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모닝 vs 스파크.. 17년만의 '輕車 할인전쟁'

Shawn Chase 2015. 11. 12. 23:36

조선비즈 | 윤형준 기자 | 입력 2015.11.12 03:09

 

 

국내 경차(輕車) 시장의 맞수인 기아차와 한국GM이 불꽃 튀는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는 '모닝' 차량에 대해 최대 14%에 달하는 할인 공세를 하고 있고, 한국GM은 출시 두 달 남짓한 '스파크' 신형 모델의 가격을 깎는 마케팅으로 맞서고 있다. 양사 모두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한다. 일각에선 경차 수준을 넘는 과도한 할인이어서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차 시장에서 대규모 할인 경쟁은 1998년 현대차(아토즈)와 대우차(마티즈) 간의 격돌 이후 17년 만이다.

◇91개월 만에 깨진 '모닝' 1위

 

기아차는 이달부터 모닝에 대해 최대 130만원을 깎아주거나, 50만원을 할인하고 삼성 지펠 김치냉장고를 제공하는 프로모션 행사를 하고 있다. 모닝은 판매가격이 대당 915만~1480만원 선이다. 최대 130만원을 깎으면 할인액이 차 값의 최대 14%에 달한다. 한국GM은 신형 스파크 모델에 대해 최대 20만원을 깎아주거나 삼성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 S2를 주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는 조건부로 할인 금액을 20만원 더 늘려 차 값을 총 40만원 깎아주거나 20만원을 할인해주면서 갤럭시기어 S2를 증정한다.

이 같은 대할인 전쟁은 올 8월 시작됐다. 신형 스파크가 8월 한 달에만 6987대를 팔아 모닝(6954대)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국내 경차 시장 판매 1위에 오른 것이 계기였다. 모닝은 앞서 7년 7개월(91개월) 연속 경차 시장 1위를 질주했다. 만년 2위였던 스파크의 반란으로 위기감을 느낀 기아차는 곧바로 할인 행사에 돌입해 9월에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세컨드카(두 번째 차)로 모닝을 구입하려는 가구를 대상으로 한 김치냉장고 증정 이벤트가 적중해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순위가 한 달 만에 뒤집히자 한국GM도 추가 대응에 나섰다. 신차(新車) 할인은 차의 상품성을 깎아 먹는 자해(自害) 행위라는 판단에 따라 할인 행사를 자제해온 방침을 뒤엎고 지난달부터 소액 할인을 시작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할인 폭을 늘리면서 본격 판촉 행사에 나서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기아차만큼 대폭 할인은 아니지만 출시 두 달밖에 안 된 모델을 할인하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손실"

 

출혈 경쟁은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지만, 업체들에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차는 평균 판매가격이 1000만원대 초·중반으로 판매가격의 7~8%만 제조업체 몫이다. 경차 1대를 팔아도 100만원을 못 남긴다는 것이다. 할인 폭이 40만~130만원에 달하면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거나 적자를 보며 판다는 얘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이익이 줄더라도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 때문에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악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품질 저하와 서비스 부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차 시장 규모는 매년 줄고 있다. 경차는 주로 엔트리카(생애 첫 차)나 세컨드카로 팔리는데, 이 시장을 소형차나 준(準)중형차 등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차의 연간 판매량은 2012년 20만대를 넘었으나 지난해 18만대 수준이 됐다.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17.3%에서 올 9월 현재 13.5%로 축소됐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자동차학과)는 "경차가 친환경차 등으로 진화하면서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며 "과도한 출혈 경쟁보다는 관련 기업이 품질로 승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