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억대연봉도 나온 배달원 모시기···5000명 뽑는데 1000명 왔다

Shawn Chase 2020. 9. 3. 17:30

[중앙일보] 입력 2020.09.03 15:25 수정 2020.09.03 16:10

 

2일 서울의 한 식당가 밀집지역에서 배달원이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40)씨는 지난달 19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삼계탕을 주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씨는 주문 당시 ‘50분 이내에 음식이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1시간 30분이 지나도 배달이 오지 않자 배달 앱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는데 배달원이 오지 않았다”는 답변이 왔다. 가게 사장님이 직접 배달해 온 삼계탕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배달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배달 지연에 따른 피해 사례도 이어진다. 이 씨는 “배달원이 여러 개의 주문을 받아서 여러 곳을 들렀다가 오니 동선에 따라 배달에 걸리는 시간은 복불복”이라며 “최근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 지연을 여러 번 겪었다”고 말했다.

이모 씨는 지난달 19일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했다가 1시간30분이 지나도 배달이 오지 않아 항의하자 가게 사장님이 직접 배달한 음식을 받았다. 이 씨는 배달앱 결제는 취소한 뒤 가게에 직접 음식값을 결제했다. 사장님이 직접 배달한 음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사진 독자제공

배달 건수 연이어 최고치 경신  

배달 주문은 잇따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한 후 주말인 지난달 23일(55만2000건)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한 지난달 30일(57만5000건) 연이어 배달수행 건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7월 마지막 일요일(26일) 45만7000건에 비해 한 달 새 약 12만건(25.8%) 늘었다. 반면 이 기간 배달을 수행한 라이더 수는 1만2700여명에서 1만3700여명으로 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급증하는 배달 수요를 라이더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배달 업계는 ‘배달원 모시기’ 전쟁 중이다. 바로고는 지난달 26일 라이더 5000명을 추가 모집하겠다고 밝혔지만, 3일 현재 모집한 인원은 1000명 남짓이다. 배달의민족도 지난 7월 프리미엄 배달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 1000여명을 추가 모집해 3000명까지 늘렸다. 배민라이더스는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맛집을 상대로 배민이 주문 접수와 배달까지 대행하는 서비스다. 지사별로 ‘라이더 상시 모집’ 중인 다른 배달업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라이더 상시모집’에도 태부족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3일 ‘배달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 주제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억대 연봉'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배달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배달 난이 바로 해소되는 건 아니다.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특정 시간대에 주문이 몰리기 때문이다. 폭우나 폭염 등 배달을 기피하는 날이나 주문이 갑자기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배달료가 치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원들을 직고용할 경우 근로시간과 수입이 한정되기 때문에 정규직화를 원하지 않는 배달원도 많다”며 “배달 수요와 공급의 차이는 늘 있었기 때문에 라이더 수급은 업계의 영원한 숙제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원 부족 문제는 배달료 경쟁으로 이어졌다. 업체들의 각종 프로모션으로 배달료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억대 연봉’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권에서 활동한 일부 쿠팡이츠 라이더들은 하루에 30만~50만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루 가장 많이 받은 라이더는 58만5700원을 받았다. 주5일 근무한다고 치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연봉 6000만원 대기업과 연봉 1억 라이더 중 어떤 게 나을까요”란 글도 올라왔다.
 

현장선 “극소수 이야기…안전배달료 도입해야”

그러나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도 쏟아진다. 라이더유니온과 미디어데모스는 3일 ‘배달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란 주제로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거의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얻을 수 있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연봉 1억 논란은) 서울을 중심으로 쿠팡과 배민 같은 대형 업체들의 프로모션 경쟁이 붙어 만들어진 것”이라며 “과도한 프로모션은 지양하고 기본 배달료를 높여 지속 가능한 안전배달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억대연봉도 나온 배달원 모시기···5000명 뽑는데 1000명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