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던진 충격과 문제

Shawn Chase 2020. 7. 11. 20:45

 

조선일보

입력 2020.07.11 03:26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실로 충격적이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면서 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온 박 시장이 이렇게 생을 마감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박 시장은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경찰은 박 시장의 성추행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고, 전직 비서가 고소인 조사까지 받았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인권 변호사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시민 단체 운동을 이끈 사람이다. 국내 첫 성희롱 사건인 '서울대 우 조교 사건' 승소를 이끌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서울 시정에서도 여성 권익 보호를 앞세워 왔다. 그런 그의 성추행 피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한 뒤 재임 중의 가족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투신했다. 이후 전직 의원 등 정치인 여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 역시 비리 혐의 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젊은 연예인들의 비극적 사건도 거의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명인들이 '죽음'으로써 문제를 끝내려는 선택이 이어지면서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 일각의 위험한 풍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명인의 자살은 전염성이 있다고 한다.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악이다.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극단적 선택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거나 심지어 미화되는 풍토의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면 잘못을 덮을 수 있고, 심지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

서울시는 박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장을 치르겠다고 했다. 시민 분향소도 설치했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서울특별시장으로 하지 말고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했다. 여기에 시민 세금을 쓸 수 있느냐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박 시장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업무 중에 순직한 것과는 구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부 네티즌이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람을 색출하겠다고 나선 것도 심각한 일이다. 성추행을 당한 사람은 피해자일 뿐이다. 피해자를 찾아내는 행위 자체가 2차 가해이다. '성추행 피해자는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가. 내 편은 무조건 감싸고 아니면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를 또 한번 확인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0/20200710039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