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12 03:20
보수 야당에 바라는 것은 좌파의 뒷전에서 벌이는 욕설의 성찬이 아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묻는다… 답할 실력이 없다면 권력도 주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공격수가 권력 외부에서 내부로 바뀌었다. 진중권씨, 김경률씨에 이어 권경애 변호사가 가담했다. 이들은 정의당·참여연대·민변 소속 혹은 출신이란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들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풍자나 해학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내부자 폭로의 파괴력과 함께, 정권 편에 섰던 그들에겐 다음 질문에 답할 필요 없는 경쾌함이 있다. "너희가 권력을 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문 정권 반대편에 선 보수 야당을 늘 무기력하게 만드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역사가 길다. 변화의 열망에 대한 정치적 공격술을 분석한 앨버트 허시먼은 책에서 이 질문을 '무용(無用) 명제'라고 했다. 변화를 택해봤자, 권력을 바꿔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허시먼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였다. 변화가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역효과 명제', 섣부른 변화는 기존의 안전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위험 명제'다. 한국의 보수 야당이 날밤을 새우며 문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비판해도 반향이 없는 것은 이 질문에 답을 못 하기 때문이다.
첫째, 보수가 권력을 잡는다고 경제와 생활이 나아질까? 둘째, 좌파의 폭정을 피하려다 더 큰 우파의 폭정을 맞는 게 아닐까? 셋째, 북핵(北核)에 원칙론으로 저항하다가 좌파가 굴욕적으로 얻어낸 한 조각 안전이라도 날아가는 게 아닐까? 허시먼의 책 제목은 'The Rhetoric of Reaction(반동의 수사법)'이다. 한국 출판사는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고 번역했다. 역사적으로 늘 우파가 좌파를 옭아매던 족쇄에 걸려 한국 보수는 버둥거리고 있다.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정부의 무능력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1997년 외환 위기는 보수 정권에서 일어났다. 기업의 자구 노력 덕분이든, 강요된 구조조정 덕분이든, 글로벌 호시절을 만난 덕분이든 보수 정권이 퇴장하고 위기가 지나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한국 경제가 달성한 성장률은 노무현 정권 때보다도 뒤진다. 미국발 리먼 쇼크가 반영된 시기를 빼고도 그렇다. 보수 정권 때 청년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증거도 없다. 청년 실업률을 보면 오십보백보다. 김영삼 정권 이후 '보수=번영'의 등식은 증명된 일이 없다. 무엇을 근거로 정권을 다시 잡으면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고 주장하는가? 맹목적 친문(親文) 집단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이 제기하는 물음이다. 보수 야당은 이 질문에 답한 적이 없다. '무용 명제'에 함몰된 것이다.
다음은 보복의 악순환에 대한 입장이다. 문재인 정권은 수많은 사람을 심판하고 가두고 변방으로 내몰았다. 내가 아는 어떤 공기업에선 그렇게 내몰린 수백 명이 구석구석에서 분을 삭이면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분노가 이 사회에 거대 에너지로 잠재하면서 보수 야당에 원초적 힘을 제공한다. 문 정권이 그랬듯 보수 야당도 권력을 잡으면 검찰을 동원해 반대편을 심판하고 내몰 것인가. 검찰 권력은 환골탈태를 수백 번 해도 비대하다. 보수 야당은 문 정권의 정치 보복과 사법 유린을 비판만 했을 뿐 '검찰 개혁' 청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적이 없다. 이대로 문 정권이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 권력의 폭주와 보복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역효과 명제' 역시 상식적인 사람들이 보수 야당에 던지는 질문이다.
한국은 성공한 국가다. 종전(1945년) 이후 한국과 같은 비약적 발전을 경험한 나라는 극소수다. 이런 역사를 가진 국민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중시한다. 지킬 것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절대악이라고 여기는 내 친구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굴욕이든 뭐든 문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력은 보수가 이룩한 현대사의 번영과 안정을 담보로 국민을 이렇게 위협해 왔다. '북한을 건드려 삶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이런 '위험 명제'에 대해 보수 야당은 답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권은 비판을 좌파 내부에 내맡겨도 충분할 만큼 막 나 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좌파 공격수가 등장해 문 정권을 비판할 것이다. 사람들이 보수 야당으로부터 듣고 싶은 것은 좌파 공격수 뒷전에서 벽을 향해 내뱉는 욕설이 아니다. 오늘보다 나은 경제, 보복의 악순환을 피해 가는 리더십, 종북(從北)을 넘어선 안정과 평화에 대한 국가 설계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할 실력이 없다면 국민은 권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이 질문은 역사가 길다. 변화의 열망에 대한 정치적 공격술을 분석한 앨버트 허시먼은 책에서 이 질문을 '무용(無用) 명제'라고 했다. 변화를 택해봤자, 권력을 바꿔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허시먼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였다. 변화가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역효과 명제', 섣부른 변화는 기존의 안전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위험 명제'다. 한국의 보수 야당이 날밤을 새우며 문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비판해도 반향이 없는 것은 이 질문에 답을 못 하기 때문이다.
첫째, 보수가 권력을 잡는다고 경제와 생활이 나아질까? 둘째, 좌파의 폭정을 피하려다 더 큰 우파의 폭정을 맞는 게 아닐까? 셋째, 북핵(北核)에 원칙론으로 저항하다가 좌파가 굴욕적으로 얻어낸 한 조각 안전이라도 날아가는 게 아닐까? 허시먼의 책 제목은 'The Rhetoric of Reaction(반동의 수사법)'이다. 한국 출판사는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고 번역했다. 역사적으로 늘 우파가 좌파를 옭아매던 족쇄에 걸려 한국 보수는 버둥거리고 있다.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정부의 무능력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1997년 외환 위기는 보수 정권에서 일어났다. 기업의 자구 노력 덕분이든, 강요된 구조조정 덕분이든, 글로벌 호시절을 만난 덕분이든 보수 정권이 퇴장하고 위기가 지나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한국 경제가 달성한 성장률은 노무현 정권 때보다도 뒤진다. 미국발 리먼 쇼크가 반영된 시기를 빼고도 그렇다. 보수 정권 때 청년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증거도 없다. 청년 실업률을 보면 오십보백보다. 김영삼 정권 이후 '보수=번영'의 등식은 증명된 일이 없다. 무엇을 근거로 정권을 다시 잡으면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고 주장하는가? 맹목적 친문(親文) 집단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이 제기하는 물음이다. 보수 야당은 이 질문에 답한 적이 없다. '무용 명제'에 함몰된 것이다.
다음은 보복의 악순환에 대한 입장이다. 문재인 정권은 수많은 사람을 심판하고 가두고 변방으로 내몰았다. 내가 아는 어떤 공기업에선 그렇게 내몰린 수백 명이 구석구석에서 분을 삭이면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분노가 이 사회에 거대 에너지로 잠재하면서 보수 야당에 원초적 힘을 제공한다. 문 정권이 그랬듯 보수 야당도 권력을 잡으면 검찰을 동원해 반대편을 심판하고 내몰 것인가. 검찰 권력은 환골탈태를 수백 번 해도 비대하다. 보수 야당은 문 정권의 정치 보복과 사법 유린을 비판만 했을 뿐 '검찰 개혁' 청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적이 없다. 이대로 문 정권이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 권력의 폭주와 보복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역효과 명제' 역시 상식적인 사람들이 보수 야당에 던지는 질문이다.
한국은 성공한 국가다. 종전(1945년) 이후 한국과 같은 비약적 발전을 경험한 나라는 극소수다. 이런 역사를 가진 국민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중시한다. 지킬 것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절대악이라고 여기는 내 친구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굴욕이든 뭐든 문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력은 보수가 이룩한 현대사의 번영과 안정을 담보로 국민을 이렇게 위협해 왔다. '북한을 건드려 삶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이런 '위험 명제'에 대해 보수 야당은 답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권은 비판을 좌파 내부에 내맡겨도 충분할 만큼 막 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1/20200211039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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