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경제포커스] 위기 속에서 제2의 삼성전자 나온다

Shawn Chase 2020. 4. 23. 23:28



입력 2020.04.23 03:15

외환위기後 IT 호황 올라탄 삼성, 20년 넘게 한국 대표 기업 유지
큰 위기 때 큰 사업 기회 생겨… 지금도 도전하는 기업 나오기를

정성진 산업2부장
정성진 산업2부장

'IMF 외환위기'가 진행되고 있던 1999년 4분기, 한국 경제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기업가치를 뜻하는 시가총액(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이 가장 큰 기업 1위가 한국전력에서 삼성전자로 바뀐 것이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잠깐 한국통신(현 KT)한테 자리를 내준 적이 있을 뿐,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한국 No.1 기업'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결론만 얘기하면, 외환위기가 기회였다. 한국이 금 모으기까지 하며 생존을 걱정하던 때, 세계 경제의 성장축은 철강·자동차·조선 등 철(鐵)로 상징되는 구(舊) 경제에서 컴퓨터·통신 등 반도체로 대변되는 신(新) 경제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 흐름을 삼성전자는 제대로 탔다. 삼성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고 국내외 조롱을 받으면서도 끌고간 반도체 부문은 한국을 먹여 살리기 시작했다.

큰 경제 위기가 지나면 항상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 틀 자체의 전환에 올라탄 곳들이다. 디지털 세상이 열린 뒤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 트렌드 변화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 기업은 유독 일본에서만 힘을 못 쓴다. 이런 일본에서 압도적인 시장 1위를 하는 기업이 한국 네이버의 자(子)회사인 라인이다. 국내 카카오톡처럼 일본 메신저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인이 '카톡하라'고 말하듯, 일본인은 '라인하라(라인시테)'고 한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사회의 위기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네이버재팬 직원들은 전화·문자 통신망이 끊겨 고생했다. 그런데 전화·문자가 아닌 인터넷망은 살아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인터넷 메신저를 많이 써본 한국인 직원은 서로 연락을 잘 했으나, 인터넷 메신저를 거의 쓰지 않았던 일본인 직원은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는 이에 착안해 한 달 반 만에 라인을 만들었고, 결국 시장을 선점했다.

메르스가 한국을 때린 2015년은 인터넷 쇼핑몰이 뜬 원년(元年)으로 통한다. 인터넷 쇼핑몰 고객이 디지털에 익숙한 일부 고객에게서 다수 대중으로 확대됐다. 사람과 만나지 않는 비대면 문화가 시작한 것이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5억원이었으나 2015년엔 1조1338억원으로 뛰었다. 이후 쿠팡은 계속 성장해, 작년 매출은 웬만한 대형마트를 넘어설 정도로 커졌다.

현재 코로나 사태에서도 계기를 찾은 기업들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체면을 구긴 한국 바이오 산업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1000만개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업체가 치료제를 개발하면 위탁생산을 하기로 미리 계약했다. 규모는 단일 수주 기준으로 가장 큰 4418억원이다.

한국 통신사들의 기술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통신 3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G 통신망을 열었다. 올해가 2년째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코로나로 경제가 멈춰 시작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시스템 운영 노하우의 격차를 벌린 것이다. 각 통신사는 코로나만 조용해지면 바로 5G 기술을 수출하러 가기 위해 벼르고 있다.

코로나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세계 웹툰 시장에서 약진하는 국내 기업도 있다. 전 세계 네이버 웹툰의 월간 이용자는 6200만명이다.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는 일본에서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금 안 힘든 사람은 없다. 사실 돌파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희망까지 죽지는 않았다. 제2, 제3의 삼성전자가 되기 위해 씨를 뿌리고 도전하는 기업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3/20200423000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