선박 이름과 속력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선박의 공식적 움직임을 추적한다.
또 하나는 해양의 선박을 관찰하는 위성 레이더(합성개구레이더·SAR) 기술이다. 3개의 위성 레이더를 통해 공중에서 해양으로 순차적으로 전파를 쏜 후 전파가 목표물에 부딪혀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 차를 이용해 선박의 위치와 크기,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구름이 낀 흐린 날에도 상관없이 어선을 찾고 추적할 수 있다.
나머지 두 기술은 선박의 형태와 종류 등을 직접 확인하고 불법 조업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고해상도 ‘광학 이미지’ 기술, 밤에 조업하는 선박의 불빛을 포착해 어선의 위치를 잡아내는 야간 이미징, 즉 위성의 ‘고감도 적외선 감지기(VIIRS)’ 기술이다.
공동연구팀은 해상에서 3m 떨어진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인공위성의 고해상도 ‘광학 이미지’ 영상 데이터를 이용해 어선의 위치를 찾았고, 이어 해상에서 0.7m 떨어진 물체까지 구별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영상기술과 AI를 이용해 불법 조업하는 두 척의 배가 쌍끌이 어선인지 알아냈다. 쌍끌이 어선은 배 두 척이 양쪽에서 기다란 날개그물을 쳐서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배 사이에 있는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북한 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찾기 위해 사용된 인공위성은 미국의 위성영상 서비스기업 플래닛랩스가 보유한 군집위성이다.
공동연구팀은 4가지 인공위성 관측 조합 기술을 통해 북한 수역에서 2017년 796척, 2018년 588척의 쌍끌이 어선을 찾아냈다. 특히 야간 오징어잡이 어선도 2017년 108척, 2018년 130척을 찾아냈다. 이로써 연구팀이 밝혀낸 중국 불법 어선인 소위 ‘검은 선단’은 2년간 총 1600척이 넘는다. 이는 중국 전체 원양어선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로, 한 국가의 상업 선단이 타국 수역에서 저지른 불법 조업 사례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박재윤 수석데이터과학자는 말한다.
2년간 5200억원어치 오징어 남획
그렇다면 중국의 불법 어선이 2017~2018년 잡아들인 오징어 양은 얼마나 될까.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16만t이 넘는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4억4000만달러(약 5276억원). 한국과 일본이 한 해 동안 잡는 오징어 어획량과 비슷한 물량이다. 한국과 일본 수역에서 잡히는 오징어 어획량이 2003년 이후 약 80%가량 줄어든 이유가 중국 검은 선단의 불법 조업과 관련이 높다는 게 GFW의 설명이다.
한편 국제 공동연구팀은 2018년 한 해에만 러시아 연안에서 불법으로 오징어를 잡는 북한 어선이 약 3000척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에 비해 약 6배나 늘어난 숫자다. 러시아 해역에서 북한 어선의 불법 활동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중국과의 어선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체 길이 50m라는 엄청난 크기에 첨단 장비로 무장한 중국의 불법 조업 쌍끌이 저인망어선 때문에 북한 어선은 러시아 수역으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어선들은 선체 길이가 10~20m에 불과하고 몇 개의 전구만 달린 소형 목선이다.
장비가 허술한 북한의 소형 목선의 경우 연료가 떨어지거나 엔진이 고장 나면 거센 해류와 강풍에 떠밀려 일본이나 러시아 해안에서 표류하는 일이 잦다. 이 과정에서 북한 어민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먼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일은 위험하다. 최근 일본 언론은 2015~2019년까지 5년간 600여척의 북한 어선이 일본 해안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검은 선단의 횡포는 해마다 더 극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동해의 어류자원만을 고갈시키는 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까지 진출해 불법 조업을 자행한다. 인근 해역에서 고기를 잡던 아프리카 영세 어부들 또한 중국의 거대 상업 저인망어선에 밀려나고 있다. ‘글로벌어업감시’는 이러한 피해를 없애기 위해 인공위성 데이터와 AI의 기술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지구촌의 불법 조업 어선을 찾아낼 계획이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하루속히 불법 조업이 차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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