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처님 발가락 침수" ... 中 기록적 홍수에 난리 난 유적지들

Shawn Chase 2020. 8. 24. 01:37

[중앙일보] 입력 2020.08.23 12:00

 

두 달 넘게 폭우로 큰 고통을 겪은 중국에 또다시 큰 비가 내렸다. 지난 18일 발생한 홍수로만 이재민 26만 명이 발생했고, 침수된 지역도 부지기수다. 중국 정부는 군 120여만 명을 투입해 무너진 둑을 쌓는 등 추가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산대불에 물이 차오르는 모습. ⓒBBC 캡처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도 이번 여름 폭우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중국 국가문화재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 11개 성에서 최소 500개 문화유산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양쯔강 주변 지역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부처님'이라 불리는 러산대불(樂山大佛, Leshan Giant Buddha).
  
며칠 전 폭우 때, 이 대불이 있는 쓰촨성(四川省) 어메이 산(峨眉山) 인근 주민 10만 명이 긴급 대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각불상'으로 꼽히는 러산대불 ⓒ로이터

 
양쯔강의 지류, 민강, 칭이강 등이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러산대불은 중국 불교의 4대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광지로도 인기가 매우 높은데,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크기로 압도한다.  
 
전체 높이가 무려 71m, 폭은 28m에 달한다. 머리의 길이만 15m 가까이 되고 귀의 길이가 7m. 이 미륵불의 귓구멍에는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당나라 때 건설된 이 대불이 더욱 주목받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 거대한 석각불상의 탄생도 홍수와 관련있기 때문이다. 러산대불은 당시 빈번하게 일어나던 수해를 막고 싶은 염원을 담아 만들어졌고, 대불이 완성된 후 수해가 크게 줄었다는 전설 같은 말이 전해진다.
 
이렇게 사랑받는 '부처님'은 수면보다 높은 곳에 있지만, 이번 폭우로 발이 잠겼다. BBC는 "1949년 이후로 젖은 적이 없는 '발가락'이 물에 잠겼다"며 "대불을 보러 간 관광객 180여 명은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러산대불 ⓒBBC 캡처

 
중국 동부 안후이성(安徽省) 황산시에선 이미 지난달 홍수 때 전하이교(镇海桥, Zhenhai Bridge)가 무너져내렸다. 길이 133m, 폭 15m의 아름다운 다리. 명나라 때인 1530년대에 세워져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홍수 때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500년 역사가 물에 쓸려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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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이교의 원래 모습

 

 


전하이교와 함께 아름답기로 손꼽혔던 러청교(乐成桥, Lecheng Bridge) 역시 파괴돼 일부만 남았다. 역시 명나라 때 지어져 홍수로 한 번 무너져내렸다가 청나라 시절 재건된 다리다. 이 밖에도 장시성의 800년 된 다리, 후베이성 성곽 등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문화재청은 부랴부랴 문화재 복구에 나섰다. 중국국제TV(CGTN)는 "문화유산에 있어 올해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해"라며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한 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부처님 발가락 침수" ... 中 기록적 홍수에 난리 난 유적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