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01.07 05:00 수정 2020.01.07 05:15
“판결 내린 판사에겐 잘못이 없나? 검경, 법원 모두 공범 아님?”-opqs****
[뉴스 A/S]
재판부 21년 옥살이 한 장동익·최인철 30년간 진술 일관돼
가혹행위한 경찰 수사관 ‘기억나지 않는다’며 적극 진술 거부
공소시효 만료로 경찰 수사관 처벌 어려워…위증죄 적용 검토
사건 실제 범인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
“피해자 손톱 및 혈흔(살해된 여성의 손톱에서 함께 있던 피해 남성과 동일한 혈액형 검출) 등 합리적 의심이 가는데 판사는 왜 (장동익, 최인철 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을까?”-na10****
“낙동강변 살인사건 실제 범인은 검거할 수 없나? 영구 미제로 남는건가?”-ppu****
"고문탓 허위 자백"…文이 변호했던 낙동강변 '살인의 추억'
지난 4일 “고문 탓 허위 자백”…文이 변호했던 낙동강변 ‘살인의 추억’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재판부는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 갈대밭에서 발생한 일명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재심하기로 6일 결정했습니다. 사건 발생 30년 만입니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최인철(58)씨는 재심 결정이 나자 “당시 물고문 등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 수사관을 용서할 수 없다”며 “용서는 (경찰 수사관이) 죄를 인정할 때 베풀 수 있는 관용이다”며 울먹였습니다. 같이 옥살이 한 장동익(61)씨는“오늘 종일 비가 온다”며 “옥살이 와중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오늘 재심 결정을 보고 우시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최씨와 장씨는‘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1993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모범수로 2013년 출소했습니다. 장씨와 최씨는 2016년 5월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2017년 재심 재판을 신청했습니다. 2019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씨와 최씨가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발표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최인철(58, 왼쪽)씨와 장동익(61)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부산고법이 2019년 5월부터 6차례 심문을 벌이면서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고문과 가혹 행위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재판부는 장씨와 최씨가 경찰에 강제연행된 이후 수사관에게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에 무게를 뒀습니다. 김문관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장씨와 최씨의 진술만으로도 실제 고문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무려 28년간 일관되게 경찰 수사관의 가혹 행위를 재심사유로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 사진도 한몫했습니다. 경찰이 작성한 현장검증 조서는 현장검증이 1990년 11월 15일 하루에 진행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70장의 현장 사진을 꼼꼼히 살펴본 재판부는 54번과 55번 사진을 기준으로 현장검증이 전혀 다른 시간대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최씨와 장씨는 1990년 11월 15일 현장 검증을 끝낸 늦은 오후 경찰 수사관에게 또다시 물고문을 당한 뒤 다음날 다시 현장 검증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재판부는 조작된 경찰의 현장검증 조서와 최씨와 장씨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가혹 행위를 한 경찰 수사관 3명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했습니다. 한 수사관은 “현장검증 때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현장 사진에 수사관의 모습이 찍혀 있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수사관 3명이 진술을 부인할 뿐 아니라 급기야 ‘가혹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입을 맞췄다며 진술의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최인철(58, 왼쪽)씨와 장동익(61)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무죄 입증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재판부가 장동익과 최인철에게 고개 숙여 사죄한 이유는?
김 부장판사는 6일 재심 결정을 내리면서 장씨와최씨, 그들의 가족에게 사죄한다고 밝혔습니다. “재심을 결정한다”는 주문을 읽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사죄의 묵례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장씨의 법정 진술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복역하고 나오니 2살이던 딸이 24살이 돼 있었다. 딸이 낳은 손녀를 안아보는 데 꼭 딸을 안아보는 것 같았다”는 장씨의 말을 듣고 김 부장판사는 그들이 견뎌왔던 세월의 무게를 일부 느꼈다고 했습니다.
재심 결정이 사건 발생 30년 만에 이뤄진 점 또한 사죄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최씨와 장씨가 30년간 가혹 행위를 호소해 왔는데 사법부의 일원인 재판부가 이제서야 재심 결정을 내렸다”며 “장씨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포함해 재심 청구인의 모든 가족에게 ‘늦어진 응답’에 대한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씨와 장씨에게가혹행위를 한 경찰 수사관은 4명입니다. 상급자인 형사과장 공모 씨는 사실상 가혹 행위를 묵인했습니다. 이들이 1990년 최씨와장씨에 가한 가혹 행위는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습니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경찰의 불법체포 및 불법구금 등의 범죄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2007년 법 개정 전의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최씨가 6일 재심 결정이 나자 “앞으로 경찰 수사관의 불법 행위 공소시효를 늘리는 개정 작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경찰 수사관에게 위증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재심 청구 소송을 맡았던 김준영 변호사는 “2019년 이뤄진 6차례 재심 심문에서 경찰 수사관은 ‘가혹 행위가 없었다’고 위증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위증죄를 적용해 민, 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90년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최인철, 장동익 씨가 6일 오후 부산고등법원에서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변호인, 가족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변 살인사건 실제 범인은 검거할 수 없나?
이 역시 공소시효가 끝나 재수사를 벌일 수 없습니다. 수사를 할 수 없으니 실제 범인을 검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범인은 누구이며, 어디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재판장을 나서는 김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가 있었는데 사망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낙동강변 살인' 30년만에 재심···판사는 고개숙여 사죄했다