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만물상] '몸 대주는' 한국?

Shawn Chase 2019. 12. 23. 16:08



입력 2019.12.23 03:16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隱語)적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면 논란이 되기 마련이다. 한 의원이 대학생 모임에서 특정 직업군에 대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혼이 났다. 탁현민씨는 10여년 전 자기 책에 '하고 싶다, 이 여자'라는 제목 아래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는 여자' 등을 열거했다가 두고두고 비난받았다.

▶정의당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패권을 위해 돈 대주고 몸 대주는 속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심상정 대표의 연설 자료에 포함돼 있었고 당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랐다고 한다. '몸 대주다'는 지금까지 논란이 된 여러 성적 은어 가운데서도 특히 노골적인 표현이다. 성폭력특별법 판례에 몇 년 전 20대 남성이 아는 여성에게 '아무나 다 대주는 X 같은'이란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다. 그런 말이 정의당 대표 연설문에 올랐다. 더구나 그 정의당 대표는 여성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정의당은 그동안 성 문제에서 앞장서 여성 편에 서 왔다. 남성적 시각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을 내걸었을 때 "마초 정당 후보가 여성 대통령 운운할 수 있나"라고 했다.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정당이 한국을 '미국에 돈 대주고 몸 대주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한다. 주한 미군 주둔은 일차적으로 한국 방어 때문인데 우리가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을 이렇게 비하한다면 미군이 주둔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모든 나라가 몸을 대주고 있다는 건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5조에 근거한 국군의 해외 파병을 몸 대주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점도 놀랍다. 이번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우리 국익에 따라 결정할 문제일 뿐이다. 수입 원유 70~80%가 이곳을 통과한다. 동맹이라면 미국만 한국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미국을 도와야 한다.

▶6·25전쟁 때 유엔 16국이 병력을 보내주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젊은 청년 178만명을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파병했고 그중 5만명이 전사하고 10만명이 다쳤다. 정의당 식으로 말하면 미국과 유엔 파병국 모두가 몸을 대준 것이다. 트럼프가 상식 밖 수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의당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비판이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2/20191222015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