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김광일의 입] 추미애의 ‘헛발 꼼수’, 속 터지는 文

Shawn Chase 2020. 2. 13. 02:05




입력 2020.02.12 18:10




추미애 법무장관이 어제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겠다"고 했다. 일종의 꼼수다. ‘울산 선거공작 사건’과 관련 청와대 수사와 청와대 기소를 막아보겠다는 나름의 방책이다. 그러나 헛발질 같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속이 터질 것이다.

추 장관은 검찰이 울산 선거공작 사건과 관련 청와대 인사 5명을 포함한 13명을 기소한 것에 대해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검찰의 청와대 기소가 중대 하자(瑕疵)’가 있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검찰총장 권한에 따른 적법한 기소였다"는 것인데, 추 장관이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상당히 볼썽사나운 풍경이다.

하나씩 따져보겠다. 추 장관은 "검사의 수사 개시 사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지금도 수사를 전담하는 ‘수사 검사’, 그리고 재판정에 나가서 피고의 변호인과 법리를 다투는 ‘공판 검사’를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 이것은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추 장관이 느닷없이 ‘수사 검사’에서 다시 ‘기소 검사’를 떼어내겠다고 한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증거를 수집하고 진술을 받아내는 ‘수사 검사’ 따로, 그리고 그 진술서와 증거 등을 참고해서 법원에 공소장을 내는 ‘기소 검사’ 따로,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법조계 반응은 "현행 수사 체계상 수사와 기소를 칼같이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법학교수는 "검찰 수사의 목적은 실체적 발견이다. 과도한 기소인지 여부는 법원이 가리는 것인데 추 장관이 삼권 분립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추미애 장관은 왜 느닷없이 이런 방책을 들고 나왔을까. 추미애씨가 장관에 정식 임명된 것이 올해 1월2일이다. 그 뒤로 ‘인사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규모로 윤석열 총장의 손발 자르기를 했다. 그리고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폐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손발을 자르는 것으로도 안심이 안돼서 윤석열 총장을 몸을 꽁꽁 묶어 놓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을 임명한 이유가 정말로 ‘검찰 개혁’의 완수에 있을까. 여러분은 그렇게 보시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문 대통령이 겉으로 말은 안 했겠지만 추 장관에게 당부한 것은 오로지 단 한가지다. ‘윤석열을 막아라.’ 이것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윤석열 총장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추 장관은 장관 임명장을 받은 지 한 달 열흘이 됐지만 윤 총장에게 판판이 지는 쪽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울산 선거공작 사건의 검찰 기소가 지난 1월29일이었고, 추미애 기자회견이 어제 2월11일이었다. 윤석열 총장이, 전광석화처럼, 검찰 최고위 간부 10여명을 모은 오전 회의에서 울산사건 관련자 13명을 무더기 기소하는 기습 공격을 하자 추미애 장관은 거의 얼이 빠졌던 것 같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신의 한수 선빵’을 당한 것이다. 그러자 추 장관은 중간에 ‘울산사건’에 대해 ‘공소장 비공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추 장관을 욕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공소장은 공소장대로 언론에 의해 전문(全文)이 공개되고 말았다. 수세에 몰린 고심 끝에 추 장관이 울산사건 기소 13일 만에 내놓은 방책이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또 헛발에 가깝다. 그렇게 해서 아직 기소가 안 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을 방패막이 하겠다는 꼼수인데 벌써 역풍이 거세다.

추 장관은 또 "사건 지휘감독권은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장에게 있다"고 했다. 추 장관도 나름 법관을 했던 사람인데, 어떤 때 보면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고 막무가내 발언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전직 법무장관 출신인 한 인사는 "추 장관 주장은 ‘검찰청 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권은 검찰총장에게 있다’는 검찰청법 12조에 정면 배치된다"고 했다. "검사장이 독립 결재권이 있어 총장 지시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턱밑에 갖다놓은 또 다른 견제장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그래서 이성윤 지검장은 사사건건 윤 총장을 견제하고 있는데, 가령 대표적으로 ‘울산사건 기소’, 그리고 조국씨의 자식에게 엉터리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최강욱 비서관 기소, 등등 이런 사건들의 기소에 대해 이성윤 지검장은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데, 추미애 장관이 노골적으로 이성윤 편들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짧게 요약하면, 사건 지휘감독권이 윤석열 총장에게 있지 않고 이성윤 지검장에게 있다고 한 것인데, 법조인들이 추미애 장관의 발언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뻔히 속이 보이는 ‘정권 수사 방어용’ 발언이라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 문재인 정권은 ‘청와대 방패막이’ ‘윤석열 저격수’로 추미애 장관을 갖다 놓았다. 그런데 추 장관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라운드에서 윤석열 총장에게 패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봤을 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서울시장 혹은 대권까지도 욕심을 내고 있다는 추미애 장관은 지금 스텝으로 봐서 거의 망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울산사건’을 계속해서 국민적 논쟁의 중심에 갖다 놓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결코 원치 않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청와대는 속이 터질 것이다. 아마 추 장관도 조국씨 뒷감당으로 떠맡은 법무장관 자리, 이제는 괜히 맡았다 싶을 것이다.

어제 저녁 자리에 만난 지인들 중에는 "울산사건 기소로 이번 선거는 끝났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4.15 총선은 ‘종로선거’이자 ‘울산선거’다. ‘종로선거’는 황교안 대표가 치러야 한다. ‘울산선거’ 심판전은 윤석열 총장이 치르고 있다. ‘정권 탄핵’론이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고 있는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2/20200212032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