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기자 입력 2020.03.31. 14:49
국제유가가 바닥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3월 들어 급락을 시작한 유가는 2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10달러대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과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원인이다.
유가가 급락하자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원유 관련 상품에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KODEX WTI 원유선물(H)'와 'TIGER 원유선물 Enhanced(H)'를 각각 3673억원, 2006억원을 각각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KODEX WTI 원유선물(H)와 TIGER 원유선물 Enhanced(H)는 투자 자산의 60% 이상을 WTI 원유선물과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해당 상품의 기초지수가 되는 원유의 저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으로 수급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감소된 상황에서 오히려 공급이 늘어나는 시장점유율 경쟁이 일어나 낮은 가격에 머물러 있다"며 "저장 시설 부족 등으로 공급이 더 늘어난다면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의 발단은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감산 합의 실패다.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반대하면서 사우디가 증산에 나섰고,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원유 관련 ETF들은 월 단위로 거래되는 선물을 통해 원유를 사들인다. 한 달이 지나 선물이 청산되는 시점이 되면 다음 달 선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롤오버 비용이다. 대개 미래 시점 선물은 현재의 선물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이 연구원은 "현재 원유 시장은 차근월물 가격이 최근월물 가격보다 크게 높은 '슈퍼 콘탱고' 상황에 놓여있다"며 "롤오버 비용이 평소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7일 기준 5월물 WTI 선물을 담고 있는 KODEX WTI 원유선물(H)의 6월물 WTI 선물에 대한 롤오버 비용은 마이너스(-)14.47%다. 그만큼 6월물 WTI 선물가격이 5월물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롤오버 비용이 크면 클수록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손해다. 롤오버 비용 탓에 누적성과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롤오버 비용을 감안했을 때 원유 ETF에 장기투자는 적절하지 않다"며 "원유 ETF를 투자하는데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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