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강제 배정 상임위와 재배치 상임위 사이

Shawn Chase 2020. 7. 11. 20:59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입력 : 2020.07.11 15:25

 

 

입력 : 2020.07.11 15:25

 

7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7월 7일 국회 의원회관이 갑자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전날 미래통합당이 각 의원의 상임위 배정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통합당 의원실로 축하 난이 분주히 배달됐다. 해당 상임위 배정을 축하하는 난이었다. 의원실에는 정부와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들 관계자는 해당 상임위가 열리기 전에 통합당 의원과 보좌진에게 인사하기 위해 의원실을 찾았다. 국회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통합당 의원실 역시 분주하게 돌아갔다. 배정받은 상임위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의원실에서 자체 회의를 여는 모습도 보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배정한 ‘임시 상임위’에는 아무런 관심을 쏟지 않을 때의 모습과는 달랐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진짜 상임위’를 배정한 직후 통합당 의원실이 바쁘게 움직인 것이다.

통합당, 운영위·법사위에 공격수 배치
통합당의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운영위원회다. 여기에는 곽상도·김도읍·김정재·김태흠·박대출·이양수·신원식·조수진 의원 등 이른바 ‘통합당의 공격수’ 의원들이 대거 포진했다. 국회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운영위의 소관 부처로는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사무처와 예산정책처·입법 조사처 등이 있다. 통합당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을 파헤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회 운영위는 소위 ‘일하는 국회법’이 상정되는 소관 상임위다. 민주당은 7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다. 때문에 통합당이 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공격수 의원을 배치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합당의 원내 관계자는 “운영위 의원 배정에는 청와대 관련 의혹 조사는 물론 국회법에 대한 견제까지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배정한 국회 운영위 명단에는 원내 부대표단으로 활동하는 초선 의원들이 대거 들어가 있었다. 이들 의원이 모두 빠지고 공격수 의원으로 대체한 것이다. 국회 운영위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각 교섭단체의 대표의원(원내대표)을 포함한 28인으로 구성되며, 각 교섭단체의 원내 대표단을 운영위원으로 배정하는 것이 관례임”이라고 적어놓았다. 민주당은 원내 부대표단을 국회 운영위에 포함시켰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 운영위라는 것은 초선 의원들이 배치돼 국회 운영을 경험하는 곳”이라면서 “이런 상임위에다 다선·공격수 의원들을 전면 배치한 것은 관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각별히 신경을 쓴, 또 다른 상임위는 법사위다. 21대 국회에서 통합당은 전체 18명 중 6명의 위원만을 확보했다. 민주당이 11명, 1명은 열린민주당 소속이다. 20대 국회에서 전체 18명 중 민주당 8명, 통합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일 때와 비교하면 위원회 구성에서 불리하게 됐다. 법사위원장 역시 통합당 몫에서 민주당 몫이 됐다. 통합당은 3선의 김도읍 의원을 간사로 배치하고 윤한홍·장제원·유상범·전주혜·조수진 의원을 배정했다. 공격수 의원과 법조인 출신 초선의 조합이다. 당초 박병석 의장이 배정한 법사위 야당 명단은 김도읍·박형수·유상범·전주혜·장제원·김웅 의원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이중 박형수·김웅 의원이 빠지고 윤한홍·조수진 의원이 들어갔다. 야당 법사위 위원들은 7월 8일 윤석열 검찰총장 출석 요구로 여당에 대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국회 운영위나 법사위 같은 경우 통합당으로서는 초선을 보낼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선수와 투쟁력을 갖춘 의원을 배치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심거리는 ‘11 대 7 배분’의 경우 상임위원장 후보에 올랐던 의원들의 배치다. 당초 3선 이상으로 상임위원장을 역임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7석의 상임위원장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얻지 못했다. 김도읍 의원(3선)은 법사위 간사로, 하태경 의원(3선)은 정보위 간사, 이헌승 의원(3선)은 국토위 간사로 또 다른 중책을 맡았다. 박덕흠(3선)·김상훈(3선) 의원은 인기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에 배치됐다. 조해진(3선)·김기현(4선) 의원은 예결특위에 배치됐다. 윤재옥(3선)·유의동(3선) 의원은 정무위에서, 윤영석 의원(3선)은 산업자원위에서 활약하게 됐다. 이들 상임위는 노른자위 상임위로 손꼽힌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왼쪽 두 번째) 등 법사위 위원들이 7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법사위 개회 및 윤석열 검찰총장 출석 요청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선 의원, 국토위·예결위·산자위 배치
반면 노른자위가 아닌 상임위에는 초선 의원들이 대거 배치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7월 8일 의원총회에서 “지망과 전문성과 지역별·선수별 안배, 이런 것을 고려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게 여기는 의원이 많아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상임위 명단 제출로,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에게 지정한 상임위는 며칠간의 ‘임시 상임위’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개별 상임위를 배치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와 관련해 1순위로 특정 상임위 배정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석 의장은 이 의원을 1순위 상임위에 배정했다. 이 의원 측은 “의장실에서 어떻게 특정 상임위에 꼭 집어 배치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재선 의원 측은 “의장실에서 배치한 상임위의 이유를 살펴보니, 초선 때 활동한 상임위였다”면서 “의장실에서 의원들의 약력, 선수, 상임위 경력 등 여러 근거를 마련하려 애를 쓴 흔적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으로서는 ‘강제배정’이라는 이유로 의장의 상임위 배치 결정에 반발해왔다. 장성철 소장은 “여야가 합의를 못 한 측면이 있긴 했지만 의장의 상임위 강제배정은 결국 의정사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통합당 초선으로서는 박병석 의장의 ‘강제배정’보다 더 못한 배정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겼다. 당 차원의 공격수 배치, 상임위원장급 의원 배려 등으로 상임위 배정 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비례의원으로 영입된 윤주경 의원(윤봉길 의사의 손녀)은 국방위와 예결특위에 배정됐다. 당초 박병석 의장은 국가보훈처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에 윤 의원을 배정했다. 검찰 출신의 의원으로, 책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웅 의원은 환경노동위로 배치됐다. 김 의원은 법사위를 1순위로 손꼽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단에 속한 한 초선 의원은 “상임위 배정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사전에 양해를 구해 큰 잡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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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11525001&code=910402#csidxbdc7ade48a5dd90bee7e86061c181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