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능의 배신? 난이도는 왜 들쑥날쑥 한 걸까

Shawn Chase 2015. 11. 18. 07:27

"전년도와의 비교, 다양한 요구가 원인"

 

머니투데이 | 이진호 기자 | 입력 2015.11.18. 05:35

 

 

[머니투데이 이진호 기자] ["전년도와의 비교, 다양한 요구가 원인"]

지난 12일 2016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뤄진 이후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쉬운 수능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다소 어려웠다는 평이 주를 이루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

17일 학원가에 따르면 가채점 결과 올해 수능 1등급 컷은 국어영역 B형을 제외한 국어 A형과 수학 A·B형, 영어영역 등 주요과목 모두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되면서 상당수 수험생들은 '교육과정평가원에 배신 당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고3 학생들이 가채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고3 학생들이 가채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일각에서는 올해 수능을 두고 '최근 10여년 중 가장 바람직한 변별력의 시험'이라고 평가 하고 있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물수능', '불수능'을 넘어 '독수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불만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매번 요동치는 수능 난이도의 이유는 무엇일까. 입시전문가들은 난이도에 대한 강박과 다양한 변수가 지금까지 '널뛰기 난이도'의 원인이었다고 분석한다.

 

◇쉽게 내려는 강박과 많은 '사공'이 원인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많은 외부 주문을 수능 난이도 조절의 걸림돌로 꼽았다. "결국 사람이 (출제)하는 일인데 매번 난이도가 완벽하게 동일할 수는 없다"고 입을 뗀 그는 "특히 교육 외적인 측면에서 '외압'이 많다"고 말했다. EBS연계와 6·9월 평가원 모의고사와의 관계, 쉬운 수능 지향 등 다양한 변수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

수능 이전 모의평가가 쉬울 경우 이를 고려해야 하고, EBS 연계율을 맞추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 등에서 교과 중심·변별력 확보라는 출제 본연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한 지난해 초 교육부가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밝힌 영어 빈칸추론 축소안 등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짚었다.

오 이사는 "'고부담' 시험인 수능에 제약이 많으면 많을수록 출제하는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 출제 조건이 중첩되면 결국 난이도 조절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전년도와의 비교를 들쑥날쑥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평가원이 출제 과정에서) 과목별로 분명히 전년 난이도를 고려할 것"이라면서 "작년에 쉽게 나왔던 과목은 또 쉽게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제자 입장에서 수험생들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사전에 모의로 수험생들의 정답률을 체크하기도 어렵다"면서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게 난이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 12일 민찬홍 수능 검토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각 영역 출제위원들도 변별력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만점자 숫자를 조절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하지는 않았다"며 "기존 출제 기조를 유지하는 게 최고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7학년도 이후 최고 수능? =이 같은 어려움에도 2016학년도 수능은 성공적이었다는 평이 많다. 남윤곤 소장은 "2007학년도 이후 가장 잘 나온 수능"이라고 말했다. 올 수능이 향후에도 난이도 조절에 가장 성공한 수능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만큼 변별력 측면에서 모범적인 수능이었다는 평가다.

남 소장은 "국영수 모두 94~96점 선에서 1등급 컷이 형성됐다"며 "모든 과목 컷이 고르다는 것은 수험생 별로 유·불리 없이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가스터디 추정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도 수능 국영수 1등급 컷은 각각 △국어A 96점 △국어B 94점△수학A 94점 △수학B 96점 △영어 94점으로 대부분 90점대 중반에 형성됐다. 이는 한 두 문제를 실수하더라도 1등급을 맞을 수 있어 전문가들이 보는 가장 이상적인 분포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도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하며 "이전까지가 너무 '물수능'이었던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는 "쉬운 수능이 될 거라는 예고만 없었어도 이번 수능을 어렵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2016학년도 시험이 향후 수능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이사는 6·9월 모평을 수능 난이도 조절의 열쇠로 제시하며 "특히 9월 모평을 실제 그 해 수능이 지향하는 난이도로 내고, 이후 기간을 고려해 1문제 정도를 더 어렵게 내면 성공적인 난이도 조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능은 결국 '상대평가'임을 기억하라"며 "결국 기본개념과 원리를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