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parasite)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자 봉준호 감독이 제작 초기에 그린 스케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는 아카데미 시상식 나흘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간) 봉 감독이 극본 작업 초기에 그린 스케치 4장을 공개했다.
이 스케치는 영화 속 한 장면, 한 장면을 그림과 메모로 묘사한 것으로 ‘역시 봉테일’이라는 명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봉 작가가) 작가는 상세한 그림에 주석까지 달아 복잡한 사회 스릴러를 세심하게 묘사했다”고 극찬했다.
이번에 공개된 스케치 4장은 영화 속 반전이 드러나는 주요 장면들이다.
첫 번째 스케치는 박 사장(이선균) 집에서 쫓겨난 집사 문광(이정은)이 다시 집으로 찾아와 지하실 찬장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봉 감독은 문광이 온몸을 이용해 찬장을 미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 옆에는 ‘낑낑’, ‘끙끙’ 등 의성어를 적어 장면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림 옆에는 대사를 함께 적어 배우들의 이해를 도왔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이런 이미지가 떠올라 황홀했다”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 장면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즉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그림은 근세(박명훈)의 지하실 서재를 묘사한 것으로 책상 위에 놓인 책, 벽에 붙어있는 사진과 메모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 봉 감독은 “가장 빈곤한 남자와 그의 책상이다. 이 책상에는 4년의 삶이 배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기 흐름 나타내는 어떤 것. 아주 살며시 움직이는’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려진 ‘천장에 매달린 생선 뼈’에서 그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봉 감독이 ‘근세의 얼굴에 있는 붉은 얼룩은 매운 소스라고 일단 말해 두자’면서 끝까지 반전을 감췄다”며 “영화를 보면 그 붉은 얼룩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꼼꼼하고 치밀한 연출로 유명하다. 뒤늦게 공개된 기생충 초창기 스케치도 그의 세밀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황홀했다”…봉준호가 시나리오 쓸 때 떠올랐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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